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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효주 Jul 23. 2022

돌침대를 나르다가

무거운 돌침대를 내다 버리면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뭐, 물론 혼자 버린 건 아니고 남편을 도와서 버리려고 하는데, 이 돌침대가 알고보니 300Kg 되는 물건이었던 것이다. 낑낑 거리면서 겨우 엘리베이터에 올렸고, 1층을 내려와 다시 낑낑 거리면서 현관까지 질질 끌고 나왔는데, 엘리베이터에 돌침대를 태웠을 때 이미  땀범벅에 기진맥진 이었다. 


돌침대를 내놔야 하는 목적지가 저 멀리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있는 과속방지턱이 보였다. 


"우리, 저  과속방지턱을 넘어갈 수 있을까?" 


정말 야트막한 방지턱이다. 평소에는 핸드폰을 쳐다보면서 가더라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 과속방지턱인데, 그 돌침대를 가지고 거길 지나려고 하니 겁이 덜컥 나더라. 그리고, 그냥 돌침대를 들고 거기를 지나야 하는 당시의 우리가 지금 딱 우리가 겪고 있는 삶 같아서, 슬프고 무섭고 암담한 기분이 들었다.


참, 저 별 거 아닌 과속방지턱이지금은 넘어갈 수 있을까 싶은 큰 언덕처럼 보이는 구나.

요즘은 아침에 눈 떠 씻고 아침을 차리는 게, 돌침대를 들고 과속방지턱을 지나는 마음 같은 상태다.



그런데, 마침 (기적처럼!) 큰 수레를 이용해서 무거운 짐을 나르던 이웃분이 있었고, 그 분은 흔쾌히 우리를 도와주려 하셨다. 그 분은 기꺼이 수레를 빌려주셨고, 심지어 같이 옮겨도 주셨다. 우리는 그 분의 도움을 받아정말 기적적으로 돌침대를 무사히 목적지까지 옮겼다. 그 분과 그 분의 수레가 아니었으면, 그 방지턱을 넘을 수 있었을까 싶다.  


그렇게 돌침대를 대형 쓰레기 버리는 장소에 갖다 놓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왠지 눈물이 났다. 너무 고맙고 안심이 돼서.


지금 우리 힘든 시간도,

이렇게 무사히, 사실은 기적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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