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쓴 시
<바닷속에서 눈 뜨는 아이>
어린 시절,
나는 늘 물속에서 눈을 떴다
매연 냄새로 가득한 건조한 바닷속
색깔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회색 바닷속
옷소매는 늘 젖어 있었다
나는야 바다를 여행하는 탐험가
물안경 없이도 바닷속에서 눈 뜰 수 있는 씩씩한 모험가
탐험가가 되려면 씩씩해야 해
몸 여기저기 멍들고 쑤신 건
동굴과 산호초에 부딪혀서 그런 거야
거대한 고래상어가 포효하는 소리를 들어서
귀가 먹먹하고 오금이 저려 오는 거야
바닷속에 잠겨 버린 건물 한구석에 쭈그려 앉아 바깥세상을 올려다보았다
슬픔에 잠긴 낡은 건물과 찌그러진 간판들이 희미하게 보이는 하늘과 함께 울렁거렸다
까르르, 놀이터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물 밖으로 막 나오려는 찰나,
어른들이 싸우는 소리와 고함이 들렸다
누군가의 발길질에 배를 맞았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때, 다시 바닷속으로 들어가
눈을 떴다
나는야 탐험가
고래상어가 포효하는 소리에 겁에 질릴 때면 산호초와 바위에 부딪혀 피멍이 들 때면
옷소매가 흠뻑 젖은 채 부은 눈으로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길 잃은 어린 탐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