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프로필 사진의 이 아이, <쓰는 마음>의 생일이었다. 마음 속에 초 하나 켜고 불었다. 못났지만 귀한 아이, 나의 네 번째 책. 축하해, 고마워.
요자기 친구같은 책방지기에게서 전화가 왔었다. 손님이 <괜찮지만 괜찮습니다>를 사 갔는데, 참 좋다고 연락했더란다. 좋은 소식이니 알려주고 싶어 전화했다고.
그 고마움을 어찌 말할까. 내 첫 책은 절판한 지 오래다. 갖고 있는 재고만, 직접 입고하는 책방 한두 군데에 보내두고 있을 뿐이다. 그 책을 데려가 살아있게 하고, 기별까지 보내준 마음이 뭉클했다.
말도 잘 못하는 말몰레기가, 누가 듣는다고 자꾸 중얼거리나 싶을 때가 있다. 아니, 자주 그런다. 뭘 쓰는지 왜 쓰는지 모르겠고 막막하다. 그만해야 하나 하는 말이 혀끝에 맴돌 때면, 딱 도착하는 한 오라기 용기가 있는 거다. 글의 신이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기꺼이 붙들자. 그리고 잘 매달려 있으면 된다.
괜찮다. 여기 있어도 된다고.
한라산. 어깨를 맞댄 오름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모든 생명들. 수백 년을 살아온 나무들과 해마다 피고지는 풀과 꽃들. 이 섬을 받쳐주는 돌과 곡식을 키워내는 흙. 이 땅에 있는 것 어느 하나, 아름답고 귀하지 않은 것은 없다.
그러니 괜찮다. 살아있음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아도 된다.
들이쉬는 숨조차 고통이었던, 후회만을 해오던 나에게, 떨리는 손으로 건네는 최초의 눈물과 위로.
괜찮다. 슬프면 목놓아 울어도 되고, 다시 웃어도 된다.
웃어서 미안하다는, 살아있는 것이 죄스럽다는 슬픈 말은 없어야 한다.
숨죽여 숨어있는 생명들에게 그렇게 말을 건넨다.
언덕 아래 누운 무덤과 그 위에 피어난 꽃에게. 겨울을 견디고 땅위로 작은 손 내민 고사리에게. 짧은 수명을 마치고 땅 위에 흩어진 꽃잎들에.
괜찮다.
괜찮다.
_‘괜찮다고 말해 주세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