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는 위험 회피 수단이 아니라, 사업 성장의 자산이 되어야 한다
“대표님, 특허만 등록하면 경쟁사는 못 따라오겠죠?”
J대표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익숙한 질문이었다. 창업자들이 가장 자주 하는 질문 중 하나다.
많은 창업자가 특허를 ‘보험’처럼 생각한다.
혹시 모를 분쟁에 대비해 두는 보호 장치,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발동하는 안전망.
물론 그런 역할도 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
진짜 강한 특허는 ‘투자’다.
단순히 위험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사업 확장의 자산이 되고
시장 진입 장벽을 만들며
투자자와 파트너를 설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된다.
특허는 지키기 위한 비용이 아니라,
성장하기 위한 투자다.
나는 화이트보드에 세 단어를 썼다.
특정 성분 A + B
특정 비율 또는 특정 수치
특정 조건
“대표님, 이런 특허는 등록은 될 수 있지만, 사실상 보험에 가깝습니다.”
J대표가 물었다.
“보험이면 안전한 거 아닌가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경쟁사가 비율을 살짝 바꾸거나,
공정을 우회하면 회피가 가능합니다.
문제가 생기면 막아줄 순 있지만,
시장 주도권까지 지켜주진 못하죠.”
보험형 특허는 존재한다.
하지만 위기가 닥쳤을 때 잠깐 시간을 벌어주는 수준이다.
경쟁을 막고 시장을 선점하는 힘은 부족하다.
투자형 특허는 다르다.
이건 단순한 위험 대비가 아니라,
성장을 지탱하는 자산이다.
나는 J대표에게 설명했다.
성분 조합을 범위로 넓게 청구
공정, 용도, 제형까지 패키지로 설계
건강기능식품 → 화장품 → 펫푸드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확장
“투자형 특허는 시장 진입 장벽을 세우고
미래의 기회를 선점하는 전략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작동한다.
경쟁사가 새로운 제품을 기획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조합, 공정, 기능이 이미 우리 특허에 걸려 있다.
결국 경쟁사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이 시장은 들어가도 소송 위험이 크다.”
이게 바로 시장 장악력이다.
나는 J대표에게 제약업계의 유명한 전략,
에버그리닝(Evergreening)을 소개했다.
말 그대로 ‘영원히 푸르게’ 유지하는 전략이다.
특허가 만료되기 전에 새로운 특허를 계속 추가해
독점 기간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신약 개발 → 신규 물질 특허
조성물 → 다른 성분과의 조합
공정 → 안정성·흡수율 개선
용도 → 질환 범위 확장 (피부 → 장 → 자가면역)
제형 → 정제, 액상, 서방형 등 다양한 형태
J대표는 중얼거렸다.
“… 이러면 경쟁사가 들어올 틈이 없겠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어디서든 걸리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이게 바로 투자형 특허의 힘입니다.”
투자자들은 이런 회사를 다르게 본다.
“이 회사는 기술 하나가 아니라,
시장 전체를 지킬 수 있는 특허 전략을 갖고 있다.”
나는 손가락을 접으며 하나씩 짚었다.
1. 경쟁 억제
→ 경쟁사 스스로 진입을 포기하게 만든다.
2. 시장 확장
→ 하나의 원료로 여러 산업군을 동시에 커버할 수 있다.
3. 투자 매력
→ 보험이 아닌 미래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4. 마케팅 강화
→ “특허받은 ○○ 조성물”이라는 신뢰 메시지로 활용된다.
나는 J대표에게,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는 창업자에게도 묻는다.
내 특허는 너무 좁아서 회피당하기 쉬운 구조인가?
조성물뿐 아니라 공정, 용도, 제형까지 전략적으로 확장돼 있는가?
하나의 산업군이 아닌 다른 분야로의 응용 가능성은 있는가?
투자자 앞에서 “우리는 특허를 성장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모두 “예”라고 답할 수 없다면,
당신의 특허는 아직 보험에 머물러 있다.
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대표님, 특허를 보험처럼만 생각하면 언젠가는 뚫립니다.
하지만 투자처럼 설계하면,
시장도 지키고 미래도 선점할 수 있습니다.”
특허 전략은 단순한 기술 기록이 아니라,
기업 가치를 키우는 투자 설계도다.
조성물에만 머물지 말고,
공정·용도·제형까지 넓히고
산업군도 의약 → 건강식품 → 화장품 → 펫푸드로 넘어가야 한다.
J대표는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웃으며 말했다.
“… 이제 알겠습니다.
보험이 아니라, 투자로 준비해야겠군요.”
오늘의 정리
등록은 시작일 뿐이다. 시장을 지키는 건 전략이다.
좁은 특허는 쉽게 우회당한다.
조성물, 공정, 용도, 제형까지 포트폴리오로 설계해야 한다.
진짜 강한 특허는 보험이 아니라, 성장에 투자하는 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