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주인님> 후속으로 4부작 드라마 <목표가 생겼다>가 편성되었다. 예고편을 찾아보니 19살 소녀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이들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로맨스 미니 시리즈 후속으로 4부작 드라마, 그것도 학생 이야기라니. 어떤 방식으로 경쟁력을 갖출지 궁금해진 드라마였다.
‘오, 재밌네?’ 1,2회를 보고 나니 든 생각이었다. 궁금했다. 19살 학생의 (어쩌면 누가봐도 실패할) 피 한 방울 없는 복수극이 왜 재밌지? 그래서 이 드라마가 왜 재미었는지, 그 매력 포인트를 분석했다.
첫 5분을 사로잡을 19살 소녀의 범행 드라마든 영화든 첫 5분은 중요하다. 주인공과 이 이야기를 왜 시작하는지 설명하면서 극의 매력을 엘리베이터 스피치 같이 빠른 시간 내에 시청자에게 어필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을 헤집고 도망치는 주인공 소현의 웃는 얼굴은 그녀의 도둑질이 성공할 거란 믿음을 준다. 하지만 소현의 코 앞에서 지하철 문이 닫혔을 때, 경찰관의 목소리가 들릴 때 보는 시청자는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나 곧 범죄영화를 연상케 하며 화장실에서 유유자적하게 나가는 소현을 보며 쾌감을 느낀다.
재영은 정말 소현의 친아빠일까? 소현의 엄마 유미는 소현에게 친아빠는 이미 죽었다고 한다. 그러나 소현은 어릴 적 재영과 소현이 싸우는 걸 목격한 적이 있다. 소현은 알코올 중독에 빠진 엄마와 방치된 자신에게 불행의 근원은 아빠 재영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소현은 재영의 주변을 맴돌며 그의 삶을 무너뜨릴 준비를 한다.
아직 재영이 소현의 친아빠라고 확실하게 못박은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정황만 있을 뿐이다. 재영이 정말 소현의 친아빠가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 친아빠 존재에 대한 극의 반전을 주는 장치일지, 아님 일부러 시청자의 의심을 사서 긴장감을 더하는 건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희진바라기 윤호는 소현과 어떻게 되는데? 소현은 재영에게 접근하기 위해 재영이 운영하는 치킨집의 아르바이트생 윤호와 사귄다. 하지만 소현은 자신이 유미의 딸임을 재영에게 숨기기 위해 ‘희진’이라는 이름을 쓴다.
윤호는 자신을 괴롭히던 양아치로부터 소현을 지키기 위해 맞게 된다. 소현은 맞고 있는 윤호를 발견하지만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현은 고민한다. 도망치지 않으면 그대로 경찰서에 가서 자신의 진짜 이름과 이전의 도둑질한 대가까지 치러야 한다. 도망치면 윤호는 버려진다.
소현은 윤호를 선택한다. 그렇게 2화가 끝이 난다. 소현은 윤호를 선택했지만, 과연 윤호는 희진, 아니 소현의 거짓말을 용서할까? 둘은 계속 사귈 수 있을까?
그래서 그런 짓을 했어요? 중간에 소현이 누군가와 상담을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소현은 왜 아빠에게 복수를 결심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상담사는 “그래서 그런 짓을 벌인 건가요?”라고 묻는다. 소현은 어떤 짓을 꾸민 것일까? 왜 상담사와 상담하게 된 것일까? 앞으로 소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기대된다.
소현에게 새로운 목표가 생길까? 드라마에는 중간중간 소현이라는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복수가 나온다. 하나는 소현의 뺨을 때린 학생들에게 돈으로 사람을 시켜 똑같이 뺨을 때린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역시 사람을 시켜 윤호의 팔을 부러뜨린 양아치의 팔을 똑같이 부러뜨린 것이다. 소현은 늘 복수를 목표 삼아왔고, 그걸 돈으로 해결해왔다. 긍정적이고 정의로운 윤호를 만나게 된 소현이 앞으로 어른들과 화해를 하고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될지가 이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물론 아쉬운 것도 있다. 소현이 복수를 결심하기까지의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소현이 자신의 불행을 재영에게서 찾지만, 그 이유가 불분명하다. 부모가 헤어지게 된 원인이 아빠의 잘못에서 시작되었다든가, 누군가 아빠의 부재를 흉보는 말을 소현에게 흘린다든가, 그런 장면들이 있었으면 소현이 아빠 탓을 하는 게 충분히 공감되지 않았을까.
이 드라마의 기획의도는 이렇게 쓰여있다.
복수를 해야 할 사람들과 함께인 어느 순간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되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
그러니까, 이 드라마는 19살 소녀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이들에 대한 복수극이 아니라, 그녀의 행복을 찾는 여정을 그린 극이라는 것이다. 자극적인 드라마가 많이 나오는 요즘에 이런 힐링 드라마는 내가 기다렸던 ‘드라마다운 드라마’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