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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일 Aug 04. 2024

현직 애니메이션 PD가 보는 한국 2D애니메이션

- 1.애니메이션 PD


나는 애니메이션 PD다. 

2D애니메이션이 더 부흥했으면 하는 업계인 중 한 명으로 

2D애니메이션 작업기나 좋은 제작 사례, 어려운 점을 

나누면 좋을 거 같아서 글을 써본다. 


업계에 몇 없는 기획, 제작을 모두 다 해본 허리 연차 PD로 

애니메이션 업계 아두면 데없는 비한 학사전 - 애니메이션편

을 쓴다는 기분으로 가볍게 시작해보려고 한다. 

(제가 뭐라고.. 업계에 대해서 다 알지는 못하지만 겪은 바를 솔직하게 써보겠습니다.) 




애니메이션 PD는 뭐 하는 사람일까? 

사실 처음 애니메이션 PD가 되겠다고 마음먹고 인터넷을 뒤져봤을 때도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그나마 애니메이션 PD를 지망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업무라면 투니버스 PD가 가장 가까울 것이다.


▼[애니메이션 PD의 하루] 덕업일치의 끝판왕! 인형이랑 대화 SSAP가능?!

https://www.youtube.com/watch?v=aFrC8XL4GPc


한국에서의 애니메이션 PD는 회사마다 하는 업무가 조금씩 다르다. 


1. 애니메이션 기획 PD 

- 애니메이션 프리프로덕션 단계의 PD다. 

- 애니메이션 기획을 주로 하는 회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 투니버스, 아이코닉스, 영실업 등 자사 IP를 가진 회사들에서 구인한다. 

  혹은 스튜디오 미르처럼 넷플릭스 등 프리프로덕션 작업 의뢰를 받는 회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애니메이션 콘텐츠 기획, 스케줄, 예산 수립 / 사업계획 / 외주 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

  프리프로덕션 소재 관리까지 한다면 시나리오 작성, 검수, 설정 검수까지 할 때도 있다.  

  전체 애니메이션의 설계하는 업무라고 볼 수 있다. 

- 우대사항 : 대졸자, 외국어 1종, PPT 

- TO가 나거나 프로젝트에 들어가야 채용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가 적다.

 그래서 기회가 왔을 때 바로 해보는게 좋다. 

- 예시 : http://www.iconix.co.kr/index.php?mid=icon4_02&document_srl=39704


2. 애니메이션 제작 PD / 제작 진행, 라인프로듀서 

- 애니메이션 메인 프로덕션 단계의 PD다.

- 애니메이션 OEM(위탁제작)에서 찾아볼 수 있다. 

- 한국 대부분의 PD는 이 단계의 PD라고 볼 수 있다. 

- 디알무비, 스튜디오미르, CMC미디어 등 일본, 미국, 중국 등에서 일을 받아서 하는 회사에서

  일한다. 

- 스케줄, 작업자 관리 / 컷, 소재 관리 등 메인 프로덕션의 처음부터 끝까지 

  작품의 스케줄(흐름)과 질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기획PD가 설계한 것을 구현한다.)

  메인 PD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작업이 쉬워질 수도, 어려워질 수도 있다. 

- 일본 작품 제작 진행은 일본어 필수일때가 많지만, 그 외에 회사들에서는 통역/번역이 따로 있어서 

  언어 필수가 아니다. 

- 제작진행은 입사하기는 쉽지만 납품은 거의 밤늦게 끝나기 때문에.. 버티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시작하겠다면 적어도 메인제작의 전체 파트가 내부에 있는 회사, 규모가 있는 회사에서 

  시작해서 촬영 파트, 전체 리테이크를 경험해보는게 좋다. 

- 처음 입사하면 작품을 바로 혼자 맡기지 않고, 사수 혹은 데스크 아래에서 배우고 나서 

  혼자 화수를 돌려본다. 한 화수를 잘 돌리게 되면 여러 화수를 맡기고, 작품을 통으로 맡기고 

  점차 관리하는 화수가 늘어난다.

- 예시 : https://www.jobkorea.co.kr/Recruit/GI_Read/44993832?Oem_Code=C1&logpath=1&stext=%EC%95%A0%EB%8B%88%EB%A9%94%EC%9D%B4%EC%85%98%20PD&listno=20


이 2가지 업무가 철저히 분리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메인 PD를 하다가도 기획해야할수도 있고, 기획하다가도 메인을 해야 하고

일을 주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며 해야 할 때가 훨씬 많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것은 기획PD가 되고 싶다면 메인PD(제작)을 1년이라도 해보는 것이다. 

