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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상주의 Aug 27. 2024

2020s 웨스트 로컬 힙합의 연합적 광란

[3rd Shift] / J.U.S X Squadda B

RYM

타이틀: 3rd Shift

아티스트: J.U.S X Squadda B

발매일: 24.08.06

레이블: Bruiser Brigade

장르(RYM): 하드코어 힙합, 트레드, 디트로이트 트랩, 클라우드 랩, 익스페리멘탈 힙합


리뷰어: Alphonse Pierre

Rating: 8.2 

게시일: 24.08.15

분류: RAP



The Detroit rapper teams up with Oakland’s Squadda B for some interstate madness. J.U.S rolls with every beat for a record that sounds specifically local but refreshingly timeless.

디트로이트 래퍼는 주(州) 연합에 의한 광란을 위해 오클랜드의 스쿼다 비와 팀업을 이루었다. J.U.S는 특히나 로컬스러우면서도 신선하리만큼 시대초월적으로 들리는 음반을 위해 매 비트마다 날아다닌다.


| Two Rap Meccas: Detroit 

피에르는 두 지역 간의 오랜 유대 관계에 주목하며 서문을 연다. 디트로이트와 오클랜드(베이 에어리어). 이에 대해 본 글은 각 로컬 씬이 힙합을 위해 펼쳐 온 영향력이나 걸어온 역사를 잠시 짚고 넘어갈 것이다. 먼저 미시간 주 및 디트로이트 시에 관해서다.

List & Guides: A Guide to Michigan Rap, 2020’s Most Exciting Regional Scene (Pitchfork)

피치포크의 피쳐 컨텐츠 중 하나를 참고하겠다. 자료에서는 디트로이트와 플린트 시를 필두로 2020년대의 미시건 랩 씬에 대해 집중하고 있다. 디트로이트가 형이고 플린트가 의붓동생이란다. 출발점은 대략 Street Lordz와 Eastside Chedda Boyz에 의한 성취의 순간으로 잡고 있다. 그중 Lordz는 추후 더 중요하게 다뤄질 것이다. 초기 영향은 비록 제한적이라고 인정함에도 훵키한 베이스, 부산스러운 드럼, 불길한 피아노 멜로디로 말미암은 독특함에 눈길을 주고 있다. 아마도 태그 키워드는 #groovy, #darklyhumorous #offensive로 꼽으면 될 듯싶다. 첨언하여, 각 태그에서 어두운 유머와 섬뜩할 정도로 공격적인 가사는 미시간 외에도 90년대 힙합 씬 전반에 유행하던 호러코어로부터 온 것이며, 훵키한 그루브는 후술 할 베이 에어리어(Bay Area)로부터 힌트를 얻은 것이다.  


The Pitch: It’s a Mid-Year Michigan Rap Check-In (Pitchfork)

10년대 초반에 Team Eastside와 Doboyz Cashout(+ Helluva)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듯싶던 미시건 씬은 후반에 이르러 Tee Grizzely, Sada Baby, 그리고 Drego 등에 의해 포텐셜을 터뜨린다. 이 즈음에 그들이 점화시킨 서브장르가 바로 오늘날에 그토록 거론되고 있는 디트로이트 트랩. Peezy(Team Eastside의 수장), YN Jay, Louie Ray, Rio Da Yung OG(플린트 출신 뮤지션) 등의 주역들이 성장세를 끌어올림과 더해, 각종 비평 매체들은 근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세대 중 일부인 Babyface Ray나 Babytron(올해 에미넴의 <Tobey>에 참여한 바대로 그는 이번에 계승을 위한 봉화를 제대로 쥐었다!) 등의 활약에도 주목 중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로컬 힙합 씬을 논할 때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도시(특히 높은 확률로 동시에 떠오르고 있는 '밀워키' 시와 짝지어)로서 거론되고 있다.  



| Two Rap Meccas: Bay Area 

How the Bay Area became a rap incubator with a chip on its shoulder (NPR(

다음으로 베이 에어리어 차례다. 디트로이트의 그루브는 그들로부터 힌트를 얻었다고 하였다. 비단 미시간뿐만 아니라, LA, 텍사스, 캔자스, 샌디에이고, 시애틀 곳곳에도 적용되는 부분이다. E-40나 Too $hort 등의 레전드들의 출신지이며, 랩 씬에서 Pimp나 향락으로서의 drug를 다루는, 소위 '더티한' 인상의 랩은 대부분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나 브루클린, 애틀랜타 등의 주요 성지는 고사하고 근래에라도 빛을 발하고 있는 디트로이트에 비해 여전히 이 지역의 전체가 조명받는 수준은 유감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Kit hatin' the Bay!"라고 하는 그들의 항변에 미약한 보탬이라도 하고픈 바람이라고 여겨주길 바란다.


