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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규만 Jul 22. 2024

작은형의 파우스트 4 -3

90이 넘은 아버지가 50대 나를 경찰에 신고했다. 1 -3

그래. 집에 왔어. 어떻게 들어가야 해? 키패드 앞에서 형은 내게 전화를 해왔다. 형이 전철을 타고 왔는지 차를 몰고 왔는지 그건 사실 모르겠다. 하여간 왔길래 그대로 일러줬다. 숫자****누르고 열쇠 모양 누르고 숫자****누르고 전화 모양 보이지? 그거 누르면 열려.      

 기억하기 싫고, 바뀌는 것이 싫어서 그대로 두는 것이다. 형에게 그대로 일러준 것이 이번이 세 번째인 것 같다. 

 내가 9년째 아버지를 데리고 어머니 납골당에 갔었다고, 피력했었을 때 중간에 작은형이나 큰형이 한 번도 안 왔다고 했었다. 중간에 기억을 더듬어 보니 당시에 작은형한테 먼저 전화했었고, 그다음 큰형한테 했었다. 

 알고 보니, 중간에 한번 형들한테 호출한 적이 있었다. 한 겨울이었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빨리 와. 12월에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둘 다 메시지로 안 하고 직접 음성으로 전화로 알렸다.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그때가 몇 년도 인지 기억은 못 하겠다. 그때도 형수들은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형들이 그렇게 이야기 한 건지는 모르겠다. 아는 사람을 만나 80대 막판에 산을 올라 거기를 돌고 오니 몸이 예전보다 못하다. 아버지의 말이었다. 아버지는 당시에 계속 누워있었다. 전혀 활동이 없었다. 

 기억해 보니 당시가 코로나19 이전이었었다. 아버지는 씻지도 않았고 제대로 먹지도 않았다. 저대로 돌아가시나 했었다.      

 당시에 나는 카메라에 미쳐 있었다. 아버지를 돌보지 않았고 채 150만 원도 안 되는 청소일로 해서 번 돈으로 카메라를 사기 바빴다. 할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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