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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즈와 알레고리로 틔워내는 포크의 항로 (1)

Castaways and Cutouts / The Decemberists

by 감상주의

| The Decemberists: 극과 이야기와 노래를 오가는 유랑단

Misfortunes of Imaginary Beings


디셈버리스츠를 보고 있노라면, 마을 이곳저곳을 떠돌며 민담을 전하던 서부 시대의 유랑단이 떠오른다. 건조한 낭독이 아닌 실감 나는 연기는 기본이고, 때로는 무대까지 그럴싸하게 꾸며 지루할 틈 없이 각기 다른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열정적인 만담꾼들이다. 이를테면, 다른 멤버들이 기타와 아코디언, 퍼커션 등으로 극의 분위기에 맞춰 장단을 맞추며 관객의 몰입을 돕는 가운데, 콜린 멜로이가 맨 앞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내가 옛 시대의 일로 떠올리는 것, 즉 '이야기를 청중에게 전하는 것을 공연 활동으로 삼는 일'을 밴드 음악 및 현대 대중음악으로 구현해 왔다. 그 일을 자그마치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묵묵히 해왔으며, 9개에 달하는 정규 음반에는 그 본분에 대한 흔들림 없는 뚝심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앨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커리어 전체를 통틀어 이러한 목적 하나에만 꾸준히 매달리는 밴드는 사실상 유일하기에, 이는 오랫동안 '포크로어'로서의 포크를 전달하는 것에 충실한 뮤지션의 사례를 다른 밴드에게서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현존하는 것만으로도 본 글의 주제에 관해 가장 귀중한 사료가 된다.



| 브리티쉬 포크 + 컬리지 록의 영향?


일단 그들의 뚝심에 기반이 되는 미학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어림잡기 위해선 그것의 성격을 먼저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유전학에 비유하자면 표현형을 먼저 보느냐, 유전자형을 먼저 보느냐. 후자라면 그것이 어느 지점으로부터 유래하여 발현에 이르게 됐느냐에 관한 것이며, 유래를 보기 위해 필요에 따라 계통 및 원형을 보기도 할 것이다.


혹은 지금부터 내가 취할 접근법에 따르면 유전학 대신 화학에 비유하는 것이 더 옳을 수도 있겠다. 음악을 이루는 구성을 보려 한다. 다른 말로 성분을 파헤쳐 보고자 하는 것인데, 이는 양분을 봄으로써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양분은 무엇일까?


나 역시 함께 배우는 학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참조할 만한 자료가 필요하다. 올뮤직의 Linda Seida의 코멘트를 발췌하겠다.


the Decemberists craft theatrical, hyper-literate pop songs that draw heavily from late-'60s British folk acts like Fairport Convention and Pentangle, and the early-'80s college rock grandeur of the Waterboys and R.E.M.


미국 태생 밴드의 성분이 다름 아닌 영국 포크에서 비롯됐으며, 심지어 RYM에서 장르 표기에 브리티쉬 포크 록이 명시적으로 포함된 앨범도 있다는 것은(아메리카나와 브리티쉬 포크 록이 동시에 표기돼 있는 모양새가 기괴할 노릇이다) 의아하기까지 하다. 피치포크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들의 방향성이 펜탱글, 셜리 콜린스, 페어포트 컨벤션 등 70년대 영국 포크 리바이벌 뮤직에 기인했음을 그들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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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디셔널 포크를 기반으로 하는 양국 간의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컨트리와 블루그래스에 확실하게 뿌리를 잡고 있는 미국 포크에 반해, 영국에서의 트래디셔널이라 하면 마치 산업혁명보다도 훨씬 이전의 시대로 거슬러 가야 될 듯할 만큼 민속성이 더 짙어 보인다.


신화를 중심으로 한 켈트 록/켈틱 포크의 본고장이기도 한 국가답게, 그들에게 소재란 오히려 정치적 이슈로부터 상대적으로 멀리 있는 것이어도 괜찮다.



