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 독일 취업에 성공하여, 30대를 보내고있는 한 이방인의 이야기
나는 누구인가?
중고등학생 때에는 이 질문이 “나는 왜 존재할까?”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누군가에게 이 질문을 받을 때면, “글쎄, 그 존재 가치를 찾으려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라는 다소 애늙이 같은 답변을 해왔다.
나는 20대 후반에 독일에 와서, 30대 또한 이곳에서 4년 넘게 생활해오고 있다. 가장 나답게 살기 위해 도망치듯 한국을 떠난 지금은, 이 질문이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나는 누구인가”? 즉, 나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이다. 전자가 Why에 가까웠다면, 후자는 Who에 가깝다.
이 곳에서의 나는 중요시 여기던 가치와 기준에 부합하는 삶에 가까워졌다 생각했는데, 또 다른 난제가 나를 기다렸다.
"구나씨는 한국 사람같지 않네요."
별 의도를 갖지 않고 하는 말임을 앎에도 불구하고, '글쎄. 한국 사람 같은게 뭐지?' 속으로 대꾸한다. 꼭 한국 사람, 독일 사람 여권에 찍힌 국적을 따지듯이. 그냥 나는 나일뿐인데.
독일 사회 또한 여전히 마음을 주지 않는 짝사랑의 상대처럼 어렵다. 쉽게 늘지 않는 독일어,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는 사회 속도, 문화 등. 그 삶 속의 주체자인 나 또한 오랜만에 만나 누군가와 생겨나는 침묵의 시간처럼 어색하다.
이렇듯, 한국의 사회적 규범과 인식에서 멀어지는 삶의 경유지로 선택하게 된 낯선 땅은 나와 아직 내외 중이다. 취업, 학업 등의 이유로 외국 사회와 한국 사회의 경계선에 발을 걸친 해외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이들, 그리고 이를 계획하거나 상상하는 많은 이들에게 이 질문을 함께 고민해보며, 직접 경험한 낯선 땅, 독일에서의 삶의 모습을 함께 공유해보고자 한다.
당신은 누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