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 류귀복 작가 북토크를 다녀와서
북토크, 북콘서트. 요즘 이런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북토크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궁금하여 참석해보고 싶어졌다. 지난 11월 29일, 인천 남동구 서창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북토크를 진행한다는 글을 카카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접했다.
책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를 쓴 류귀복 작가의 북토크였다. 책으로는 아니지만 그분의 글을 여러 편 읽었다. 생소한 작가는 아닌 셈이다. 북토크가 내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 열린다고 하니 참석해 보기로 했다.
20명 선착순이었다. 강연회와는 사뭇 다른 좌담회일 것 같았다. 카페에 전화하거나 인스타그램에 댓글로 신청하는 방식이었다. 통화가 되지 않았다. 너무 이른 시간에 매장으로 전화를 한 것이었다.
'이러다가 20명 선착순에 밀리면 어쩌지?'
인스타그램으로 댓글을 남기려고 했는데 하필, 얼마 전에 앱을 삭제해 버렸다. 지웠던 앱을 다시 깔았다. 그냥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사실, 북토크가 진행된 토요일 저녁에 다른 일정이 있었다. 어떤 것을 하려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우여곡절 끝에 신청을 완료했다. 얼마 후 참석자로 선정되었다는 안내 문자가 왔다.
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꽃집으로 갔다. 작가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었다. 화려하고 풍성한 꽃다발을 준비하려고 하다가 맘을 바꿨다. 꽃다발은 며칠 화려하다가 이내 시든다. 작은 꽃 화분이 나을 것 같았다. 행복이 날아온다는 꽃말을 가진 호접란 화분을 골랐다. 겨울에 보는 꽃이라 더욱 예뻐 보였다.
▲호접란 /작가에게 드리려고 '행복이 날아온다'라는 꽃말을 지닌 호접란을 준비했다.
인천 지하철 2호선 종착역, 운연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기로 했다. 운연역은 처음이었다. 역 주변에서 저녁을 먹을 참이었다. 그런데 역 구내를 빠져나오는 순간, 실망감이 몰려왔다. 허허벌판이었다. 인천에 이런 지하철역도 있었다니. 역 주변에서 저녁을 먹는 것은 고사하고 그곳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었다. 어둠이 내리 깔리고 있었다. 가본 적 없는 낯선 역에 내동댕이쳐진 기분이었다. 차라리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아니 간만 못한 일이다.
택시를 불렀다. 우려와 달리 택시가 금방 잡혔다. 택시를 타고 잠깐 가니 신세계가 열렸다. 불야성을 이룬 서창동 일대가 눈앞에 펼쳐졌다. 마치 해리포터가 마법 학교 세상으로 훅 들어갈 때의 느낌이었다. 그곳에는 운연역 주변과 달리 식사할 만한 곳이 많았다. 드디어 북토크 장소에 도착했다.
북토크에 참석하고 나니 책이 더 궁금해졌다
작가는 2시간 동안, 글쓰기와 책 출간, 그리고 자신의 꿈에 대해 진솔하게 마음을 드러냈다.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동반했다. 아이는 아빠가 북토크를 진행하는 동안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거나 스마트폰을 만졌다. 그러나 아빠가 웃기는 얘기를 하면 아이도 웃었다. 아빠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방해하지 않는 아이의 경청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북토크는 카페 주인장이 질문을 만들어 독자를 대신하여 작가에게 질문하고 작가는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유퀴즈)' 방식과 닮아 있었다. 한 참석자가 질문했다. "훗날 작가님이 정말 쓰고 싶은 글은 무엇인가요?"라고. 작가는 대답했다.
"저의 첫 책이 제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그만큼 첫 책에 대해 모든 걸 쏟아 넣었다는 말로 들렸다. 북토크에 참석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리브로피아(내 손 안의 도서관)로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라는 책을 희망 도서로 신청했다. 북토크에 참석하고 나니 그 책이 더욱 궁금해졌다. 책이 입고되었다는 알림이 오면 득달같이 도서관으로 달려가야겠다.
작가 아내에게 질문을 하는 참석자도 있었다. 남편이 쓴 글 중에 어떤 글이 가장 좋았느냐고. 그녀는 답했다. '시간은 기브 앤 테이크를 잘한다'라는 글이었다고 했다. "내 남편이 이런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는 사실에 놀랐고 인간적으로 존경스러웠어요"라고도 말했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오붓하게 사랑방처럼 진행되었던 북토크는 잔잔한 감동이었다. 류귀복 작가의 소개란에 "아내에게 꽃을 선물하기 위해 펜을 듭니다"라고 적혀있었다.
뭐든지 한번 해 본 것과 하지 않은 것과는 사뭇 다르다. 난생처음으로 북토크에 참석해 봤다.
앞으로도 새로운 것이 있다면
발을 들여놓을 참이다.
아는 것만큼 보일 테니까.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8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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