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에피소드: 쉼으로 채우다 - 태국 여행 시리즈)
그렇게 대부분의 여행 서류들을 준비하고, 현지에서 사용 가능한 USIM 카드를 주문하던 와중, 정말 내가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은 어리석은 실수를 한 것을 발견하고 말았다.
비행기 도착 시간 옆에 살포시 표시된 +1을 보지 못한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나는 다음날인 27일에 도착하는 스케줄이 맞았다. 동생과는 26일부터 28일까지 아주 짧은 3일을 방콕에서 함께 보낼 계획을 하였는데, 내가 예매한 티켓대로라면 나는 27일 도착, 동생은 하루 먼저 도착하는 것이었다.
혹시나 비행기 일정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여행사 측에 전화하였지만 2시간 동안의 통화 대기음을 들을 수 있었다. 일정을 바꿀 일이 절대 없을 것이라는 계획 아래 최저가인 장점만 보고 구매한 티켓이었기 때문에 모든 불편함은 나의 몫이었다. 도저히 연결이 되지 않아, 영어 상담을 포기하고, 독일어 상담 라인에서 대기했을 무렵 20분 만에 통화를 할 수 있었다. 결론은 해당 티켓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약 400유로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총 티켓 가격이 800유로인 것을 감안했을 때 그것의 절반을 지불하는 셈이 되었다.
어리석은 과거의 나를 탓해봤자, 400유로의 수수료가 사라질 일은 없었다. 3일도 짧다 생각했고, 무엇보다 자유 여행이 혼자인 동생이 나보다 훨씬 먼저 도착하는 것이 걱정되었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모든 것이 잘 풀리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 동생에게도 연락이 왔다.
새 여권을 신청하는 사이, 여권 번호 미입력으로 결제한 항공권이 취소되었다는 이야기였다. 문제는 다시 항공권 검색하는 사이, 원래 타려고 했던 직항 편이 모조리 없어진 것이었다. 동생은 싱가포르 항공을 경유하여 약 10시간을 비행하여야 했다.
동생과 나 둘 다 이 상황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얼굴 보기 힘든 우리 자매가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걱정과 불만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각자의 위치에서 태국으로 향했다.
방콕에서 만난 나의 동생이 이야기하길,
내가 비행하고 있는 동안,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그녀는 어설픈 영어로 호텔로 가는 1시간 동안 택시 기사와 만담을 나눴고, 무사히 호텔에 도착하여 다음날 아침 도착하는 나에게 택시 잡는 팁까지 알려주었다.
앞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있었지만, 다음날 만난 나의 동생의 얼굴은 오히려 흥분과 기대감이 서려있었다.
어리숙하고 어설프다고 생각했지만, 실수와 변수들이 여행 속에서 또 하나의 정답이 되었다.
해외에서 홀로 생활하면서, 최대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그랬기 때문에 늘 어느 정도의 긴장과 불안의 상태 속에 있었다. 이런 불안이 내 몸을 힘들게 했고, 어떻게 보면 계획에서 어긋난 여행에 대한 기우로 이어졌던 것 같다. 여행을 끝나고 나서도 마음의 여유를 일상 속에서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의 시작이었다.
To be continued ㅡ
+여행 정보 공유
1. USIM 카드: 한국에서 출발하시는 분들은 말톡을 많이 사용하나, 나의 경우 Trazy라는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미리 주문. (8일간 사용, 약 6.2유로, 수완나폼 공항에서 픽업 가능)
https://www.trazy.com/experience/detail/prepaid-4g-tourist-sim-card-thailand
2. 택시 앱:
수완나폼 공항 도착 게이트 1층에 도착하면, 일반 택시들이 줄지어 서있지만, 시내까지 500유로를 부르기도 함. 앱을 이용할 경우 250 - 300밧 정도이니, 앱 이용 추천.
-Grab: 카드 결제
-Bolt: 현금 결제, 크라비는 사용 불가 지역.
앱으로 부르는 택시들은 1층으로 진입이 불가하기 때문에 택시 기사에게 어느 층으로 오는지 물어보는 것을 추천. 나의 경우 4층에서 대기. 택시가 도착하면, 공항 밖으로 나가서 일반 택시들이 줄 서 있는 건너편에 위치한 회전문을 통과하여야 택시 탑승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