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일하기
Warum Deutschland?
왜 독일이에요?
독일에서 살고 있다고 하면, 통과의례처럼 듣는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이다.
간단한 질문이지만 의외로 답변은 어렵다.
독일을 오기 전에도 살고 있는 현재도 확실한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줄곧 해외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곳을 특별히 독일로 염두해보지도 않았고, 이 나라의 학업, 지연, 혈연 그 어떤 것도 나와는 관계가 없었다. 여행이 아닌 목적으로 유럽을 가본 적도 없을뿐더러, 독일에 대한 기본 지식도 관심도 크게 없던 필자였다.
어찌 되었든, 독일로 오게 된 계기를 살펴보자면, 이러하다.
줄곧, 문화 교류 혹은 이벤트 산업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던 중, Kotra에서 주최하는 직업 박람회에 참여를 하게 되었다. 해외 취업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서비스 혹은 기술직의 해외 수요가 많은 것에 반해, 마케팅 쪽의 채용은 거의 없는 편이다. 아무래도 마케팅 인력에 대한 공급은 현지에서도 충분히 채워질 수 있고, 마케터가 갖추어야 할 기본 및 핵심 역량이 "언어", 즉 말과 글 쓰는 능력이기 때문에, 외국인이어도 네이티브 수준의 현지 언어 능통자가 아니면 업무 수행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해외 취업을 준비하면서, 이에 대한 어느 정도 인지가 있었고, 때문에 직업 박람회를 통해 알게 된,
독일의 한 이벤트 마케팅 기업으로부터 오퍼를 받은 것이 놀라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결국, 이 오퍼를 통해 독일행을 결정하게 되었고, 굳이 독일에 오게 된 이유를 말하자면, 위 내용을 답변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는 왜 독일에 머물러 있는지에 대한 답변을 하자면,
우선 일과 개인 여가 시간에 대한 밸런스가 좋은 편이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말하는 "워라밸이 좋다"에 해당되는 부분이다. 당연히, 모든 기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1년 유급 휴가가 24-30일 되는 것. 금요일에는 오후 3,4시에도 퇴근할 수 있다는 것. 업무 외 시간 내 업무 연락을 하지 않고, 개인 시간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직장 조직 내 상하 관계가 지나치게 경직되지 않은 것도 장점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또한, 유럽 내에서도 특히 독일은 피고용인에 대한 법적 보호가 잘 되어있는 편이기도 하다.
주말에는 큰 공원에서 가족들이 단란하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것, 철도를 통한 유럽 내 여행이 간편하다는 것 등의 일상생활 속 찾을 수 있는 만족감이다.
당연히, 이 모든 장점들을 견디기 힘드게 만드는 단점도 굉장히 분명하지만, 이 주제에 대한 내용은 다른 글에서 다룰 예정이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다.
독일로 오게 된 이유도 본인 스스로는, 상당한 우연과 운이 상당히 작용하였다고 생각하고, 현재도 독일에서의 삶에 대한 커다란 문제는 없어 머물러있지만, 앞으로 얼마나 더 독일에 있게 될지는 의문이다. 나의 기호나 정서상 크게 독일이라는 곳이 특별히 잘 맞는 것 같지도 않고, 그 밖의 독일이여만 하는 유일한 이유도 아직은 갖고 있지 않다.
무언가 실체적인 것을 기대하고 질문했을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오늘도 미온적인 태도로 독일에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