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와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세 집 살이
브런치를 처음 시작할 때는 사실 큰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그저 글이 쓰고 싶었고,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덜컥 작가신청을 해버렸다. 브런치가 늘 나에게 알려주듯 그 글들이 언젠가 작품이 되면 좋겠다, 아니 작품까지는 아니어도 책의 형태로 완성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다. 불타오르던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결과는 방치. 인생에는 늘 바쁜 일들이 있고, 꾸준히 무언가를 하기란 어렵기만 하다. 그렇게 내 브런치는 먹는 이 없이 차디차게 식어갔다.
나처럼 콘텐츠 생산자를 꿈꾸는 친구와 함께 블로그 스터디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5개 이상 블로그 글쓰기, 두 번의 찬스를 쓸 수 있지만 그 후에도 못쓰면 그때마다 벌금 1달러! 생활비에 쪼들리는 나에게 그 벌칙은 굉장히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이왕 쓰는 거, 어디다 쓸까? 친구는 네이버 블로그를 추천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검색하고, 소통하고, 글을 쓰기에도 쉬운 곳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블로그 체크인 챌린지'가 시작됐다. 맛집이든 여행지이든, 특정 장소를 입력하고 공개발행하면 끝! 그동안 쌓인 여행 사진이 수만 장을 넘어가기에, 나에게 이보다 더 적합한 챌린지는 없었다. 하여 스터디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네이버 블로그 챌린지 폴더에 여행기록을 일단 올리고 있다.
https://blog.naver.com/0173459920
네이버 블로그의 장점을 무시하긴 어렵다. 일단 이웃과 소통하기가 쉽고, 검색에도 잘 걸린다. 작성도 간편하고, 지금의 체크인 챌린지처럼 이벤트도 수시로 연다. 하지만 문제는 파워블로거라도 되지 않는 한 블로그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이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는 것. 수입만이 블로그의 목적은 아니지만, 어쨌든 글도 쓰고 돈도 벌고 싶은, 아니 벌어야 하는 나에게 제로 수입이라니. 슬프고 아쉽다.
네이버의 대안으로 찾은 곳은 티스토리. 이곳은 경쟁사인 네이버 검색에는 잘 잡히지 않지만, 다음이나 구글 검색에는 노출이 잘 되는 편이고, 무엇보다 구글 에드센스 등을 통한 수입이 네이버 블로그보다는 높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누군가의 글에서 본 '연금형 블로그'라는 표현과 어울리는 곳 되시겠다. 최근 브런치, 나아가 카카오와 한 식구가 되면서 중소기업이라 불안했던 과거도 잊히는 중. 호오, 그렇다면 이제 굳이 네이버 블로그만 고집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네이버의 막강한 검색시장 지배력을 무시하긴 아쉽고. 그래서 별안간 두 집 살림이 시작됐다.
완전히 같은 내용을 복사하기 - 붙여 넣기로 쓰면 (정확히 뭔지는 모르지만) 블로그 저품질에 걸릴 수 있다고 해서, 더 많은 사진과 자세한 내용은 티스토리에 적고, 네이버 블로그는 간단한 소개 정도로 올리면서 이원화하고 있는 중이다. 몹시 귀찮지만, 하다 보니 적응도 되었고 무엇보다 투지 원칙에도 그런 것이 있지 않은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실제로 블로그 플랫폼에 대한 글들을 읽다 보면, 공들여 만든 블로그가 저품질에 걸려 멘붕을 겪는 분들의 후기가 있다. 그걸 대비해서라도 다른 공간을 개척해 두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
문제는 바로 여기, 브런치다. 하하하. 체크인 챌린지에 열심히 참여하고, 티스토리에 자세한 내용을 올리면서, 안타깝게도 브런치 글쓰기는 가장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었다. 왜냐? '책을 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현실적인 이득에 무참히 패배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가능해 보이지도 않는 미래의 출판만을 위해 여기에 글을 쓴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반면, 다른 블로그 플랫폼을 통해 소소하나마 빠르게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물론 출판의 기회 말고도 브런치의 장점은 많다. 일단 독자인 내가 브런치를 좋아한다. 작가 선정 절차가 있어서인지 다른 블로그 플랫폼에 비해 믿음이 가고, 차분히 읽을만한 글도 많다. 작가인 나 역시 브런치를 좋아한다. 첫 정이 이래서 무서운가보다. 브런치에 글을 쓸 때 나 또한 마음가짐부터가 달라짐을 느끼고, 다소 양산하는 느낌이 큰 블로그 글보다 한 자 한 자 정성도 더 담게 된다. 검색으로 인한 유입은 크지 않다던데 듣자 하니 다음 첫 화면에 노출이 되면 거의 로또 수준의 방문자수를 경험할 수도 있단다. 어휴, 유니버설 스튜디오 해리포터 기차에 대한 글을 썼을 때 무섭게 올라가던 방문자수를 떠올리면 겁부터 나는 소심한 나는 그런 횡재성 이벤트는 바라지도 않지만, 이것 저것 따져봐도 브런치를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은 것이 문제. 아아, 먹을 수도 완전히 버릴 수도 없는 계륵 같은 나의 브런치여!
판단은 각자의 몫이고 나는 일단 세 집 살이를 하는 중이지만,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나에게 누군가 조언이라도 주면 좋겠다. 블로그, 다들 어떻게 운영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