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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기혜 Jul 09. 2024

06 살찌는 치킨, 간단한 김밥

김밥이란 무엇인가

식사는 김밥으로 간단히 하죠.”

여러 사람 모여서 끼니를 정할 때 종종 나오는 소리다바삐 일하는 와중이나 집 밖에 자리를 펴거나 이동하며 밥을 먹어야 할 때 적절하다여기서 간단히는 식사를 차리기 간편하고 손쉬운 장면을 가리킨다이 표현을 다른 대화에 놓아보자.

밥은?”

김밥으로 간단히 먹었어.”

뭐 좀 더 먹을래?”

김밥을 먹은 속이 든든할 리 없다는 전제가 쫙 깔린다     

우리는 주어에 목적어에 보어까지 생략하고 말해도 '알아서 알아듣는눈치 백단 민족이라 간단한 김밥이란 표현은 아무런 이의를 받지 않고 잘도 쓰인다김밥은 안 간단한데.     

간단과 김밥’ 사이 숨은 뜻을 살살 꺼내보자간단한 것은 김밥이 아니라끼니를 한입에 쏙 집어넣는 품새이고한 줄로 여민 포장이고김밥 마냥 한 줄로 앉은 사람들이 한 끼 식사를 줄줄 전달받는 장면이고야무진 김밥이 들어앉은 뱃속이고뚝딱 끝나버린 점심시간이다이 모든 장면은 둘둘 말려 간단한 김밥이 되어 버렸다이른 시간 펼쳐놓은 가지가지 재료가 구절판이나 비빔밥이 아니라 김밥으로 축약되었듯이.     

그러니 살찌는 치킨’ 같은 표현의 오류가 김밥에도 있다치킨은 살 안 찌고 살은 내가 찌는 것처럼 간단한 김밥은 원래 간단하지가 않다검고 동그랗게 마침표가 된 김밥을 손에 쥘 때면 사라진 문장을 생각해 보자.

너 간단하게 먹으라고 내가 안 간단한 김밥을 쌌어.’ 혹은 '하나도 안 간단한 김밥이 간단히 느껴질만큼 나는 오늘 대단한 하루를 보내겠군.'하고싼 김밥 아니라 산 김밥도 마찬가지다아침부터 김밥을 싼 한 사람의 하루를 이어받은 바톤이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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