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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인영 Apr 22. 2024

지하철 유감

 거리의 연등이 흔들리고 있다. 어느새 초파일이 다가오는가.

 젊은이의 치맛자락이 봄바람에 무릎 아래로 나풀거리는 모습에  엊그제 일 년치 물폭풍이 몰아닥친 나라가 아닌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에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옷장 정리를 하고 친구와 우리들의 무절제함을 반성하며 오랜만에 너른 마당에서 숨 쉬는 듯한 오전을 보냈다.

정오 전에 한 건의 상업적인 전화를 받고 두 번의 정겨운 통화를 했다.

 디시 울리는 벨 소리.

아주 흔하지도 그렇다고 드문 일도 아닌 남편의 전화다.

아마 봄바람 때문이리라. 웬일인가? 벨이 울리기 조금 전  나는 남편을 만나 커피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를 기다리는 동안 그이는 머리를 자르기로하고  편한 옷차림을 하고  약속장소로 나가기 위해

지하철에 올랐다

제법 손님이 많은 시간대여서 달리는 전철 손잡이에 매달려   진득하게 집에 있지 않았음을 후회하며 노약자석을 보았다. 3인이 앉아야 되는 가운데 자리에 젊은이가 전화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녀 앞에는 나보다도 연세가 들어 보이는 백발의 할머니가 나처럼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고 계신다.

 이번엔 내 등 뒤로 얺짠은 목소리가 들린다.

난 무조건 죄송하다고 말하고 돌아보니

노인이 카트를 끌고 지나는 중 통로에 서있는 내가 방해가 된 듯했다.

아 ~ 잊고 싶은  지난번의 일이 생각났다.

그날도 붐비는 지하철에서 출입구 가까이 서있던 나의 등짝을 때리고  험한 말을 하며 내리던 노인이 있었다. 너무 급작스레 벌어진 일이라.

옆의 승객들처럼

아무 일 없었던 듯 숨통 트인 곳으로 이동했지 만

가슴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세상에 길거리 폭행과 무엇이 다른가?

범법행위가 아닌가?

뉴욕의 지하철은 복잡하고 지저분하며 때로 시끄럽기까지 하다. 그리고 살짝 불안감도 스민다.

그래도 지신이 하차하지 못할까 조바심에 타인에게 신체적 공격을 가하는 것은 들은 바도 겪은 적도 없다.

경제적 강국이 되었다고 자부심을 갖고 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던가.

하지만 얻기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아내며 많은 것을 잃은 것 같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중 에티켓이 많이 사라진듯하다.

이상하다.

개별적인 만남은   좋아 보이는듯한데 모여지면 때로 적응이 힘들 때가 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나라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한 탈북민이 떠오른다..

그렇다. 이렇게 살기 좋은 나라에서 우리가 누리는 것들에 대한 보답으로

조금 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갖고 배려하며  타인에 대한 사랑의 눈길을 나누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름 다운 빛의 세상을 함께 본다면 우리는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그대의 마음을 열면 온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라고

애니메이션 영화 '포카혼타스'에서 노래한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 이어져 있다고 끝이 없는 원 안에 모여 있다'라고 노래한다.   

포타혼커스는 아니더라도. 새와 말을 나누는 아시시의  성프란체스코는 못 되더라도

마음에 품고 가는 한 가지 선한 생각이 있으면 좋겠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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