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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린 Oct 31. 2024

오늘의 분실물

건망증도 루틴이라 할 수 있다면

화요일 아침. 자주색 점퍼가 보이지 않는다. 한참 찾다 포기하고 흰 점퍼를 입고 출근했다. 일터 옷걸이에 자주색 점퍼가 걸려 있다. 쌀쌀한 아침에 입고 간 점퍼를, 가장 뜨거운 오후엔 손에 들고 퇴근한다. 지난주에 퇴근할 때 잊고 온 거다. 자주색 위에 흰색 점퍼를 겹쳐 걸었다.


수요일 아침. 자주색 점퍼도 흰점퍼도 없다. 하늘색 점퍼를 입고 출근하며 절대 잊지 말자고 되새긴다. 자주색, 흰색, 하늘색.  옷걸이에 점퍼 세 개를 차곡차곡 걸어두고 손을 씻다 보니 거울 속 얼굴이 허여멀건하다. 자주색, 흰색, 하늘색만 생각하느라 선스틱 바르는 걸 잊었다.


오후. 화장실 세면대 옆에서 파우치 발견. 아침에 쓰고 가방에 넣는 걸 잊었다. 또 잊지 않으려 문 앞 발판 위에 올려두고 손을 씻는다. 점퍼 세 개를 한아름 안고 퇴근한다.


목요일 아침. 자주색 점퍼를 입고 출근한다. 선스틱을 바르려는데 파우치가 없다. 어제 오후에 분명 챙겼는데. 발판에 올려둔 기억이 또렷이 난다. 한데 가방에 넣은 기억이 없다. 화장실을 나오며 발에 걸리는 뭔가를 툭 찼던 것 같기도 하다.


삼십분 후. 파우치를 찾아 선스틱을 바르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불을 켰는데도 어두워 전등을 확인했는데 멀쩡했다.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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