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곧 수많은 관계의 흔적이다.
상냥스런 연○에게
지금도 건강하겠지?연○이를 처음 만났을땐 고향에 있는 다정한 꽃처럼 느껴졌단다. 그렇지만 언제 얘기할 기회가 없더니. 잊지 않고 편지를 보내주어 그 아름다움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다시 또 앉게 해 주는구나. 답장을 보내지 못해 퍽 미안하다. 내가 시골있다 전주있다 하니 그렇게 되었다. 연○이는 이해를 해 줄까. 연○이는 참 문학에 소질이 많아! 열심히 노력해서 훌륭한 문학가가 되어봐. 그러려면 여러가지 폭넓게 다듬으며 조금 더 성장하고 튼튼한 기초를 다지고 기둥을 세워라. 2학기땐 더욱 재미있고 친구들과도 다정스럽고 이해하며 생활하자구나. 다시 한번 답장 못한것 미안하게 생각하며 줄인다.
- 1993.8.29. 선생님
원준 부인 보아라. 지금 '박소현의 FM데이트'에서 너의 사랑스러운 남편 원준이가 나왔어. 너도 들으면서 아주 난리가 났겠지? 'TV가요 20'에서 HOT가 1위 했는데 너도 봤지? 토니 진짜 완전 멋지지 않냐? 난 토니가 넘 좋다. 언젠가 너는 원준 부인, 나는 토니 부인이 되어 함께 만나면 완전 좋겠다. 히히^^ 내가 니 꿈속에 너의 사랑 원준이가 매일 나오도록 기도해주께. 너도 내 꿈속에 토니 나오게 기도해줘.
어제 'TV는 사랑을 싣고'에 김원준 나오는거 너도 봤지?나는 원준오빠가 그렇게 잘 생긴지 몰랐는데 어제 보니까 정말 진짜 잘 생겼더라. 장난이 아니더라구. 원준오빠는 좋겠다. 아리땁고 착한 소녀가 사랑을 팍팍 주니 말이야. 연순아 공부 열심히 하고 원준오빠 영원히 좋아하길 바래. 그리고 원준오빠 노래 show도 열심히 들어줄께. 노래 좋으니까 꼭 1위했으면 좋겠다.
유연○은 인기가 좋아. 유소은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지. 나는 너를 최대한 챙겨주려고 하는데... 너는 나를 거지 발싸개로 여기지? 맨날 은영이랑 은이한테만 편지쓰고... 아무튼 나는 너한테 아주 실망했다네. 나는 돼지 똥구녁에 붙은 보리밥풀같은 존재라네. 오늘도 연○이의 돼지털이 바람에 스치운다. 내일 면바지 좋은거 사라. 너가 같이 가자고해도 같이 안갈꺼야.
연○아 벌써 너랑 앉은지도 3주가 되었구나. 첨엔 니가 날 맘에 안 들어하는 것 같아서 증말증말 소외감 느꼈다. 전에도 한번 짝꿍 했었잖아. 그때 난 나중에 가서는 사이가 괜찮아진줄로 알았었는데. 야영 가서 장기자랑 했던 일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네게 서운한 마음이 많이 들었어. 그런데 니가 내게로 와서 울때는 마음이 수그러지더라. 가끔 네가 무안을 주기도 하지만 나는 네게 정이 많이 가. 이제 정들쯤 되니까 너랑 헤어진다니 너무 안타깝다. 새 짝꿍 승희한테도 나한테 했던 것보다 더 잘해주고... 근데 너무 친하게 지내면 나 질투 날꺼야. 자신있고 명랑하고 웃기도 잘하는 네 모습이 참 좋아. 유연○ 화이팅! 스터디 하드하고 앞으로도 서로를 꼭 찾아주기.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