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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나 Guna Apr 03. 2022

바라고 바라던 오퍼가 취소되었다.

독일 생활_구직 & 이직

독일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근 2년은 다이나믹한 일들이 많았다.


모든 사건들을 이곳에 나열하긴 힘들지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팬데믹이 터지면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하루아침에 낯선 나라에서 직장을 잃었고, 그 이후 찾은 직장은 회사의 오피스 이전 문제로 금방 그만두어야 했고, 그 다음번의 직장에서는 오퍼가 취소되어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직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긴 터널과 같은 참으로 길고 힘든 구직 기간이었다.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새 일자리였으나, 함께 일하는 직속 상사 겸 CEO는 여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상대를 이해하지 않는 권위주의적 태도,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매너의 부재, 감정적인 언행, 지나친 성과 지향적 태도는 나를 정신적으로 피폐하게 만들었다. 


사무실 그의 발소리만 들어도 "혹시 나에게 말을 걸지 않을까" 불안했고, 그와의 미팅 시간만 다가와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발이 떨렸다. 이미 많은 이들이 그의 태도를 견디지 못해 떠나갔고, 그 자리를 새로운 사람들이 계속 채우는 형국이었다. 


그렇게 나는 이곳을 떠날 이직 플랜을 세우고 있었고, 집중적으로 잡헌팅을 한 결과, 한 곳으로부터 2차 면접의 기회까지 얻게 되었다. 비록 내가 있는 도시에서 2시간이나 떨어져 있었지만, 오피스 근무 + 재택근무를 하는 Hybrid의 업무 형태로 매일 오피스 출근을 할 필요가 없었고, 내가 희망하던 마케팅 + 비즈니스 매니지먼트를 함께 할 수 있는 포지션이어서,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임하였다.


그 결과, 다행히도 일주일 뒤 오퍼를 받게 되었고, 하루라도 빨리 현재의 회사를 떠나고 싶던 나는 몇 가지 질문과 함께 계약서 초안을 바로 요청하였다. 계약서 초안을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하루하루 "혹시나 오퍼가 그 사이에 취소가 되지 않겠지?"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졸였다.


이전에, 한 번 오퍼가 취소되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평정심을 찾으려 하였으나, 쉽지 않았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면접을 보았던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갑자기 본사에서 예산 축소 결정이 있어, 5월 채용을 확정 짓는 계약서를 써줄 수 없다.


아마 7월에나 채용을 재확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7월... 기대했던 바가 컸기에 실망감도 컸고,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어,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최대한 정신을 가다듬고, 그렇다면 7월 채용으로 계약서를 혹시 지금 받을 수 있는지 물었고, 인사 담당자는 그건 가능할 것 같다면서, 본사의 최종 승인이 나면, 빨리 계약서 건을 마무리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래. 오퍼가 아주 취소가 된 것은 아니니, 기다려보자. 

이번 주 안으로 답을 주겠다 하였으니 3일 후에는 Yes이던 No이던 알 수 있겠지.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오로지 오퍼만 생각하며 오전까지 기다렸지만, 답이 오지 않았고, 결국 금요일에 인사 담당자의 연락은 없었다.


메일과 전화 연락을 남겼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월요일에 다시 연락 해보리라는 다짐을 하였지만, 처음으로 일을 쉬는 주말이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토요일을 보내고 있을 때쯤, 메일이 와있었다. "토요일에 메일이라니, 그래도 약속을 지켰군." 하지만, 메일의 내용은 아쉽게도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본사와 확인했지만, 7월 채용으로도 현재로서는 계약서를 줄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2분기 상황이 좋아지면, 2-3달 뒤에 다시 한번 연락을 주고 싶다는 내용만이 있을 뿐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하였으나, 계약서도 없는 상태에서 어떠한 보장도, 어떠한 확답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자, 온몸의 기운이 쭉 빠져버렸다.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절망과 허무가 온몸을 덮쳤다. 오퍼에서 계약서로 넘어가는 시기는 이렇게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나, 왜 이 변수가 나에게만 오는 것 같은지 자기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일상을 다시 건강히 보낼만한 힘을 내기까지, 아직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더 좋은 기회가 와서, 지금의 일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얘기할 수 있기를. 친구의 말처럼, 모두의 개화 시기는 다를 뿐, 언젠간 꽃은 핀다. 그때를 기다리며, 현재를 감사히 사는 것도 인생을 사는 현명한 자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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