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IFA컵 준결승전 시청 리뷰
내가 유일하게 본방 사수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골 때리는 그녀들>(아래 <골때녀>)이라는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다. 60이 훌쩍 넘은 나이에 웬 예능 스포츠냐고 할지도 모른다. 알고 보면 나는 정년 퇴임 때까지 사제 축구 대회에 풀타임으로 뛰었던 홍일점 축구 선수였다.
야밤에 뜀박질(https://brunch.co.kr/@mrschas/61)
남학생과 남성 교사가 하는 축구 경기에 여자는 달랑 나 혼자였다. 그래서 내 은밀한 버킷리스트는 여성들과 하는 축구를 해보는 것이다. 그 마음을 대신해 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골때녀>다. <골때녀> 선수들은 제각각 '본캐(본래 캐릭터)'가 있다. 아나운서, 개그우먼, 모델, 배우, 가수, 크리에이터 등 본업을 가진 선수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팀이다. 그런데 '부캐(부캐릭터)'인 축구 하는 모습이 더 돋보이는 선수가 많다. '본캐'를 잊게 할 정도로 땀 흘리며 축구에 진심인 열정이 감동이다.
지난 12일 밤에는 <골때녀> 방송 시간이 변경되어 평소보다 더 늦은 시간에 방송됐다. 밤 10시 20분에야 방송이 시작됐다. 그걸 다 보고 나면 밤 12시도 넘는다. 그러면 내 생활 리듬이 깨진다. 그래도 봐야 했다. 한 번도 <골때녀> 시청을 빼먹은 적이 없을 정도로 나는 <골때녀> 팬이다.
<골때녀> G리그에는 구척장신, 원더우먼, 아나콘다, 탑걸, 발라드림, 국대 패밀리, 액셔니스타, 스밍파, 연합팀 '불사조' 등이 참가했다. 2025년 G리그에서는 구척장신이 원더우먼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서 GIFA컵 대회가 치러지고 있다. 프로그램에서 주최하는 최상위의 컵 대회로 기존 'SBS컵'을 리뉴얼한 대회다. 방출된 개벤져스와 팀 재정비를 끝내지 못한 아나콘다는 제1회 GIFA컵에 참가하지 않았다. 불사조가 신생팀으로 참가하며, 10개 팀의 단판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12일에는 결승 진출팀이 가려지는 준결승이 치러지는 날이었다. 원더우먼과 국대패밀리의 대결이었다. 그 누구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막강한 팀끼리 대결이다. 원더우먼 팀 마시마는 올해 4월에 원더우먼 팀에 합류했는데 그녀의 축구 실력은 천하무적이다. 마시마가 속한 팀을 이기려면 그녀의 발을 묶는 길밖에 없다. 그래서 상대팀은 마시마 곁에 바짝 붙어서 대인 방어할 선수를 지정할 정도다. 게다가 원더우먼에는 '슈퍼 세이브'의 명장인 키썸이 수문장 골키퍼로 있고 '설희존'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을 잘 차는 키커, 김설희가 있다.
한편, 국대패밀리는 박하얀의 체력과 투지, 그리고 박승희의 수비, 김민지의 스피드가 있어서 만만치 않은 팀이다. GIFA컵 대회가 시작되면서 영입된 시은미 골키퍼는 배구 선수 출신으로 좋은 피지컬을 갖추었다.
결국 국대패밀리와 원더우먼의 경기는 3대 1로 국대패밀리가 승리했다. 그래서 미리 결승에 올라가 있는 월클과 결승을 치르게 된다. <골때녀>를 애청하는 나는 그날 방송도 놓치지 않고 볼 계획이다.
원더우먼 마시마와 국대패밀리 박하얀, 이 두 사람의 에이스 대결이 볼거리였다. 서로를 견제하며 팀의 우승을 위하여 몸을 아끼지 않고 뛰는 모습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예능 담당은 나미해(국가 대표 축구선수 나상호 누나)가 다한 듯하다. 나미해에게 패스해 준 공을 그녀가 슛으로 때렸는데 한 번도 골인되지 않았다. 아홉 번이나 슛을 찼지만, 번번이 빗나갔다. 본인은 속상했겠지만 그 장면을 보는데 웃음이 났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는 게 인생이고 축구라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현직 육상 선수인 김민지가 경기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400m 선수이다 보니 치타가 달리는 듯하여 그 누구도 김민지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그렇게 재빨리 몰고 간 볼을 골인으로 연결하는 선수다. 그런데 문제는, 제트기처럼 달리다가 곧장 체력이 소진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확 달린 후 교체되어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경기장으로 들어오곤 했다. 어떤 때는 감독에게 자기를 교체하라고 '셀프 사인'을 보내기도 했다. 예능도 그런 예능이 없었다.
'본캐'를 떠나 필드에서 공을 차며 '부캐'로 땀 흘리는 그녀들, <골때녀> 선수들이 참 대단하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8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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