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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나 Guna Mar 18. 2022

30살 나이에 독일어 선생님한테 혼나다.

독일어 배우기(Integrationskurs B1) 3

본 에피소드는 독일어 배우기 1&2와 이어집니다.


모든 우여곡절과 해결되지 고민을 않은 채, 첫수업을 들어갔다.


사실, 신청 절차와 어학 허가 서류 말고도, 또 하나의 커다란 고민이 있었는데, 그건 어학원에서 레벨 테스트를 받을 당시, 나의 어휘나 독해력은 A2 수준이지만, 회화가 부족하니 A1부터 들으라는 충고를 무시하고, 바로 A2 수업을 신청했다는 것이다.


물론, A1부터 차근차근 들으면 좋겠지만, 독일에 들어온 뒤로 A1는 혼자서 나름 독학을 하였고 (A1 책의 앞장 내용만 무한 반복했지만), 나는 한국인이니 어떻게든 따라잡을수 있겠지하는 무대뽀 정신과 아직 BAMF 및 외국인청과의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관계로 수업료의 100%를 내가 부담해야 한다는 비용 등 여러가지 이유로 A2부터 듣겠다고 고집하였다. 결국, 어학원에서 2번 정도 trial로 수업을 들어보고, 괜찮으면 등록해보라는 오퍼를 주며 대화를 마무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학원 선생의 걱정어린 눈초리를 받으며, 첫수업날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리하는 생각으로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교실로 항하였다. 내가 등록한 어학원은 프랑크푸르트 시내에 있는 Berlitz라는 어학원으로 평이 나쁘지 않았다.

(이미지 출처: Berlitz - https://www.berlitz.com/de-de/blog/interview-mit-ludmilla-walkling)


독학이 아닌 정식으로 수업으로 들으며, 다른 사람들과 회화 연습을 할 수 있다니, 오랜만에 학생의 기분으로 돌아간 것 같아 설레기도 하고, 잘 따라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을 안고 교실로 향하였다. 나와 비슷한 또래보다는 조금 나이가 있어보이는 사람들이 교실 앞 복도에서 대기 중이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었으나, 공통점은 모두들 독일어 사용이 어색해보이지 않았다는 것.


자기소개만 겨우 독일어로 할 수 있는 나는 속으로 "망했다"를 수십번 연발하며, 그때부터 엄청난 긴장감을 느끼게 되었다. 15분 정도 기다렸을까. 키가 상당히 큰 노년의 여성분이 드디어 복도 끝에서 등장하였고, 처음으로 필요가 아닌 나의 자의(?)로 인하여 독일인 선생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다.


어디서 왔냐라는 질문에 나는 갑자기 이 질문이 왜 나오지라는 생각으로 엉뚱한 답변을 하였고, 그렇게 그녀의 눈에 아주 딱 찍혔다.


상당히 엄격해 보이는 그 선생님은 학원 및 수업 규칙에 대해서 설명해 준 후, (사실 30%도 못 알아들었던 것 같다), 수강생들과 자연스러운 회화를 시도하였는데. 그 선생님의 눈에 찍혀버렸던 나도 그 순서를 피해갈 수 없었다. 나는 아직 인터그라치온 수강 등록이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미리 준비되어있던 어학원 출석부에 내 이름이 정식으로 올라가지 않은 상태였고, 선생님은 나보고 어떻게 이 수업에 오게 되었는지, 왜 출석부에 이름이 없는지를 물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분명, 레벨 테스트 당시 이야기했던 나의 담당자가 수업 전에 담당 선생님한테 나의 상황을 설명한다 하였고, 공유가 당연히 되었으리라 생각하였는데.


영어로도 말하기 복잡한  상황을, 더군다나 미리 준비하지도 못한 답변을, 독일어 단어 몇개 알고 있는 내가 설명할  있을 턱이 없었다. 나의 담당자가 우선은 trial수업을 들으라고 하였다 정도 이야기를 하였고, 나보고 대체  담당자 이름이 뭐냐고 되물었을 때는 너무 긴장하여 주머니에 명함이 있는 것도 깜빡하고 접수처에서 그렇게 이야기하였다고 대답하자마, 그래서  담당자 이름이 뭐지라고 다그쳤다.


하아, 여기는 독일이지... 누구의 책임인지 정확하게 따져묻는 독일의 특성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땀만 삐질삐질대며, 결국에는 더이상 독일어로 내가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어, 입을 닫아버렸다.


수강생들의 시선이 모조리 나를 향해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영어로라도 상황 설명을 하고 싶었지만, 선생님이 이 수업 중에는 절대 독일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쓰지 말라는 엄포를 놓은지가 불과 1시간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로 말할 수도 없었다.


나보고 정말 독일어 공부한게 맞는지, A1을 공부하였는지 무섭게 물어보는 선생님을 보면서, 내 생전에 이런 압박 면접 질문은 받아본 적도 없는데, 얼굴이 뜨거워지며, 정말 교실문을 박차고 나가고 싶어졌다.


겨우겨우 상황이 지나갔지만, 첫수업에 대한 인상 최악, 가뜩이나 배우고 싶지 않은 독일어였는데 모티베이션은 바닥을 뚫고 지나갔다. 나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수업에서는 자기 소개가 진행이 되었고, 사우디아라비아, 아제르바이잔, 터키, 멕시코 등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이 함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소개 부분은 독학으로만 몇번씩 반복하며 공부하였던 것이었기 때문에, 다행히 문장 단위로 이야기를 할 수 있었고, 연관 질문을 하는 선생님에게도 더듬더듬 의사 표현은 할 수 있었다. 정말 3년 같던 3시간이 흘렀고, 집에 오자마자 완전 뻗어버렸다.


내가 이 수업으 끝까지 들을 수 있을까? 나는 과연 B1를 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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