또한 포크 록이 아니더라도 기타와 하모니카만 취급할 필요가 없다. 아코디언, 리코더, 하모니움 등 다양한 악기를 혼용하며 오케스트라에 가까운 편성을 동원해도 좋다. 페어포트 컨벤션도 포스트록의 갓 스피드유 블랙 엠페러!처럼 밴드 이상의 거대한 공동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며, 옆나라 아일랜드의 치프테이너스라는 그룹은 명시적으로 포크 오케스트라로 불리며 브리티쉬 포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브리티쉬 포크는 전원적이고 목가적임에도 묘하게 고풍스럽고 풍성하다. 펜탱글의 대표곡들을 듣고 있노라면 중세 시대에 온 것만 같을 정도다. 챔버 팝/바로크 팝의 형식을 따르지 않는 밴드라도 그 자체로 고풍스럽고 이질적이다. 소재나 서사, 수사학, 무드 등은 초현실적인 경우가 많다. 가령, 사이키델릭 포크의 선구자격 밴드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처럼 말이다.


<The Tain> EP나 <Picaresque> 등의 중반 이후 작품들과 달리, 사이키델리아를 구태여 빌리려 하지 않던 초창기 디셈버리스츠에게도 묘한 초현실성이 느껴졌다면, 그리고 보다 문자 그대로의 민속에 가깝게 느껴졌다면, 이는 브리티쉬 포크의 영향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 초기 80년대 컬리지 록의 영향에 대해선 어떨까. 워터보이즈(the Waterboys)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그의 <Fisherman's Blues>는 콜린이 "너무 많이 들어서 오히려 질린다(wore out from obsessively repeated listens)"라고 밝히기까지 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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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뮤직(big music)'이라는 카테고리 하에 컬리지 록이 반발하던 아레나 록의 장대함을 컬리지 록에서 엇비슷한 수준으로 녹여내려 했던 마이크 스콧(Mike Scott)의 역설적인 시도는, <Fisherman>에 이르러서야, 이를 누그러뜨리며, 대신 컬리지 록의 전형에 더 부합한 수수한 포크 사운드를 내세우게 됐다.


그 와중에 끌어들인 풍채는 켈트와 영국이었다. 말하자면 60년대 인크레더블 스트링 밴드 등에 얻은 영감을 프로토-인디록으로 재구성한 80년대판 브리티쉬 포크인 셈이다.

그러나 그 안에서 스콧은, 그렇다고 로큰롤을 버리지도, 자신의 빅뮤직 미학을 완전히 버리지도 않았다. 약간의 웅장함이 가미된 곡이 일부 섞여 있어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백그라운드나 리릭시즘에 따른 서사시적 접근을 봐야 한다. 이전에 펼쳐 왔던 편곡 방식 못지않은 장대하거나 고상함이 문학성에 대신 깃들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블루스로 취급한다. 이때의 블루스는 로큰롤 및 리듬앤블루스의 그것이다.


콜린은 그로부터 영국성과 미국성, 포크와 블루스, 서정과 서사, 우화와 리얼리즘, 수수함과 고상함 등에서'가교'를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질리도록 들어왔다고 하니, 이는 단지 학습이 아닌 체화의 의미로서의 배움이었을 것이다.



컬리지 록 전반의 영향에 대해서도 짚어보아야 한다. 그는 즐겨 듣는 뮤지션 중에 R.E.M. 뿐만 아니라 더 스미스(The Smith), XTC를 함께 얘기한 바 있다. 단지 인디 록 밴드라서 영향을 받았다는 얘기일 리가 없다. 당연히 더 구체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콜린이 가장 영향받았을 부분은 첫째로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지성일 것이다. 이는 70년대 싱어송라이터 무브먼트와도 다른 맥락이며, 밥 딜런 시대의 리릭시즘과도 다르다. 물론 그들의 지성이 R.E.M. 등의 후대에게 영향을 줬으므로, <Murmur>과 같은 작품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지성을 사회와 연결하는 방식에는 자기 고백적 표현이나 노골적인 사회저항과 다른 것들이 상당수 포함돼있다. 이를테면 뉴트럴 밀크 호텔의 제프 망굼(Jeff Mangum)이나, 더 마이크로폰즈의 필 엘버럼(Phil Elverum)도 영향받은 부분일 텐데, 그것은 복합적인 알레고리나 추상적인 은유를 동반하는 이른바 '해석의 여지'에 관한 것이다.


밥 딜런이나 조니 미첼의 가사도 시적인 만큼 때로 어렵게 들리기는 하나, 리얼리즘과 더불어 개인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분명한 테마 및 메시지에 기반을 두었다. 그러나 대학가 엘리트들의 것은 보다 문예적으로 현란하다. 텍스트로 기교를 벌이거나 실험을 하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다양한 기법을 사용한다.


