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파우스트
내가 화가 나 소리쳤다. 아버지 그만 좀 돌아가세요. 허허 저 ××가…. 화장실에 불 켜놓고. 그 말 한마디 했다고. 그래 그게 그렇게 큰소리칠 일이냐? 술 처먹고 들어와 아비한테 밥상 한 번 차려줬다고 위세 부리는 거냐?
아버지가 먹지 않고 놔둔 밥상을 치우지 않고 곧바로 옷을 갈아입고 침대로 누웠다. 이불을 덮고 있자니 아버지가 내방까지 왔다. 너는 어떻게 아비가 한마디 하면 말도 경박스럽게 하니.
아버지 저 그만 좀 괴롭히고 제발 좀 죽으세요. 저놈이 그래도…. 어휴.
거실로 잠깐 나간 기척이 있던 것 같더니 아버지가 내방으로 다시 왔다.
너는 어떻게 반성할 줄 몰라. 너 다니는 회사에서도 회사 사람들한테 그렇게 말하냐?
아이고. 우리 아버지 짱짱하시네! 큰소리치시고. 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아버지 배속에서 똥줄 땅길 때까지.
저놈이…. 아비가 한마디 하면 한마디를 안 져.
아버지 가슴에 못을 박았다.
나도 쉬는 날에 밥 먹는 게 귀찮을 때가 많다. 한 친구를 불러내어 저녁에 소주, 맥주와 안주로 돼지고기 오겹살 구이로 때우는 때가 허다하다. 그게 하루의 첫 끼인 셈이다.
하물며 나도 그러는데 아버지가 당신의 끼니를 시간 맞춰 먹는 것은 거의 없을뿐더러 한 끼가 고작일 경우가 태반이다. 일하고 돌아오면 아버지가 식사한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주방 쪽 설거지 대가 내가 출근할 때 봤을 때와 같이 깨끗하다.
k 본부 명작의 고향. -파우스트를 평생 번역한 작가 이야기가 마침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왔다. 작가는 70세가 넘었다. 독일어로 된 괴테의 작품을 출판사에 기고했는데 마침 때가 좋았다. 그녀는 출판사에서 인정받았고 평생을 파우스트 한 작품 갖고 우려먹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그때까지도 한국어로 파우스트를 가장 한국적으로 의역하는 데 고민하고 있다.
그것은 다른 작품을 지어내거나 처녀작으로 작품을 써내도 출판사에서 몰인정하게 외면했기 때문일 거 같다. 그게 돈이 되나? 그냥 당신은 파우스트나 다시 번역해. 그게 최고야. 할 것 같은. 그 외의 것은 나는 모른다. 그걸 k 본부에서 이야기하지도 않았고 본인의 인터뷰 내용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