뉴스 안 하니? 뉴스 말고 다른 것도 한다
뉴스는 정확해야 한다. 그래서 조금은 딱딱하고, 따분하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시청자가 알아야 할 것들을 골라 정확한 언어로 압축해 보여주는 뉴스, 방송국의 핵심 역할이다.
방영되는 시간 동안, 뉴스에 필요한 무게를 책임지는 사람은 뉴스의 얼굴과 목소리인 아나운서이다. 그래서 아나운서의 이미지는 TV 화면에 등장하는 어떤 인물군보다도 전형적이다. 바른 언어와 정장, 안정적인 목소리로 늘 같은 뉴스 스튜디오에 자리한다. 그들이 감정의 높낮이를 표현하는 언어나 유행어를 사용하는 모습, 뉴스 스튜디오가 아닌 다른 곳에서 활동적인 움직임을 하는 모습을 그려본 적이 없었다. 어쩌면 아나운서는 뉴스가 지닌 따분함의 이미지와 동일시되었고, 그들에게 기대되는 갖춰진 포멀함이 있었다. 그런데 이에 대한 반전이 일어났다.
<뉴스 안 하니?>라는 유튜브 채널을 발견했다. 채널의 제목인 '뉴스 안 하니?'는 아나운서들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뉴스는 그냥 지나쳤어도, 직접 뉴스 안 한다는 아나운서들의 말에 “그럼 혹시 뭐하나요?”라는 궁금증은 지나칠 수 없다. 채널을 둘러보며, 분명 말하는 직업이지만 아나운서분들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다는 생각이 들 때쯤 뉴스와 아나운서에 대한 고정관념을 콕 찔렸다는 걸 깨달았다. 뉴스 만들고, 뉴스 말하는 사람들도 사람이었다! 정확해서 딱딱한 뉴스 뒤에는 유쾌한 사람들과 복작복작한 뒷이야기가 있었다.
*본 소제목은 해당 채널 영상 댓글을 차용했습니다.
아나운서는 사실 직장인이다. 이전까지 뉴스 속에서 그들의 ‘완벽한 전달’만 마주했지만, 채널 속 그들은 다르다. 직장인으로서 자리에서 주어진 조직의 일을 하고, 동료들과 점심시간도 회식도 갖는다. 뉴스 속의 표정 변화 없던 그들이 출근을 이겨내는(?) 모습부터 반말로 수다를 떨며 마음껏 웃기도 하는 모습에 단숨에 공감대를 찾게 된다.
공감대와 동시에 방송국이라서, 아나운서라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들로 채널을 채우고 있다. 채널에서는 도쿄 올림픽이 한창일 때에 중계를 위해 출장을 간 모습도 생생히 볼 수 있었고, 작년에는 2020년 총선 방송의 준비 과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독보적인 소재가 아니더라도, 하나의 ‘아나운서국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어 시청자들을 이끈다. 이제 유튜브 세계에 개인 브이로그는 흔하지만 여러 인물이 한 채널에서 공통성과 개성, 관계성까지 동시에 보여주며 화면을 넘나드는 모습은 흔치 않다.
고정 출연자들은 아나운서국 국장과 함께 선배를 속이는 깜짝 카메라를 연출하거나 사장님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 ‘수평적인 문화 같아 신선하다’라는 반응을 얻었다. 또한 오랜 연차로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앵커가 등장할 때에는 시청자들이 ‘간판 아나운서의 평범’과 '사람 냄새'를 환영하는 댓글들을 남기기도 했다. 즉 단순 ‘아나운서 브이로그’로 인식되기보다, 일종의 MBC 방송 스핀오프 역할을 하고 있는 듯하다.
뉴스 밖에 있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뉴스에도 내적 친밀감이 생긴다. <뉴스 안 하니?>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뉴스와의 거리감 좁히기’를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는 열광하는 방송이 있다면 뒷이야기까지 보고 싶다. 이에 따라 주요 콘텐츠에 대한 부차적인 요소로 비하인드, 스핀오프가 따라온다. 그런데 반대도 가능하다. <뉴스 안 하니?>를 통해 젊은 시청자들이 그들이 거리를 두던 방송에도 노출되고, 친밀감을 느끼며 조금씩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채널에서는 개편하는 <뉴스투데이> 앵커 오디션을 보며 긴장하는 여러 아나운서들과 조정실의 현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영상 속엔 뉴스투데이 편집팀장이 등장해 ‘딱딱하지 않고 편안한 뉴스’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캐주얼함’의 정체성을 가진 <14F> 뉴스 촬영 현장도, 올해 초 유행한 ‘클럽하우스’ 앱으로 새 방식의 뉴스를 진행하는 박상준 아나운서의 준비 현장까지 비췄다. 변화하는 뉴스들을 출연자들의 배경으로써 부담스럽지 않게 보여준 것이다.
뉴스를 대표로 하면서도, 출연 아나운서들은 인기 장르인 예능이나 드라마가 아니라 시사, 교양 프로그램 또한 진행한다. 구독자들은 그들을 따라가며 보지 않던 프로그램에도 노출된다. 어쩌면 유입이 어렵던 프로그램과 시청자 사이 거리를 좁히는 가장 똑똑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뉴스 안 하니?>는 유튜브라는 플랫폼, 빠르고 경쾌한 콘텐츠에 익숙한 시청자에게는 MBC 세계관의 중심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이 프로그램 <뉴스 안 하니?>에서 봤던 거다!”가 가능해지게 만든다. 점차 소외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거리감을 인위적으로 좁히려 하지 않는 대신에 뉴스부터 시사교양, 라디오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쾌하게, 은근슬쩍 내밀어주는 방식. 새로운 플랫폼과 변화하는 소비문화의 ‘순기능’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아나운서 하면 뉴스’라는 정형성, 그리고 ‘뉴스는 나와 거리가 먼 것’이라는 거부감. 이를 뒤집으며 출발해 성장 중인 <뉴스 안 하니?>를 통해 방송국에 대한 Z세대의 시선이 역주행할 수 있을 것 같다. 뒷이야기가 본방송으로 이끄는 아이러니함, 이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요이다. 뉴스가 너무 딱딱해서 다가가기 어렵다면, <뉴스 안 하니?>의 좀 더 친근한 시선을 따라 재미있게 방송 세계관에 입성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