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있고 아버지를 모시고 있다.
당장 그렇다. 바로 수입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 밑에서 벗어나고 싶다. 아버지 나이가 94세. 정말 짱짱하시다. 1931년생이시다. 전두환이랑 동갑이다. 전두환이는 이미 갔다.
형들한테 투탁거리면서 나는 언제 벗어날 수 있나 -솔직히 휴대전화기로 수없이 많이 털어놓았었다. 형들은 나한테 말한다. 너는 아직까지 멀었어. 네가 제대로 했냐? 그럼 형들은 제대로 했냐? 죽을 놈들. 개자식들.
형수들도 그렇고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형수들이 그랬으면 아버지도 '죽일 년 들' 욕하지 말고 먼저 형들한테 화살을 돌려야 할 것이다. '니들이 여태껏 나한테 뭘 했니? 말해 봐?' '아무것도 없지?
지랄 같다.
집에 있는 물건들을 정리하고 싶다.
아버지가 말한다.
'나 죽으면 정리해'
집에 아버지가 입고 가야 할 옷들이 넘쳐난다. 29평 아파트에 남자 둘이 사는데 움직일 공간이 없다.
아버지 옷이 300벌이 넘는다. '나 죽고 나서 정리해' '절대 못 버린다.'
아버지 말을 어기고 마음대로 정리했다가는 그대로 나는 벌을 받는다. -수차례. 어디다 버렸냐. 그 옷이 어떤 옷인지 알고나 있나. 양말 한 쪼가리라도 니 맘대로 버렸다가는 '나는 집을 나가겠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면 갈 데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