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아무튼 출근> 리뷰
나는 어느덧 신입 4개월 차다. ‘이게 나에게 맞는 일인가’라는 생각이 절실히 드는 3주 차를 지나 벌써 수습을 끝냈다. <아무튼 출근>은 취준생일 때 봤을 때와 지금 봤을 때 느낌이 달랐다. 취준생일 때는 마냥 출연자들이 부러웠다. 출연자들의 고충에 공감하기보다는 '저거라도 하고 싶다'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들도 신입일 때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고충을 겪고 무언의 깨달음을 얻었을까.
어떤 직업을 말할 때, 그 직업은 무엇을 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면, 기획자, 디자이너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조적인 일을 할 것이다, 선생님은 가르치는 일을 할 것이다, 기자는 취재를 할 것이다. 막상 직장인이 되어보니 적어도 신입은 그런 업무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관문을 거쳐야 했다.
영화 마케팅하면, 떠오르는 것. 바로 ‘제작 발표회’. 12회는 영화 마케터 나예은 씨가 출연했다. 밥벌이 4년 차인 나예은 씨 역시 제작 발표회를 준비했다. 취준생일 때는 그가 연예인을 마주하고 발표회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 부러웠다. 지금 보면 그가 프롬포터 역할까지 해내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실 누가 마케터가 프롬포터 역할까지 할 줄 알았을까. 마케팅의 영역을 정확하게 구분하여 정의할 수는 없었지만, 흔히 통념적으로 그런 업무를 맡게 될 거라 생각하긴 힘들 것 같다. 나 또한 신입으로서 내가 생각한 업무와 다른 것을 맡게 될 때가 있다. 그때마다 ‘현타’라는 것이 왔는데, 4년 차인 그는 업무 만족도 99%라고 말한다. 1%는 앞으로의 목표와 함께 원동력을 이야기했다. 4년 차가 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자신의 업무를 사랑하고 긍정적으로 일하는 그에게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일을 해야 할까 마음가짐을 다졌다.
자소서에 무수히 쓴 키워드가 있다. 바로 ‘소통’. 자소서를 쓸 때는 ‘그래… 소통 중요하지.’ 하면서도 절실하게 중요성을 깨닫진 못했다. 신입으로 몇 달간 지내면서,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왜 회사가 그렇게 소통을 중요시했는지 와닿았다. <아무튼 출근>에서도 그게 잘 드러났다. 17회 항공사 부기장 김연경 씨가 나왔다. 부기장은 기장과 함께 비행기 조종을 담당한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부기장의 업무다. <아무튼 출근>에서는 조종뿐만 아니라 김연경 씨가 계속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승무원들과 회의를 통해 그날의 이벤트를 확인해야 한다. 모의 비행 때나 실제 비행 때도 계속 기장과 회의를 한다. 비행 전 중요 이슈를 공유하는 것이다. 어쩌면 별거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신입으로 지내면서 느낀 건 이슈 공유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슈를 얼마나 공유하느냐에 따라 시행착오를 덜 겪는다. 당연한 것도 공유해주고, 당연한 것도 다시 새겨듣는 것이 순탄한 직장생활을 위한 길인 것 같다.
취업이 끝이 아니다. 취업은 취준으로써는 마지막이지만, 직업으로는 시작이다. 12회 광고 회사 아트 디렉터 최인철 씨는 아트적인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점심시간을 활용해 전시회에 가는 등 인풋을 위해 노력했다. 정량적으로 업무 스킬을 올리기 힘든 직업은 꾸준한 인풋이 중요하다. 당장 쓸모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의 영감이 되기도 한다. 27회 교도관 류효기 씨는 쉼 없이 강도 높은 직장 생활을 보여주었다. 그는 마지막에 앞으로 역량을 더 길러 전문 상담 교도관이 되고 싶다며, 비전을 보여주었다. 커리어 목표를 정하고, 끊임없이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취준생일 때는 내가 몰랐던 직업에 대해 알 수 있어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그들이 업무를 수행할 때의 자세를 유심히 보고 배운다. <아무튼 출근>은 단순히 누군가의 삶을 관찰하는 것이 아닌, 나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다. 그건 그렇고 나는 아무튼 또 내일 출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