2D이든 3D이든 메일을 해보지 않으면 내가 기획하는 게 실질적으로 제작이 가능한 사이즈인지 

예산이 얼마나 드는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이 부분이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한국은 PD의 형태가 오히려 적고, 미국이나 일본같이 애니메이션 제작의 역사가 우리보다 길고 

규모가 큰 곳에서는 PD의 역할이 좀 더 세부적으로 나뉘어있다.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의 책을 추천한다.


▼애니메이션 제작 독본 

https://www.lotteon.com/p/product/LO2068597559?sitmNo=LO2068597559_2068597560&ch_no=100065&ch_dtl_no=1000030&entryPoint=pcs&dp_infw_cd=CHT&NaPm=ct%3Dlz44wuww%7Cci%3D762f9d1014f44663dd3e94dd1b052749d91775fc%7Ctr%3Dboksl%7Csn%3D1243359%7Chk%3D8f3dc55fa714774a5865706c4748e06b098bbb13




나도 어릴 적 애니메이션을 보고 '와 나도 이런 거 만들어서 내가 지금 받은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작품에 참여해야지!'라고 생각했었고, 그 꿈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 

허리 연차로서는 이제는 그렇게 되도록 길을 닦는 데 힘을 보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처음 애니메이션을 하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은 평생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는 네가 어떻게 애니메이션을 한다면서 의아해하셨고, 아직도 내가 그림을 그리는지 아신다.. (전혀 그리지 않는 직업인데요..) 


그리고 처음 출근한 날, 10시에 오라고 해서 갔더니 회사 사무실은 불이 꺼져있고, 

(애니메이션 제작 회사는 대부분 출근이 늦다. 왜냐하면 퇴근을 못하기 때문이다..) 

감독님은 오후가 되어서나 출근해서 처음 하시는 말씀이 '이런 일 하지 말고 얼른 다른 일 찾아봐라'였다. 

그리고 연차가 있는 스텝들은 3개월 동안 내 이름을 외우지 않았다. 

워낙 들어왔다 나가는 사람이 많으니 3개월쯤 지나야 이름을 기억해 주는 것이다. 

그때 당시에 제작진행을 비하하는 말로 '컷돌이'라고 했었다. 

(컷순이는 없는걸 보니 이때도 여자는 별로 없었나보다)

지금은 디지털로 많은 회사가 전환했지만 옛날에는 컷봉투에 작화지를 넣어서 혹은 끼워서 

실제로 공정별로 제작진행이 옮겨줬었는데, 그저 컷만 돌리는 사람이라는 거다.  

(출처 : https://www.unclepen.co.kr/?act=shop.goods_view&GS=382)


지금 와서는 그게 달라졌을까? 

이는 어디에 있든지 일을 하는 태도에 달린 거 같다. 

어차피 안돼. 한국은 망했다. 2D애니메이션은 사양산업이야. 라고 생각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변화가 없었을 것이다. 


2D애니메이션 업계가 어렵지 않았던 적이 없었지만 

그래도 지켜본 바로는 아직 업계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있고, 

조금 더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는 회사들이 아직 남아있는 희망이 있다. 


예전보다는 확실히 기회가 많아졌다. 

제작력을 인정받아서 세계 유수의 회사들과 협업하는 회사가 늘었고, 

특히 기획 외주를 받는 회사가 많아졌다. 

그리고 웹툰이 좋은 역할을 해줘서 웹툰 애니메이션화를 하는 소식도 많이 들린다. 

이번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정도만 되어도 감개무량이다.. ㅠㅠ)  


▼'도굴왕' 애니메이션 영상, 미국 LA '애니메 엑스포 2024'서 공개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4070814130419712


분명 아직 한국에서 기획한 게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 

외부에서 볼수록 더 더디다고 생각될 것같다. 

이건 업계에서도 부지런히 바꿔가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파악하고, 개선해나가야 한다. 

(어떤 점이 어려운 건지는 다음 기회에 다뤄보려고 한다.) 


언젠가는 한국 드라마, 영화처럼 한국 애니메이션이 힘을 발휘하는 날이 오기를, 

거기에 보탬이 되는 스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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