이를테면 주로 아이러니를 통해 유머가 이뤄진다. 혹은 XTC의 "Making for Nigel"처럼 화자 및 대상자의 설정이 기발하거나 모호할 수 있다. 혹은 마이클 스타이프의 일부 작사법처럼 의식의 흐름에 가깝게 들릴 수도 있다.





Absolutely, and I think that has to do with having listened to countless pop records, R.E.M. and the Smiths and XTC-- all these people for whom melody is king.


두번 째로는, 이토록 복잡한 리릭시즘을 담아내는 멜로디로, 이는 콜린이 직접 밝힌 부분이기도 하다. 문학에서 음악으로 시점을 옮겨보자.


그러나 이를 인과적으로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콜린이 멜로디를 주조하는 방식은 이론이 아닌 전적으로 아이디어와 직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유일한 단서라면, 컬리지 록에 포함 가능한 세 대표적 밴드를 '멜로디가 왕인 사람들'이라고 지칭했다는 것뿐이다.


또한 멜로디가 컬리지 록과 이외의 것은 어떻게 구분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현재까지 마땅히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멜로디가 주류에 대응하던 컬리지 록과 주류의 간극을 상쇄했다'라는 견해는 내놓을 수 있을지도 모르리라.


이 역시도 논리가 아닌 직관에 의한 것이기는 하나, 어쨌거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찾아내려던 해답의 포인트가 여기에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문득 따올랐다. 컬리지 록에서의 멜로디가 갖는 기능은, 곧 절충이다. 언더그라운드 펑크와 팝 록 사이를 연결하며 출발했던 초기 얼터너티브 록을 컬리지 록과 동의어로 취급하기도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즉 주류와 구분되는 음악 한가운데서도, 대안으로써 그것을 때로 당대 주류보다도 팝적인 무엇인가로 만드는 간결함과 친밀함, 혹은 청중을 향한 호소력이 곧 컬리지 록에서 논하는 멜로디이며, 그것을 바로 이해하고 능숙하게 성취하는 자가 곧 콜린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멜로디가 왕'으로 불리는 것일 테다.



| 영향미학이 되고, 미학이 항로가 되며


그러나 이것들은 어디까지나 영향일 뿐 계보가 되진 않는다. 간혹 아케이드 파이어와 더불어 디셈버리스츠를 뉴트럴 밀크 호텔의 진정한 후계인 것처럼 설명하는 글들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발견된다. 나 역시 본 그룹을 다루기 위해 뉴트럴 밀크 호텔을 언급하는 것이 과연 필수불가결한 수순인지에 대해 악착같은 고민을 한 바 있으니 말 다한 셈이다.


나 역시 그들이 표면적으로 매우 유사하게 보일 수도 있음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앞서 논한 영향들을 제외하고 다른 밴드와 비교를 하는 대신에 이번에는 곧바로 그들의 독립적인 미학에만 포커스를 두도록 하겠다. 만약 이를 추적하면서 정녕 꼭 짚고 넘어가야만 할 정도로 중요한 유사성이나 그에 대한 항변의 여지가 있다면, 결국 그때 가서 자연스럽게 언급될 경우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므로, 굳이 당장 집착하진 않겠다.


어쨌든 지금 우리는, 상기한 영향을 바탕으로 그들의 미학이 디스코그래피에 걸쳐 어떻게 적용 돼왔는지를 볼 것이다. 물론 재차 강조하지만 현재 정규 앨범만으로 9개에 달하는 20년 경력의 밴드다. 당연히 모두 볼 수 없다. 어째서 본글에서 유독 그놈의 셋을 좋아하는지 본인도 모르겠지만, 대표작 세 개 정도를 훑어볼 것이다.


a. Her Majesty the Decemberis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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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Majesty>라는 단어만으로 본 작은 영국스러움을(어쩌면 비틀즈로 인해 더더욱), 왕정 시대의 고풍스러움을 상징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는 종종 근대의 폐허와 비극 속에서 꽃을 피우곤 한다. 참호 속에 몰래 유흥을 즐기는 커버 속의 일개 병사들처럼 말이다. 어둡고 어지러운 시대에 놓인 평범하고 때로 무력한 소시민을 곧잘 다룬다.


