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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경 Dec 06. 2021

지금 디자인이 부족한거 맞으세요?

포토샵만 있으면 되는거 확실해요? 디자이너에요? 

제가 주니어일 때 디자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요.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해는 가지만, 왜 그런 낭비를 했는지는 아직까지 후회돼요


포토샵과 같은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이나, 프리미어, 에프터이펙트와 같은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학습 여부를 고민하시는 대다수 분들께 한 가지 당부드리고자 하는 건

"과연 내가 마케터로서, 디자인 편집 능력이 부족한가?"라는 의심을 자기 자신한테 던져보시기 입니다.

이 의심을 첫 번째로, 지금부터 설명드리는 아래 의심들을 하나씩 추가 제기해보세요.


"주위 마케터 분들이 포토샵을 하니까 나도 왠지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는가?"
"미리 캔버스나 망고보드와 같은 간단한 편집 프로그램으로 못하는 편집 스킬이 자기 과업 범위에 필요한가?"

"그냥 있으면 좋을 거 같아서 배우려고 하는 건가?"

"나의 기획을 협업 하는 디자이너분께서 못 따라오는가? (이해를 못 하는가)"

"하루 근무 8시간 내, 포토샵을 만질 시간이 있는가?"


제가 지금부터 해드릴 말은 디자이너 분들의 능력을 절대 폄하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존중하고 저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디자이너 분들이 없으면 제자리는 더더욱 모호해질게 뻔해요.

왜냐하면 전 디자이너가 아닌 마케터거든요.


디자인 프로그램 과연 필요할까요?

말씀드리자면 필요는 해요, 근데 마케터로서 알아야 할 범위와 디자이너분들이 알아야 할 범위의 크기는 비교하는 게 창피할 정도예요. 마케터는 마케터로서 알아야 할 범위가 있는데, 브랜드 컬러와 로고 컬러를 선정하는 게 아닌 이상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이해가 쉬울까'라는 걸 고민할 정도로 좁고 얕고 작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에 마케터가 가져야 할 디자인 요소는 상하좌우 대칭이 맞는지 안 맞는지 '확인'할 수 있고

노란색 배경에 노란색 글자를 적으면 글자가 안 보인다라는 걸 '알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한 건 간단하게라도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투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미리 캔버스나 망고보드와 같은 무료 편집 사이트 등을 활용해서)


디자인은 손으로 하는 게 아니였어요.

많은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해본건 아니지만 제가 느낀 멋진 디자인은 포토샵, 일러스트의 유무가 결정짓지 않았어요. 이건 단순히 TOOL, 말 그대로 도구일 뿐이고, 이 도구를 잘 쓰기 위한 사람들마다 내재된 감성, 센스가 멋진 디자인, 감각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냈어요


저는 감성이라곤 단 0.1mm도 없으며, 지금까지도 보색의 개념에 대해서만 알지 자세하겐 몰라요.

그 대신 초안이나 기획안을 만들 때 미리 캔버스나 피그마를 이용해서 간단한 컬러와 사진/문구 배치 정도만 직접 해보고 제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어요

(노란색 배경에 주황색 글자가 어울릴까? 이런 생각을 항상 가지면서요)


멋들어진 기획, 처참한 결과물

저 또한 그랬고, 주변분들도 한번씩은 "내 머릿속에 있는 기획을 디자이너분들에게 어떻게 전달드려야 할지 몰라서" 혹은 "디자이너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내가 한다"라고 말씀하시는데요. 저는 이런 생각을 했던 게 정말 부끄러워요. 

머릿속에 떠올려진걸 누군가에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는

1. 자기가 전달력이 부족하거나

2. 머릿속에 떠올려진 게 상당히 애매모호하거나 큰 틀로서만 잡혀있거나

이 두 가지 경우고, 이 외 3번째는

3. 내가 디자인을 배우면 디자이너보다 디자인을 더 잘할 수 있겠다는 '근자감' 때문


1번째 2번째의 경우에는 전달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찾아보시거나 

디자이너분에게 미리 '제가 전달력이 많이 부족해서 그런데 많은 수정이 있을 수도 있다"라고 양해를 구하신 뒤 협업을 하시면 제 머릿속에 있는 것보다 더 감각적이게 디자인을 해주실 거고, 실제로도 만들어주셨어요.


골 때리는 건 근자감

가장 머리 아픈 건 근자감이에요 자기 과거도 모르고요.

제 부사수나 그리고 양육? 했던 인턴분들께서 갑자기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할 때, 전 항상 이렇게 말해요 "디자인이 그렇게 하고 싶으셨으면, 그리고 디자인 쪽에 감성이 있다고 느끼셨으면 미술시간에 성적 좋았어요?"라고 항상 물어봐요.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지 않는다라고 느낄 독자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디자인적인 센스, 감성이 없으면서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낮게 평가(소위 후려치면서)하면서 디자인 툴을 배워보겠다고 하는 마케터 분들은, 앞으로먼 미래에 그들과 같이 협업할 분들을 배려하지 않을걸 확신하기에 서슴없이 말하는 편이에요.

(잘못된 표현 방법이면 앞으로 부드럽게 표현해볼게요)


미술시간에 성적이 좋으셨고, 어릴 적부터 손재주가 좋았다는 평을 받으신 적이 있으시다면 디자이너 분야에 종사를 하신 적이 있으시거나 (혹은 하시는 중이시거나), 회사 사정이나 개인 사정으로 디자인+마케터를 총체적으로 하고 계시는 분이실 겁니다.


도구는 쉽게 배울 수 있어요

제목 그대로예요 정말 쉽게 배워요. 하루에 3시간씩 넉넉잡아 2주, 아무리 길게 잡아도 한 달이면 기본적인 skill은 배울 수 있어요. 근데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 skill들이 손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마케팅 안 하실 거예요?'

'하루에 15시간씩 근무하실 거예요?' 

마케터로서 필요한 디자인적인 skill은 미리 캔버스, 피그마로 쉽게 구현할 수 있으며 구현을 하지 못하신다면 디자인 감성이 없으시거나, 귀찮음이 많으신 분이시거나, 어디에 그 기능이 있는지 모르시는 분들이실 거예요.


주저리주저리

제 포트폴리오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미어, 에프터이펙트 할 줄 안다고 적혀있긴 해요.

하지만 인터뷰 자리에서 물어보면 이 4가지 때문에 저를 채용하시려면 안 하시는 게 낫다고

못을 박아버려요. 왜냐하면 서로가 lose-lose 게임이거든요.

저 4가지 툴을 지금까지 근무 시간 내 활용해본 적이 손에 꼽힐 정도예요. 웬만하면 다 피그마나 미리 캔버스를 활용해서 기획안(초안)을 만드는 것으로 끝을 내요.

기획안이나 머릿속에 있는 디자인이 결과물로 나오지 않을 땐 자신의 전달력을 탓하세요.

하나 말해서 열 가지를 이해하길 바라는 건 초능력을 바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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