‘It’s Pure Energy’: How Hyphy Came to Define Bay Area Hip-Hop (KQED)

Too $hort의 dirty rap이나 Magic Mike의 pimp rap 및 mobb music 외에도 이들에 의해 시작된 하이피(hyphy)란 장르가 얼마나 이후 힙합 씬 전역에 걸쳐 중요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알아차리게 된다면 당신은 놀랄 것이다. Mac Dre, Kead da Sneak, Mistah F.A.B., Rick Rock, Traxamillion, 그리고 당연히 E-40도 포함해 다수의 이들에 의해 형용사적인 표현처럼 쓰이게 된 해당 장르는 어원대로 'hyperactive'하다. 춤을 추고 싶게 만드는 업 템포라고 하는데, 그 춤이란 거의 광란에 가까운 수준을 지칭하는 것일 테다. 더 중요한 것은 포스트-하이피라고 부르는 이들의 영향이 바로 10년대 초에 DJ Mustard에 의해 대박을 친 래칫이나 알앤베이스(RnBass), 그리고 현재 플럭앤비(pluggnb)의 유행에도 꽤 연관돼 있는 저킨 뮤직(jerkin' music)에도 일조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베어 에어리어의 놀라움에 관해, 요컨대 그들이 직접적인 간판이었던 적은 없을지라도, 마치 뻗치지 않은 데가 없는 마이다스의 손과도 같은 곳이라고 볼 순 있을 것이다.



| Detroit, It's Like Oakland!   

Payroll Giovanni on the similarities between Detroit and The Bay Area (Youtube - Bootleg Kev)

디트로이트의 래퍼들은 베이 에어리어의 공로에 대한 인정을 곧잘 인정하는 편이다. 일례로 Payroll Giovanni는 인터뷰에서 그들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사촌 지간과도 같다며 깊은 유대 관계를 주장한다.

Street Lordz가 오클랜드 뮤지션들과 이뤘던 협업을 예로 드는 그. Lordz는 데뷔작 [Platinum Rolees Don't Tic Toc]에서 Too $hort, B-Legit, Spice 1 등의 선구자들을 참여시켰다. 이미 설명한 Too $hort 외에도, Spice 1은 92년 셀프타이틀 데뷔앨범을 통해 베이 에어리어 식의 초기 사운드를 대중에게 각인시킨 업적이 있고, B-Legit은 프리-하이피(pre-hyphy) 흐름에 있어서 근원 중 한 명이 되는 인물이다.    


Discogs

Alphonse Pierre는 Lordz의 앨범을 두고 디트로이트와 베이 간의 공식적인 결혼이 성사된 날로 비유한다. 그렇다면 청혼은 누가 먼저 했을까. Too $hort의 90년 앨범 [Short Dog's in the House]의 동명 인트로에서 선언한다. "Detroit, It's like Oakland!" 리뷰에는 이들의 유대에 기원을 추측하는 주석이 첨언돼 있는데, 차량 제조업의 대이주나 더 기원적인 단합된 분투 등을 떠드는데... 단지 음악적 성향이 비슷한 이웃 지역 간의 동지애 정도로 넘어가도 문제시되진 않을 것이다. 다만 이들의 동지애가 현재까지도 꽤 오래 지속되고 있음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 J.U.S X Squadda B: they share the same brain

 

Pitchfork

그들의 유대는 현재진행형인 듯하다. J.U.S와 Squadda B의 콜라보레이션 [3rd Shift Album]이 그것. 이들이 각자 어디서 왔고, 어떤 예술을 해왔는지에 대해 짚고 넘어가겠지만, 이는 그리 복잡하진 않을 것이다. 그들 각자가 소속돼 있던 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테다.


