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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만 Nov 14. 2023

작은형의 파우스트  2 -2

아버지 전상서

아버지.


 아날로그가 디지털을 이기는 방법은 메모밖에는 없습니다.

수없이 쓰고 필적을 남기셔야 합니다. 

아버지가 부동산업자들과 통화해서 기다리는 동안, 그분들은 인터넷에 올려진 부동산에 정보를 꿰뚫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이 변화의 흐름을 부정하지 마시고 당신도 산 위에서 넉넉히 바라보는 여유가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는 최고의 독서 강국입니다. 일본보다 더 낫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수십만 개 언어로 이루어진 데이터를 읽고 소비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도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마시고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요즈음 흐름이다. -

나는 안 해. 핸드폰. 스마트폰 싫어. 복잡해. 

 내가 분명 부동산업자한테 전화로 이야기해 놓았는데 어떻게 된 거야? 연로하신데 여기 평택인데, 오실 거예요? 스마트폰으로 하시죠. 제가 문자 드릴게요. 

여봐요. 나는 문자 할 줄 몰라요. 나이가 구십이 넘었다니까. 그러면 통화로 하시죠. 나는 정말 스마트폰이 싫어. 통화도 못 해요. 제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됐습니까. 옆의 부동산에 이야기했다니까요. 옆에 부동산이 어떤 부동산인데요? 전화번호 드릴게요. 문자 못한다니까. 어떻게 하지. 마침 우리 아들이 들어왔네. 애야. 전화 좀 받아 봐. 


 아버지 지난번 휴대전화기 요금 명의를 변경하셔서 저 손해 많이 봤습니다. 아버지도 따로 돈을 내셔야 하고. 

가족 결합으로 다시 묶으시고 무제한 요금제로 바꾸시고 전화로 다 하셨으면 합니다. 옆에 필기구 하고 메모 두시고 부동산 시세하고 곳곳의 부동산중개업자 전화번호 다 적어서 일일이 이야기하시면 됩니다. 


아버지 그렇게 해주세요. 정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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