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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nknown Aug 06. 2021

화장품 브랜드 창업 망하는 방법 - 2. 브랜딩

아무 색깔 없는, 어떠한 철학과 기준 없는 브랜딩으로 시작부터 망하는 법

Photo by Omar Flores on Unsplash

브랜딩이란 무엇일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매우 어렵지만 그 때 당시의 나에겐 마케팅의 다른 이름처럼 생각했었다. 만들고자 하는 제품의 타겟팅(+유통채널), 브랜드네임과 BI, 디자인, 간단하고 심플한 브랜드 컨셉 정도가 전부인거처럼 생각했었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앞서 말한 것들도 브랜딩의 한 일부분일수도, 혹은 전부라 말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브랜딩에 정답이 있을까? 라고 생각해본다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브랜드를 만들어본 사람이 아니라면, 혹자 그 사람이 있다해도 그사람의 저서에선 이 모든 것들을 말해주지 않았다.


다시 그 때의 겁없던 시절을 복기해보면 얼마나 무모했었는지 감도 안잡히지만 망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 타겟팅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우린 인스타그램 셀러들의 공동구매를 유통 채널로 잡았다.

성공한 내 친구의 비즈니스를 그대로 적용하면 아주 쉽게 판매할 수 있을꺼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을 뿐 직접적인 도움을 요청하진 않았다. 망할 자존심이 뭔지)


인스타그램 공동구매를 유통 채널로 설정한 만큼 공동 구매를 운영하는, 이름바 셀러들이 어떤 사람들이 있고 어떤 제품을 판매하는지 살펴봤다. 메가 인플루언서급은 아니지만 그 시장에서 한가닥 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약 30여명 정도의 인스타그램을 수치화시켰다.


셀러 예상 연령대, 평균 좋아요수, 평균 댓글수, 주 판매제품, 블로그 및 기타 SNS 활용여부, 구매자 연령층 등 가급적 수치화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것들을 수치화하여 평균값을 도출했다. 그 중에서 구매 연령층을 기초로하여 제품과 브랜드의 컨셉을 설정했다. 말이 거창해서 그렇치 인스타 셀러들 둘러보고 타겟층 설정하기 였다.


일일이 손수 수치화하여 내린 결론은 25 ~ 39세 사이의 직장인 여성으로 제품의 컨셉과 디자인, 마케팅의 전 방향을 설정했다. 사실 인스타그램 수치화를 통한 결론이라기 보단 인터넷에 떠도는 리서치 기관의 통계와 우리 스스로의 뇌피셜이 큰 비중이 차지 하지 않았나 싶다. 어쨌든 정해진건 정해진거였고 그 타겟은 저러 했다.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지금 생각해보면 고3 수험생에서 어느 대학갈꺼냐 친척들의 질문에 4년제요 라는 대답처럼 허무맹랑한 타겟팅이였다.

4년제가 한둘이니? 대한민국에 25세 ~ 39세 사이의 직장인 여성이 한둘인가?


4년제라고 답한 고3 수험생의 미래가 질문을 한 친척들의 머리속에 그려지는 것처럼.

우리 브랜드의 미래도 똑같이 그려지지 않을 수 없다. 이 딴건 타겟팅이 아니다.


진정한 타겟팅은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좋다.

인서울에 있는 A대학 알파학부에 들어가서 ㄱ학과를 전공하려고 계획중이에요. 라고 답하는 수험생과 앞서 말한 수험생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처럼. 이러한 것을 어려운 말로 마이크로타겟팅이라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룰루레몬' 이라는 브랜드다.


룰루레몬의 타겟팅은 아주 구체적이고 세부적이다.

'콘도 회원권을 보여하고 있으며 여행과 유행, 운동을 좋아하는 32세 전문직 여성'


이런 디테일한 타겟팅이 완성되면, 비로소 유통이 보인다. 콘도 회원권을 보여하고 있으며 여행과 유행, 운동을 좋아하는 32세 전문직 여성이 모이는 곳을 찾아가면 된다. 막연히 내 물건을 팔아줄 총판업체나 딜러나 셀러를 찾아 헤맬 필요 없이.


너무 구체적인 계획 수립은 추진력에 장애를 불러올 수 있지만, 타겟팅은 구체적이면 구체적일수록 좋다.

판매를 위한 타겟팅이건 마케팅을 위한 타겟팅이건 말이다.


- 네이밍


선선함이 감도는 4월의 어느날,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어하는 아내와 100점 짜리 시험지를 자랑하고 싶은 초딩의 마음으로 브랜드 네이밍에 대한 대화를 꺼냈다. 며칠동안 출퇴근 간 지하철에서 열심히 찾은 그럴듯한 이름들이 어떠냐고 물었다.


다 별로란다.


서로 생각하는 브랜드의 구체화된 이미지를 모르니 별로일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한명은 부단히 찾아봤고 다른 한명은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으니 속이 타는건 열심히 찾아본 나였겠지.


며칠간의 수고는 단 5분만에 승인 거절되었기에 ㄱ부터 ㅎ까지 간단한 글자들을 조합해봤다.

뭐라도 하나 걸리길 기대하며 마구잡이로 불러댔다.


그래도 나름 생각한 가이드라인은 있었다. 글자수가 적어야 한다.

적어도 알파벳 4글자 정도에 한글로는 두글자.

심플하고 깔끔한 이미지가 그려지면서 감성적인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이버 검색에 검색되지 않는 단어.


그러다 갑자기 그나마 낫다는 반응이 왔고 서로 브랜드 네임에서 느껴지는 바를 공유했다.


나는 마치 북유럽의 느낌같다 했고, 아내는 심플하다고 했다.

서로 느끼는 바도 달랐던 브랜드의 명칭은 어느날 갑자기 정해졌다.

브랜드의 원칙, 철학? 이런건 나중에 끼워맞추면 되지뭐.


주저 앉는 눈꺼풀을 연신 치켜 올리며 겨우 정한 브랜드 네임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안도감과 푸른색 모달 이불의 부드러움에 빠져 옅은 미소와 함께 스르르 잠에 빠졌다.


그리곤 우린 그 이름으로 결정했다.

나중에 의미를 끼워맞춰야 하는, 어떠한 철학도 원칙도 기준도 없는 알파벳 4글자로.




나중에 다시 말하겠지만,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것들은 공통의 분모가 반드시 필요하다.

재활용 자재를 업사이클링하여 제품을 제작하는 브랜드가 일회용품 사용을 권장하면 안되는 것 처럼 모든 것이 하나를 관통해야 한다. 타겟팅, 네이밍도 모두 마찮가지로.


나머지 부분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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