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프로젝트 / 인터내셔널 앤덤 / YNQ / 뉴 브리드...
(목차)
ㅇ Like-Coping
ㅇ The Relatives
ㅇ International Anthem
- Rob Mazurek: Alternate Moon Cycles
- Makaya McCraven: In the Moment
ㅇ Yerterday's New Quintet
ㅇ The New Breed
(윗 첨자나 '*'대신 '∮'를 통해 개념 주석 여부를 별도로 표기했습니다. 단, 본문의 핵심을 이해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자의로 판단한 경우만 선별해 첨부한 점 양해 바랍니다.)
*#1.에서 이어서...
https://brunch.co.kr/@6bce52336c644f8/34
● "I have always felt that music-making is a communal gesture."
- 제프 파커는 자신의 솔로 프로젝트에서도 개인의 주도보다 집단의 조화를 우선시
- ∮임프로비제이션에 관해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대입하면서도, 비밥이나 프리 재즈의 전형으로 귀결되는 것만큼은 완강히 거부─[Like-Coping]이 ∮포스트 밥(post-bop)으로 분류되는 이유이기도
● [Like-Coping]: 정석적인 트리오 편성 & 덜 전위적이고 오히려 정통적인 성격
- "Holiday for a Despot", "Omega Sci-Fi" 등 일부 곡에서만 난해함과 추상성을 허용
- 앙상블과 하모니 등을 지향해오던 음악관을 기조로 재즈의 전통과 정석을 새롭게 이해해 보는 시도로 해석
● 2년 뒤 발표한 차기작 [The Relatives]는 접근성이란 측면에 한 발 더 나아가, 균형 실험에 대한 범주를 확장
● 70년대 라디오에서 주로 흘러나오며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던 상업 재즈를 전면에 표방─∮쿨 재즈(cool-jazz) 미학
● 핵심 키워드: Song-Oriented
- 기존의 실험 주제였던 즉흥연주와 편곡 간의 균형에 관해서 이번에는 후자에 더 심층적으로 몰입하며 상업적 재즈의 구성적 친절함에 주목
- 이는 듣기 편안한 세련된 화성과 템포를 중시하면서 얻게 되는 ㈀ 멜로디와 하모니의 안정감, ㈁ 느슨하고 순화된 긴장, ㈂ 앙상블 내 여유로운 호흡, ㈃ 충실한 스윙, ㈄ 구조적 완결성 등을 차근히 탐구
● 사중주로 전작보다 편성을 넓혔으나, 솔로 프로젝트임이 무색할 정도로 여지 없이 자신의 지위를 철저하게 축소하고 양보
- 자신의 기획적 역할마저 구조적으로 완전한 음악 내에서 그저 한 구성 요소로만 상대적인 관계성에 집중
- 이에 따라 그의 기타 연주는 커리어 통틀어 본작에서 가장 미묘하고 절제적
● 몇 년 뒤, 모던 시카고를 계승한 레이블 International Anthem에 입단해 실험이 새로운 국면으로 돌입
● "Boundary-Defying Music": AACM의 정신에 충실하며, 노골적으로 탈경계성을 주창
● 재즈로 규정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집단─그나마 jazz and its offshoots, jazz-identified, post-jazz라는 키워드를 선호
● 이들의 탈경계 무브먼트에는 '라이브 및 아날로그 세션'과 '디지털 레코딩 및 프로세싱'의 대립적 관계를 완전히 적극적으로 해체하는 실험을 포함─∮포스트 프로덕션 차원에서의 전위적 시도가 중요해지는 대목
- 아래 두 작품은 인터내셔널 앤덤 하에 두 모더니스트의 핵심 사례에 해당
●코넷 연주자 Rob Mazurek의 [Alternate Moon cycles]는 사실상 재즈보다 드론(Drone) 음반에 근접
●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으로 구성된 앰비언트 공간에 롭의 코넷이 나지막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식
● 무조와 선율 간의 교묘하고 수평적인 일체를 갖는 매우 극단적인 형태에서 즉흥연주의 작용 관찰
● 시카고의 작은 바에서 진행된 공연을 ∮필드 레코딩의 형식으로 녹음함으로써, 환경음과 연주음 등의 아날로그 소리가 디지털-프로세싱 과정으로 재현되면서 경계에 혼선
