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나 Guna Jun 19. 2022

여행의 속도 (태국 여행 2)

Tempo: Adagio (여유롭게, 마음 편하게)

       

예상했지만, 5월의 태국은 무척 습하고 더웠다.


우리에게는 관광보다는 휴양이 필요했고, 모두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저질 체력들이었기 때문에, 실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것을 예상하고 숙소에 비용을 좀 더 투자를 하였다. 


우리의 숙소는 Pullman King Power

(Pullman King Power Bangkok)
(Pullman King Power 로비 라운지)


Phayatai역에서 도보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5성급 호텔이었다. 2인 3박 기준, 한화 50만 원 정도로 저렴한 숙소는 아니었지만 동남아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트로피컬함과 모던함이 어우러진 인테리어가 갖추어져 있었고, 호텔 내부의 레스토랑도 다양했다.


먼저, 호텔 조식을 나보다 먼저 맛본 동생이 딤섬이 이렇게 맛있는 음식인지 몰랐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얘기할 만했다. 지금껏 딤섬 좀 먹어본 나로서는 태국에서 먹는 딤섬이 이렇게까지 맛있을 일인 가라는 생각을 하며 첫날 딤섬을 4,5 접시는 먹어치운 것 같았다. 작은 플레이트에 적게는 2개, 많게는 5개 정도의 다양한 식사용 딤섬부터 디저트 딤섬까지 눈과 입을 쉴 틈 없이 만들었다. 나와 동생 둘 다 입이 심하게 짧은 편인데, 다음날 조식 시간에도 딤섬 코너부터 갔다. 그밖에 쌀국수, 중식, 일식, 디저트류 등 또한 훌륭했다.


조식을 다 먹고 시원한 호텔방으로 돌아오니 극락이 따로 없었다. 호텔 침대에서 뒹굴거리다 문득 동생은 내일이면 여길 떠난다는 일을 상기하였다. 둘 다 남이 몸에 손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마사지를 선호하지 않지만, 비용도 저렴하기도 하고, 피로를 풀 겸 마사지를 예약해보기로 했다. 


블로그 추천글들을 보니,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스파샵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코로나의 여파인지 폐업한 샵들도 많았고, 우리는 호텔 근처에서 적당한 곳을 찾기로 했다. 고급스러운 외관은 아니었지만, 단순 마사지사들이 아니고 치료사 출신들의 마사지사들이라 서비스 만족도가 높다는 리뷰들이 많았다.  


만짜이 마사지

카카오톡을 이용해 한국어로도 문의가 가능하다.


사무직인 둘 다, 허리와 어깨 중심으로 1시간 반 마사지를 받았다.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곳이라 마사지사들에게 우리의 요청대로 너무 아프지 않으면서도 시원하게 피로를 풀 수 있었다. 발마사지 이외에는 동생도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편안하면서도 이색적인 경험에 신이 나보였다.


마사지를 다 받고 나오니, 간단한 차와 다과가 준비되어있었는데, 이후에 마켓에서 똑같은 제품을 계속 찾아다녔을 정도로 너무 달콤하고 맛있는 바나나칩(안에는 타마린느 잼이 들어있었다)을 주셨다.

(투명한 통에 들어있다고 사장님이 말씀해주셨는데, 아마 이 제품이 아닐까 싶다. 혹시 정확히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드려요)


태국 마트인 BigC에 판다고 하는데, 기회가 있는 분들은 꼭 드셔 보시길 추천. 말린 과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은 내 입맛에도 맞았는데, 독일에서 잃어버린 식욕을 태국에 와서 다시 찾은 것만 같았다. 다과를 즐기면서 사장님과 해외 생활의 고충, 자기 시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등을 주제로 비슷한 듯, 다른듯한 서로의 경험을 짧지만 인상적인 이야기로 나누었다.


만족스러웠던 마사지를 뒤로 하고, 우리가 저녁을 위해 향한 장소는 마사지샵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이곳. 


Minstry of Crab Bangkok



싱싱한 해산물을 쉽게 구할 수 없는 독일에서의 한을 풀기 위해, 크랩 요리 전문 식당을 찾았다. 풋팟퐁 커리와 커다란 새우 요리, 그리고 나의 사랑 공심채를 주문하였다. 마사지를 하고 나니 허기 가져서 일까, 둘 다 맞파람에 게눈 감추듯 게요리를 먹어치운 것 같다. 향신료에 민감한 동생도 거부감 없이 자기 몫을 다 먹었고.


태국을 여러 번 다녀온 지인들은 루프트탑을 꼭 가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는 여러 군데를 꼭 둘러보지 않더라도, 우리의 체력에 맞는 여유로우면서도 서로가 편한 여행을 하기로 하였다. 


저녁을 먹고 호텔에 오는 길에 세븐 일레븐 편의점에서 간단한 과자와 맥주를 샀다. 호텔로 돌아와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 시원한 맥주를 꺼내 마시면서, 동생과 수다로 밤을 보냈다. 




누군가에게는 방콕까지 갔는데 돈과 시간이 너무 아까 워보이는 여행일 수도 있다. 실제로 독일로 돌아와서, 내 주변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소중한 사람과 이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는 것에는 타인의 어떠한 기준도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내 몸과 마음이 편하고 만족하면 그게 최고의 여행이 아닐까?


(독일에서는 볼 수 없는 Lays Chili Squid맛이 있길래 시도했는데, 의외의 별미였다)



To be continued ㅡ


작가의 이전글 어리숙하고 어설퍼야 여행이지 (태국 여행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