여기에 주로 테일즈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옴니버스식 구조와 가상의 드라마로서의 성격을 강조하는 연극적인 악기 편곡 및 멜로디가 더해진다. 지리멸렬함 속에서 고풍스러움을 재획득하고 주인공들의 일화는 곧 우화가 된다.

b. Picares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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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Picaresque>는 그들의 미학을 맥시멀리즘으로 실천할 때 어떤 형태가 구현되는지를 볼 수 있다. 유달리 웅장하고 과장스러우며 바로크틱하다. 분장과 코스튬을 활용한 뮤지컬식 라이브 퍼포먼스가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제목 역시 노골적으로 문학 양식의 일종을 표방하고 있음을 지시한다. 그들만의 스토리텔링으로서 차이가 있다면, 해당 양식의 전형으로 삼는 '악한 자'라는 주인공들의 설정을 비튼 데에 있다. '악한 자'를 '약한 자', 다시 말해 무력하거나, 몰락하거나, 지질하거나, 처절한 자로 해석한 듯한 서사로 가득하다.



c. The Crane W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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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aresque>를 통해 테일즈의 극대적인 연극성을 실험했다면, <The Crane Wife>에서는 알레고리의 확장성과 응집력을 실험했다. 그간 단편집의 구조를 선호하던 그들이 이번에는 하나의 장편 소설을 출간한 셈이다. 각각이 개별적인 스토리의 전체로 기능했던 트랙들이 완결된 서사를 위한 '플롯'의 부분으로 작용했다.


'다채로움'이란 말이 걸맞던 내러티브가 '복합적임'에 어울리도록 바뀌면서, 팬들은 그간의 해석법을 통일성이라는 장치의 도입 하에 새롭게 변형해야 했다. 다행히도 여전히 유려한 멜로디가 자칫 높아질 수 있는 진입장벽을 상쇄해 주는 역할을 하는 동안에 말이다.


그들은 극단과 작가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스토리텔링 방식에 독창성을 끊임없이 실험해 오며, 그러나 멜로디로 하여금 그것이 한순간도 팝 음반으로서의 친밀함을 잃지 않도록 균형을 지켜왔다. 일단 그들의 이야기가 너무 재밌으니, 그리고 거의 본 적 없던 방식으로 낭송 및 연기하는 것이 신기하니, 그러면서도 또 보러 와도 괜찮을 만큼 어렵지 않고 친근하니, 어느샌가 무대 앞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대학로 연극제에서 소소하게 시작하여, 입소문을 타 몇 년 뒤에 해외까지 수출되기에 이른 가장 성공한 뮤지컬을 보고 있는 것만 같다. 실제로 차기작 <King Is Dead>을 통해, 미국 빌보 앨범 차트에 무려 1위에 오르는 쾌거까지 달성하기도 했다. 컬리지 록의 거장들처럼 그들 역시 주류와의 간극을 깨뜨리는 데 성공한 순간이다. 물론 브리티쉬 포크의 영향을 뒤늦게 깨닫고 미국인으로서 이로부터 벗어나 아메리카나에 돌아선 이후이지만 말이다.


| Tarkio : 항해하는 법을 배우던 순간으로 돌아가서


주류에 도달하는 것이 그들의 항해 목적은 아니었겠지만, 그럼에도 킬 록 스타즈(Kill Rock Stars) 레이블과의 첫 계약부터가 대양에 드러 선 순간이며 빌보드에 입성한 때가 대양에서 꿈을 이룬 순간인 셈이라고 하겠다. 말하자면 그들은 제법 근사한 항해 일지를 써 내려갔다.


이제 역으로 그 일지의 첫 페이지로 돌아가는 작업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여정은 그들의 항로 전체를 이해하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지도를 펼쳐 항로를 설계하던, 혹은 시범 운항을 하던 과정의 맨 처음을 볼 차례다. 어쩌면 처음 항해를 꿈꾸게 된 순간까지 거슬러 내려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디셈버리스츠가 있기 전, 학생으로서 이론을 배우기 시작한 때를 타르키오(Tarkio) 활동 당시로 볼 것이다.