Danny Brown이 이끄는 Bruiser Brigade는 팬데믹 시대에 흥미로운 레이블 무브먼트로서 오피셜한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2012년에 동명의 EP를 통해, 아니 어쩌면 2011년 Danny의 2집 [XXX]의 수록곡을 통해 출사표를 던진 크루였다. 이들의 음악은 리더의 괴짜스러운 색깔이 약간 덧씌워진 디트로이트 버전의 올드 스쿨/ 앱스트랙트 힙합 스타일이다. J.U.S는 이 집단에서의 엔지니어 및 프로듀서였지만 2021년 [TV62]의 몇몇 곡들에서 알 수 있듯 그는 랩에도 적극적이다. 심지어 안정적인 딜리버리와 라이밍만큼은 그가 원래부터 베테랑 래퍼로 활동했던 것처럼 들릴 정도로 수준급이다.


Pitchfork

반면 Mondre M.A.N.과 Squadda B로 이뤄진 듀오 Main Attrakionz는 Clams Casino나 Lil B와는 또 다른 클라우드 랩 프로덕션의 선구적 집단이다. Pierre에 의해 <The 50 Best Rap Mixtapes of the Millennium> 중 하나로 선정된 2011년 [808 & Dark Grapes II]에서 이들이 일궈낸 스타일은 명확하다. 10년대 초 기준 아디다스 매장이나 런웨이 비디오에 잘 어울릴법한, LSD로 적셔진 일렉트로니카가 그것. 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제격인 리즈 시절 A$AP Rocky가 게스트로 참여한 <Take 1>이 대표적.  



J.U.S와 Squadda B는 Interstation(주 연합)에 있어서 각각 디트로이트와 오클랜드를 대표하지만 위 두 집단의 사례로 알 수 있듯 서론에 서술했던 디트로이트 트랩이나 몹 뮤직, 하이피 등과는 꽤나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여왔다. 그렇다면 오히려 [3rd Shift Album]에서 무엇을 보여주게 될지는 더욱 흥미로워진다. 초기의 유대를 소환할 수 있는 클래식함을 보여줄 것이냐, 기존에 자신들이 보여줬던 개성을 조화시킬 것이냐, 아니면 그것도 아닌 신세대나 그보다도 새로운 트렌드를 반영한 전혀 다른 작품이 나올 것이냐에 관해서 말이다.


| Loose-Lipped, Hi-Hat-Happy Riot

소제목에서의 Loose-Lipped의 뜻을 찾아본 결과 우리말로 따지면 '뚫린 입 마냥 마구 뱉어대는' 정도의 의미인 듯하다. 그만큼 자유롭고 거침없이 뱉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는 다름 아닌 피치포크 리뷰글의 본론에 해당하는 첫말이다. 그 옆에 Hi-hat happy는 분명 사운드에 관한 얘기일 터. 어느 정도의 예측대로 전자는 J.U.S의 스토리텔링에 관한 함축이다. 특이한 점이라면 아웃트로인 <Da Best Out>부터 리뷰가 전개된다는 것인데, 그의 재치를 버디 무비 <리썰 웨폰> 시리즈에 등장하는 캐릭터 Rough Murtaugh의 잔뜩 깎이고 다듬어진 버전이라고 비유한다. 대략 온갖 산전수전을 겪은 인생 베테랑의 냉소가 만들어내는 유머라고 받아들이면 될까. 그만큼 자신을 과시하는 것 보다도 호락호락하지 않은 카리스마를 감정 없이 드러내는 인상이다.


스쿼다 비의 비트는 J.U.S의 캐릭터를 스파게티 웨스턴의 헌터로 탈바꿈시켜 버린다. 작품 대부분에 등장하는 트랩 타입의 프로덕션과도 다르다. 훨씬 미니멀하고 건조하다. 이 부분에서부터 오는 서늘함과 카리스마가 굉장하다. Earl Sweatshirt가 [Doris]의 수록곡 <Hoarses>에서 보여줬던 서부극 스타일의 의외적인 진지함과 퇴폐성에 맞먹는달까. 그들은 자신들의 확고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여기에 오늘날의 템포나 트렌드에 개의치 않아 한다. Pierre는 여기에 먼저 주목한다.  



| A World Rooted in Regional ScenesㅡDetroit, Specificallyㅡ...

