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한 번 징하게 길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워터파크를 제외하고 2개로 구분된 유니버셜 스튜디오 테마파크들을 왕복하는 호그와트 익스프레스, 일명 해리포터 기차의 현재 대기 시간은 무려....
유니버셜 스튜디오 방문시엔 앱 설치가 필수다. 지도와 대기시간, 쇼 타임 등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공용 와이파이는 이메일 인증을 하면 무료.
130분! 2시간 10분이다. 비행기를 갈아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놀이공원에서 옆 놀이공원으로 가는 것뿐인데, 탈라하시에서 올랜도 오는 시간과 크게 차이 없는 시간을 마냥 기다려야 한다. 디즈니 월드보다 유니버셜에서 빠른 입장권, 즉 Express Pass가 더 많이 팔리는 이유도 이런 사악한 대기시간 때문이다. 동네 주민이거나 연간회원권 소지자라면 다음 기회를 노릴 수도 있겠지만, 먼 곳에서 한번 올까 말까 한 상황에서는 Express를 구입해 후딱후딱 이동하는 것이 효율적.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연계된 리조트에 숙박하면 그 고마운 패스를 거저 받을 수도 있으니 비싸고 가까운 호텔에 묵을 예정이라면 꼭 먼저 유니버셜 리조트를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 그러면 호텔은 호텔대로 비싸게 묵으면서 남들보다 빠르게 놀이기구를 탈 수 있는 쾌속 표도 얻지 못하니 손해. 우리는 비싼 유니버셜 리조트에 묵는 대신 플로리다 주민 연간회원권을 구입해 시간이 될 때마다 단타로 방문 중이다.
킹스 크로스 역 내부
기다림은 계속된다. 그나마 곳곳에 이렇게 해리포터 소품들이 배치돼있어 구경하며 사진 찍는 재미 덕에 지루함이 덜하지만, 줄지 않는 줄을 보며 지치는 건 어쩔 수 없다. 탈라하시에서 함께 놀러 온 가족은 새벽같이 출발해 우리보다 일찍 유니버셜에 도착, 무더위 속에서 뜨겁게 불태운 탓에 이미 호텔로 돌아가 쉬고 있고, 늦게 도착했지만 유모차를 끌고 온 덕분에 피로가 좀 덜 한 우리 가족 5인만이 남았다.
전투적인 놀이공원 팬이라면 준비하세요. 오만 짐을 다 싣고 달리는 필수품 유모차
막내가 한국 나이 6살인데도 유모차를 버리기는커녕 쌍둥이용유모차로 업그레이드한 이유는 순전히 놀이공원에서 최대한 오래 놀기 위해서다. 겉옷도 도시락도 물병도 모두 유모차에 때려 넣고 끌기만 하면 되는 데다가, 지금처럼 대기시간에 길 때는 힘들다고 징징대는 아이를 태우고 쉬게 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은 도구가 없다.
개장에서 폐장까지, 아니 폐장시간 후 1시간 정도 더 열려있는 기프트샵까지 누리고자 하는 놀이공원 덕후에겐 유모차나 수레 등 바퀴 달린 도구를 강력 추천합니다
곳곳에 설치된 식수대와 유니폼을 입은 직원. 그 뒤로 유모차나 수레, 휠체어를 위한 엘레베이터가 보인다
방문객들이 탈수라도 오면 안 되니 물 마시는 곳도 곳곳에 있다.심지어 대기라인이 정통으로 지나치는 위치에 매점도 있어서 맥주나 시원한 음료수, 간단한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다. 해리포터에 등장하는 버터비어는 킹스 크로스 역 밖에 파는 곳이 많으니 사서 가지고 들어와 마셔도 된다.
줄이 별로 길지 않거나 진행이 빠를 경우 자칫 놓치기 쉬운 특수효과 장치도 깨알 같은 재미 요소. 뒤에서 바라보면 앞에 가는 승객들이 공간 속으로 사라지는 듯 보이는 구간이 있다. (브런치 초보는 동영상을 어떻게 올려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에 가는 사람들이 그 지점에서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으면 발견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면 일행들과 거리를 두고 가면서 사라지는 듯 보이는 Exit이라 적힌 문이 있나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플랫폼.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지 기차가 생각보다 자주 중단돼서 운이 나쁘면 Park-to-Park 티켓이 있어도 기차를 이용 못할 수 있다. 우리한테그러지 말자 유니버셜!
목이 거의 360도 돌아가는 흰 올빼미 헤드위그 인형이 하라는 우편물 배달은 안 하고 승객들을 빤히 쳐다보고
객실 안 창문에는 스크린이 있어서 마치 기차가 해리포터 영화 속 배경들을 달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위에 보이는 벽 또한 진짜 벽이 아닌 스크린. 멈춰있는 순간에도 아래에서 연기가 폴폴 올라오는 특수 효과가 정말 그럴싸하다. 기차가 출발하면 런던 시내, 드넓은 들판, 울창한 숲에 이어 호그와트까지 풍경이 수시로 바뀐다. 반대쪽 복도에서는 해리포터와 친구들 실루엣이 지나가며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킹스 크로스 역에서 호그 스미드 역까지 10분이 채 안 되는 짧은 기차 여행이 끝났다. 하이고.
디즈니 월드처럼 심하게 흩어져 있는 곳은 아니다. 유니버셜의 테마파크들은바로 옆에 붙어 있어서 사실 기차를 타지 않고 시티워크를 통과해 걸어서 가도 되는 거리. 그런데 이게 뭐라고 해리포터 기차는 꼭 타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은 인기 라이드로 자리 잡았다. 정말 올랜도의 놀이공원들은 오는 이들의 주머니를 털털 털어 갈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너도 나도 들고 다니는 마법 지팡이도 그렇고. (유니버셜 최고의 바가지 히트 상품 '그래 봤자 막대기' Wand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지만 다음 기회에)
어둡게 찍어서 미안합니다. 나쁜 카메라뿐인 손전화기 바꿀 돈이 없네요
올랜도 날씨는 10월 중순에도 더워서 수영이 가능할 만큼 푹푹 찌지만 호그스미드는 언제나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