● 드러머 Makaya McCraven의 [In the Moment]는 추후 제프 파커의 실험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
● 1년 간 시카고 클럽에서 진행한 공연 실황을 녹음(공연 타이틀: <Spontaneous Composition>)
- 자신의 연주에 대해 임프로비제이션이나 잼 세션보다 '컴포지션'이라는 용어가 엄밀히 옳다고 생각
- 다만, 작곡의 성질이 자연발생적(spontaneous)인 것일 뿐
- 표면적으로는 즉흥 연주와 다름없으나, 구태여 단호하게 용어를 구분한 이유는 곧 구조주의에 입각한 시카고 모더니즘; 즉흥성을 반드시 반구조성과 결부 짓는 것에 대한 저항일 것
● 48시간가량 필드 레코딩으로서 기록된 공연 현장이 곧 샘플;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 샘플링을 통해 구간 별로 분절하고 해체, 그리고 최종적으로 재조립
● 제프 파커는 곧 [In the Monet] 작업 과정에서 증명한 '프로듀싱 및 레코드의 인위적 활용(필드 레코딩, 샘플링, 오버더빙, 리믹스 등) 통한 혁명'을 선행 사료로 삼았을 것
● 인터내셔널 앤덤의 영향으로 제프 파커 역시 포스트-프로덕션의 영역에서 방법론을 골몰하기 시작
● 동시에 그는 오랫동안 J Dilla이나 Madlib과 같은 힙합 프로듀서에게 관심
● 핵심 아이디어 키워드: 비트-메이킹
● 원본; 라이브 세션 및 임프로비제이션 -> 창작; 샘플링(컷 앤 페이스트, 루핑 등) & 반복적인 그루브 -> 결과; Song-oriented & Boundless-defying 퓨전
● 모범적인 선행 사례: Yesterday's New Quintet - [Angels Without Edges]
- 각 악기를 모두 독주 및 녹음한 뒤 이를 재조립 및 재구성해 마치 집단즉흥연주처럼
- 연주는 임프로비제이션이란 원칙을 충실히 이행했음에도 샘플링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루브 및 구조적 안정감 형성
- 과잉된 기교보다는 라운지에서 틀어도 손색없도록 차분하고 절제된 미학 속에 퓨전 및 아방가르드 실현
● 한편, 제프 파커는 LA에 스튜디오를 마련하며,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다른 로컬 씬의 조류를 흡수
● 시카고 vs LA: 통합적 방법론
- 시카고: 60년대 프리 재즈의 모순과 한계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의미에서의 탈경계 및 아방가르드 실현
- LA: 비밥의 현학성과 난해함에 대응해 쿨 재즈 미학이 탄생한 이래로, 다른 장르 커뮤니티나 대중을 향한 온건하고 관용적인 자세로 장르 크로스오버─친화성(intimacy)의 실현
● 특히 LA 재즈 씬은 힙합, 소울, 일렉트로니카 등의 문법과 감성을 일찍이 수용; 자연스럽게 비트와 흡사한 리듬 및 그루브에 친숙
- 뉴 재즈(nu jazz)로서의 특성과 맞닿아 있기도
● 제프 파커는 곧 인터내셔널 앤덤 관련 프로젝트 활동으로 선행해 온 연구 지식과 힙합 프로듀서들의 방법론에 대한 관심사에 LA 씬이 추구하던 미학적 본질─비트 문법, 친화성 등─을 접목해 새로운 솔로 프로젝트 [The New Breed]에 반영
- 대부분의 트랙에서 기타 및 관악기로 주조된 가변적인 멜로디와 화음에 묵직한 드럼 루프가 중심을 지탱하며, 뉴 재즈 특유의 흑인음악적 빈티지가 부각
- ex) "Executive Life"; 90년대 힙합 바이브 or "Cliche"; 70년대 소울 바이브가 물씬
● 여전히 그는 합주의 형식을 선호; 프로젝트를 위한 동명의 사중주 편성
- 그럼에도 본작을 기점으로 비교적 앙상블에 대한 집착 완화
● 구조실험으로서의 목적의식에도 일관하지 않는 대신 보다 입체적인 관점에서 작품을 구성; 본격적으로 자신의 프로젝트에 내러티브를 부여하기 시작
- 가족적(타이틀 - 아버지 故 Ernie Parker의 생전 운영 가게명 / "Cliche"의 보컬로 딸 Ruby Parker 참여) 테마 및 자전적 성찰을 앨범 콘셉트에 반영; 집단에서 개인으로 시선 이동
기존 프로젝트의 '탐구적 접근' -> 맥락과 정서를 바탕으로 한 '감상적 접근'
● 본작을 통해 획득한 관점의 변화 및 음악적 발전이 정신적 후속작 [Suite for Max Brown]에 연계 및 확장
∮개념 설명(선택적으로 보시면 됩니다!)