X / @i_am_J_U_S

그럼에도 작품의 전반적인 사운드는 일단 디트로이트 트랩이다. 의도적으로 지역적인 것을 잔뜩 녹여냈다. 이때 그들이 적극적으로 녹여내고자 했던 것은 '현장'으로서의 디트로이트(넓게는 그들과 비슷한 현장감을 공유하는 베이 에어리어까지)다. 플레이어이자 실을 사는 인간으로서, 음악의 장이자 치열한 분투 속 후드로서의 디트로이트를 말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작품의 앨범 아트워크는 도시의 낭만 넘치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니다. <Nascar>에서의 플렉스, <We Outside>에서의 피로, <Cheese Cheese Cheese>에서의 불안...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현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란 말이다. 저 도시의 빈틈없이 현란하게 채워진 주황색 불빛은 결코 판타지를 위해 있는 것(물론 환상적인 마약과 파티도 종종 있지만)이 아닌 <8마일>에 배경임을 상기시키는 처절하고 광란적인 현실을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 The Energy Cranks Up

spotify

스쿼다 비의 비트는 예측불허하고 무엇보다 광적인 에너지가 넘쳐난다. 바로 위에 언급한 커버의 가로등 불빛들이 착란증이라도 유발할 것처럼 말이다. 이를테면 <No Love>의 정신 아찔해지는 하이햇 분쇄는 기존 현란함과 간결함의 아이러니로 승부해 오던 디트로이트 트랩 사운드에 정신분열을 자극하는 약물을 주입한 것처럼 느낄 정도로 극단적이다. Pierre는 이를 에너지 비트라고 표현하며 Rio Da Yung OG의 <Legendary>를 참조한다. 물론 Rio의 것은 오히려 심플한 드럼과 샘플의 반복 대신 훅도 없이 펀치라인을 무지막지하게 퍼부으며 랩으로 고막을 자극시키는 식이다.  


RYM

반면 <No Love>에서는 비트에서부터 작정하고 고막을 압도하는데, 그럼에도 J.U.S는 휴스턴의 맥소 크림이 하던 것처럼, 의도적으로 비트에 따라 과잉되길 지양한다. 그의 화려하지 않으면서도("no frills") 미시건 씬 특유의 담담하고도 어두운 그루브와 호전적인 어조는 시종일관 다른 감흥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물론 그 담담한 랩 속에서도 결코 주도권을 잃지도 않는다. 이는 게토테크(ghettotech; 이 역시도 디트로이트 테크노에 기반한 파생 장르) 바운스의 <I Know U Tired>에서도 마찬가지. 두 곡에서 느낄 수 있는 스쿼다 비의 또 다른 놀라움은 그가 미시건의 여러 사운드들을 자신의 본고장의 것인 양 자유자재로 노련하게 주조해 낸다는 것.   



| It's a Detroit Rapper and an Oakland Producer after all

CMCULTURE (Youtube)

스쿼디 비에 의한 광란적인 에너지는 가장 최신형의 오클랜드에서 온 Hyphy(형용사적 용법으로)일 것이다. 그럼에도 '본 작에서의 장르적 사운드와 가사적 컨텐츠가 디트로이트에 치우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오클랜드의 영향은 마이다스의 손과도 같은 것이라 했다. 이미 당신들이 알고 있는 소리들로부터 베이 에어리어의 음악을 사실상 같이 듣고 있는 셈이다. 그들의 유착은 아예 '동기화'의 수준에 가닿는다. 내가 나누는 삶의 현장은 이웃의 현장과 똑같이 공유하고 있다. 같은 일대기를 거치고,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말을 뱉고 있다. 그들의 융합은 지극히 유기적이고 자연스럽다. J.U.S와 Squadda B가 공동 프로젝트를 위해 모여 [3rd Shift]를 탄생시킨 것은 같은 피를 나누는 자들의 당연한 브라더쉽이다. 그 과정에서 누구의 공이 더 우선인지 겨루는 것조차 없다. 동생을 아낌없이 지지하고 조력하는 형과, 형을 믿고 마구 꿈을 펼치는 동생, 둘의 가족 연합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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