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 장에 담긴 이야기
사람의 눈은 대단하다. 뭇 짐승들에 비하면 하잘것없지만 충분히 경이롭다. 능력치가 낮은 나같은 사람은 이를 무시로 실감한다. 계단을 올라가며, 내려가며. 사진을 찍어보자. 그림을 그려보자. 각 단의 높이와 단차와 거리를 말로 설명해보자. 발을 들어올리고 내릴 높낮이와 앞으로 뻗어낼 거리와 보폭을 결정하는 그것 말이다. 계산할 수 없고 이해하기 힘든 방법으로, 우리 눈은 수백 분의 일 초만에 그걸 해내는 거다. 계단의 높이를 알아내고, 움직여야 할 거리를 계산하고, 필요한 힘의 수치를 다리에 전달한다. 백 퍼센트의 확률은 아니지만 대부분 정답이고 대부분 성공이다. 우리는 뛰어서 계단을 올라가거나 한 번에 두세 단씩 내려가는 응용 동작도 어렵지 않게 해낸다. 물론, 오차와 실패율이 높아 툭하면 발목을 접지르고 무릎이 성할 날 없는 나같은 인간도 있다. 계단에서 넘어졌다는 얘기를 길게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