1. 임프로비제이션(improvization): 일반적으로 '즉흥연주'라고 하면 미리 작곡된 악보 없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연주를 하는 행위를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지만, 재즈 용어로써 '작곡 및 연주 과정에 재즈의 문법(스케일, 아르페지오, 리듬, 보이싱 등)을 활용한다는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임프로비제이션'으로 종종 엄밀히 구분하기도 합니다.
2. 포스트 밥(post-bop): 특정 양식보다는 시대적 조류를 포괄하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시대란 쿨 재즈와 하드 밥(+모달 재즈)으로 양분된 50년대를 거쳐, 프리 재즈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는 60년대 전 일종의 과도기를 기점으로 합니다. 프리 재즈와 거의 동시에 발생했으며 혁신을 추구했다는 점을 공유합니다. 그러나 구조를 전면적으로 파괴하고자 했던 프리 재즈와 달리 최소한의 구조적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것을 중시합니다. AACM 및 제프 파커와 마찬가지로 '이성적이고 절충적인 혁신'을 중시했던 셈이죠.
3. 쿨 재즈(cool-jazz): 비밥으로부터 파생됐으나, 현란한 기교를 자제하고 '곡(song)으로서 안정적인 구조와 조화로운 구성, 멜로디와 하모니, 차분하고 절제된 미학을 중시하는 '분파'입니다. 일단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뻗어 나가기 용이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비밥을 뿌리로 삼으며 그렇다고 극단성을 내세우진 않지만, 그럼에도 강렬함과 에너지를 더 중시하는 반대급부의 성질을 지닌 하드 밥과 함께 이해할수록 유용합니다.
4. 포스트 프로덕션(post-production): 작곡과 연주, 그리고 녹음까지를 한 과정으로 봅시다. 전통적 재즈였다면 디지털 및 프로그래밍의 영역으로 가게 되는 작업, 즉 포스트 프로덕션에 대해서 과연 얼마나 신경을 썼을까요. 음반으로 공개하는 경우라면 물론 수행하겠습니다만, 그럼에도 예술적 혁신을 위한 한 파트로 보는 경우가 비교적 덜했을 것입니다. 순수 연주를 중시할 테니까요. 그러나 인터내셔널 앤덤의 혁신을 녹음보다도 이를 통한 '조작 및 편집' 과정에서 발견하는 것이 본문의 주요 논점 중 하나였기에 '포스트-프로덕션'이란 개념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5. 뉴 재즈(nu-jazz): 90년대 이후 전자음악 및 댄스(통상적인 관점에서 좀 더 우위를 차지)나 힙합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재즈입니다. 따라서 비트와 그루브가 필연적으로 강조됩니다. 여기에 신시사이저나 전자 이펙트 역시 더러 쓰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임프로비제이션이 베이스라는 점에서 재즈의 원칙을 존중합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2020년대 디지코어 씬으로부터 파생된 '뉴 재즈'는 본문의 논의와 무관합니다...)
제프 파커(Jeff Parker) 사전 연구 Finish,
탐구를 위한 감상: [Suite for Max Brown] Start.
(타이틀 배경 출처: Bandc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