Kevin Suggs

학생으로서 이론을 배우기 시작하는 단계라는 것은 문장 그대로다. 콜린이 대학교의 창작 글쓰기 프로그램(creative writing program)에서 기른 소양을 지역 내에서 꾸린 작은 밴드(혹은 밴드 동아리 느낌에 가까웠을지도)에 그대로 적용시켰다.


당시만 해도 그들은 미국의 지역 색이 강한 아메리카나 및 컨트리 포크가 주된 스타일이었다. 더 직접적으로 R.E.M.와 워터보이즈에 가까웠고, 깁슨 하트웰(Gibson Hartwell)의 밴조와 케빈 서그스(Kevin Suggs)의 페달 스틸이 전원적인 인디 록의 성향을 뒷받침했다.


비록 이때의 연주 스타일은 전형적인 어쿠스틱 팝에서 좀처럼 벗어나진 않으며 다른 부분에서 특별히 뛰어나다고 할 만한 점이 언뜻 보이진 않으나, 그럼에도 특기할 만한 점은 역시 콜린의 문예가로서의 기질이다. 애초부터 그는 문예창작 전공으로 대학에 있는 것이었다.


1999년의 EP 제목은 좀 더 의미심장하다. <내륙에 있는 선원들을 위한 바다 노래들>이라나. 평소에도 바다와 항해라는 이미지를 그가 선호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게는 <Castaways and Cutouts>의 앨범 커버와도 밀접한 알고리즘을 형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I guess I was hoping for something more>의 앨범 커버로 확인 가능한 해변가로부터 살짝 나아간 소녀의 이미지도 마찬가지.


이렇듯 처음부터 그는 항해를 향한 꿈을 꾸었던 것이 아닐까. 혹은 바다 넘어 이곳저곳을 누비며 이야기를 펼치는 유랑 극단으로서의 꿈이기도 할 것이다. 그가 엄청난 낭만주의자라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가 소박한 커피숍에서 선원들을 모으고, 서포트해 줄 누군가를 찾아다니며, 여러 데모 테이프를 만들고, 그 사이에 꾸준히 이야기를 창작하고 때로는 동화 작가 일도 겸하기도 했던 것도 그의 원대한 낭만과 어쩌면 야망을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해본다.



| 5 Songs: 본격적 출항에 앞선 약간의 시범 운항


학위를 마치면서 그는 둥지를 떠났다. 대학은 물론, 고향 몬태나로부터, 그리고 타르키오로부터. 그는 포틀랜드로 거처를 옮겼고, 선원들을 새로 구했으며, 결과적으로 새로운 크루를 구성했다. 그것이 디셈버리스츠다.


어쩌면 타르키오 자체를 디셈버리스츠의 데모 버전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그간 학습한 것들을 실전에서 써먹으며, 본격적으로 비전을 펼칠 차례가 왔다. 그는 진정으로 출항하여 꿈을 펼칠 준비를 해야 했다.



타이틀 그대로 <다섯 곡으로 꾸린 EP>는 일종의 시범 운항이다. 아직 장비를 근사하게 갖추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쌓아 올린 역량과 새로운 선원들과의 합으로, 그럴듯한 팝 음악을 만들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었다. 타르키오에서의 밴조나 바이올린 대신 그들의 팝은 전형적인 어쿠스틱 기타와 아주 약간의 독특함을 발휘하는 페달 스틸에 의존했다.


직선적이면서도 역설적으로 조심스럽다. 주제나 내러티브에 있어서 야심 찬 시도를 벌써 하는 대신 일단 사운드에 안정감을 찾으려 했다. 조심스럽다는 것과 팝 음악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고자 했다는 것은 이 점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낭만주의와 서정성은 그럴싸하게 발현되고 있었으며, 이것들 모두 이미 그들 특유의 것이라 할 만한 것들이었다.


요컨대, 비전을 향해 가기 위한 배, 다른 말로 구조적 틀은 충분히 갖추었다. 출항 가능성은 충분히 낙관적이다. 이다음으로는 그가 원하던 '이야기들'을 담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 이야기들과 이를 담는 행위가 그들을 얼마나 특별하게 만들 것인가. 청중에게 비로소 다가가며 꿈을 이루는 것에 대한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그들의 출항은 성공적이다. 다음에 공개될 데뷔작이 주목을 이끄는 데 성공할 테니까 말이다. <5 Songs>에서 <Castaways and Cutouts>로 이어지는 놀라운 성장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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