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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고닫기 OPCL Jul 16. 2021

디지털 성범죄, 경찰의 위장 수사는 어디까지 적용될까?


직접 만나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는 시대이다. 이는 곧 실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과도 이야기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바로 '온라인'을 통해서 말이다.

며칠 전, 유튜브 채널 '법무부 TV'에서 뉴질랜드 정부와의 협업으로 업로드된 캠페인 영상을 보게 되었다. 많은 아이들이 SNS 메신저나 랜덤 채팅 앱을 통해 낯선 사람과 대화하면서 겪는 그루밍* 범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알리면서 더욱 조심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영상이었다.

*그루밍 :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드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

출처 | 유튜브 채널 '법무부 TV'

나 역시 작년 초에 일어난 n번방 사을 계기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영상을 보며 깨달은 것은 디지털 성범죄가 단연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범죄자와 피해자가 충분히 엮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온라인을 통한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험은 해외/국내 남·여 할 것 없이 누구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vs 온라인 그루밍

사실 둘 다 같은 류의 범죄이지만 약간의 차이는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상대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한 후 온라인 공간에 유포하는 것으로 성적인 괴롭힘을 일삼는 행위라면, 온라인 그루밍은 수치심과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계속한다거나 성적 행위를 유도하는 행위이다.


피해자는 주로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취약한 위치에 있는 아동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지만 그동안 별다른 처벌 규정이 없어 사람들의 비판이 커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20년 3월, 크게 논란이 됐었던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있었다.)

출처 | 여성신문

그래서 최근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하여금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온라인 그루밍을 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을 강화했다. (2021년 9월 24일부터 적용됨)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경찰이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위장 수사를 할 수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영상물 삭제 지원이 강화되었다.

온라인 그루밍으로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유독 한 키워드에 눈이 갔다. 바로 경찰이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수사를 할 수 있다고 하는 '위장 수사'에 말이다. 이는 아동이나 청소년이 범죄자로부터 길들여져* 성 착취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증거 자료를 수집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겨난 제도로 보인다.

*범죄자로부터 길들여지는 과정
STEP 1. 피해자 물색, 접근하기
STEP 2. 피해자와 신뢰 쌓기
STEP 3. 피해자의 욕구 충족시키기
STEP 4. 피해자 고립하기
STEP 5. 피해자와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을 유도하며 성적인 관계 형성하기
STEP 6. 회유와 협박을 통한 통제시키기


이쯤에서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그렇다면 성인을 위한 '위장 수사'는 없는 것일지에 대해서 말이다.


성인을 위한 '위장 수사'는 없을까?

그렇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성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위장 수사 법안을 적용시키고자 시도한 사례는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기사에 따르면 2019년 11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도마 위로 떠오르기 전, 한 경감님의 잠입 과정에서는 몇 차례 애로사항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범죄자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과 관련된 처벌 법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위장 수사를 벌인 경감의 신분을 파악하기 위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 행위를 요구했던 것이다. 즉, 피해자 중 아동이나 청소년이 없다면 신분 위장 수사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성인 대상 성착취물 유통이 아무 거리낌 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위장 수사 필요성은 있습니다. 그러나 성인에 대한 그루밍 법이 논의되지 않은 지점에서 구체적으로 위장 수사를 어떤 처벌 법과 관련해 수사가 가능하게 할 것인지 등 고민이 있습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서랑 인터뷰 中-


성인을 위한 위장 수사에 대해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아직까지 고민이 많다고 하는 부분이라.. 물론 제도를 만드는 것에 있어 많은 고민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왜 처음부터 경찰의 위장 수사를 아동·청소년에만 제한을 두었는지에 대해서다.


보기만 해도 비정상이란 걸 아는 우리가 되자

출처 | 미디어오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디지털 성 범죄물 삭제 및 시정요구 건수. 2017년 하반기는 공백기.

위의 통계만 봐도 우리나라 디지털 성범죄 건 수는 정말 상상 그 이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이렇게 많은 걸까 생각해 보면 익명성을 보장하는 앱이 늘어나 잠재적 가해자들의 접근이 더 쉬워진 것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를 우리나라에서는 어떠한 방식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을까?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는 경찰의 위장 수사를 통해 온라인 그루밍 범죄를 억제시키고 효과적인 수사를 위해 노력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야 허용이 된 부분이고, 아직까지는 아동·청소년에게만 제한을 둔 것이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한편으로는 정부에서 할 수 없는 일을 우리가 직접 행동해서 바로잡아 나아갈 수 있는 부분이라고도 생각한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우리, 보기만 해도 비정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우리가 된다면 세상은 좀 더 깨끗해질 수 있지 않을까 바라본다.



에디터 '옌'의 4줄 요약
1. 디지털 성범죄 vs 온라인 그루밍(사실 둘 다 같은 류의 범죄이지만 약간의 차이는 있슴!)
- 디지털 성범죄 : 상대의 동의 없이 신체를 촬영한 후 온라인 공간에 유포하는 것으로 성적인 괴롭힘
- 온라인 그루밍 : 은 수치심과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계속한다거나 성적 행위를 유도하는 행위

2. 아동·청소년 대상 온라인 그루밍 처벌 법이 강화됨. 어떻게?
- 경찰이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위장 수사를 할 수 있음.
-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영상물 삭제 지원이 강화됨.
- 온라인 그루밍으로 적발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함.

3. 성인을 위한 '위장 수사'는 없을까?
-그렇다. 아쉽게도, 아직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임.
-
그런데 성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위장 수사 법안을 적용시키고자 시도한 사례는 확인할 수 있었음.

4. 보기만 해도 비정상이란 걸 아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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