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스마트폰에 중독이 된 건지 또는 스마트폰에 너무 빠져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시는 부모님들이라면, 혹시 자녀가 스마트폰을 너무 좋아하는지 스마트폰 말고는 딱히 더 재밌는 게 없는 건 아닌지 살펴봐주세요. 자녀가 스마트폰을 너무 오래 붙들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를 구분하셔야 합니다. 만약, 아이가 스마트폰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스마트폰 말고 딱히 시간을 보낼만한 활동이 없는 것 같기도 한 상황이라면, 아마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조절하는 건 많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겁니다.
스마트폰을 오래 붙들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의외로, 스마트폰 말고 딱히 할 게 없어서 스마트폰에 빠지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우리 한 번, 우리의 일상을 아이들의 입장에서 되짚어 볼까요?
아이가 밖으로 나가 놀겠다고 했을 때, 아이들은 종종
"위험해. 나가지 마"
이런 말을 들을 거예요.
집에서 장난감 가지고 놀 때면, 아이들은 종종
"시끄러워, 그거 하지 마."
"하고 나면 정리 좀 해."
이런 말을 듣기도 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스마트폰을 하고 있을 때는
"빨리 꺼."
"그거 말고, 공부 좀 해."
이런 정도의 잔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아이들 입장에서 밖에서 놀든 집안에서 놀든 스마트폰이든 뭐든, 바람직한 행동을 하지 않거나 부모님들을 성가시게 하면 잔소리를 듣는 거죠.
그게, 좀 그렇더라고요. 부모님들 중에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쓰더라도 알아서 적당히 하고, 숙제도 별다른 말 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하길 바라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니면 그냥 당연히 그렇게 해줄 거라고 기대를 하시거나요. 자기 공부니까, 아이들이 알아서 하겠거니 생각을 하는 거지요. 그리고 자기 방 정도는 이전부터 치워주고 잔소리도 하면서 계속 알려줬으니까, 때 되면 알아서 정돈하겠거니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이에게 몇 마디 말을 하면, 아이가 들어주겠거니 생각하신다는 거예요. 어쩌면 자기 일은, 자기 시간은 알아서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문제는 많은 아이들이, 입학 전의 어린 아이든, 초등학생이든 중학생이든, 심지어 고등학생이 되어도, 뭣 하나 부모님이 일일이 말하기 전까지는 뭘 알아서 하는 모습을 그다지 자주 보여주질 않는다는 거겠죠.
사실, 제가 알기로는 그래요. 많은 부모는 일상에 너무 지쳐 있어서, 아이들이 알아서 제대로 된 행동을 하길 바라기도 합니다. 부모님께서 이미 한껏 지친 와중에, 아이들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해서 아이들을 위해 추가로 신경을 써야 하는 거 자체가 부담스럽고, 때로는 부당하다는 생각까지 들 때도 있고, 그렇더라고요. 참, 상황 자체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이 너무 지쳐 있다고 해도,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아무리 많이 쓴다고 해도
"스마트폰에 아주 빠졌구나."
"너는 애가 왜 그러니?"
"조절이 안 돼?"
이런 식으로 몰아가진 말았으면 합니다. 이렇게 말씀하시기 전에, 아이가 스마트폰 말고 뭘 좋아하는지, 뭘 재밌어하는지, 뭘 할 때 몰입을 했는지 혹시라도 알고 있다면, 아이가 그걸 더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스마트폰 할 때와 안 할 때, 부모인 나는 뭐라고 피드백을 해줬는지, 한 번 점검해 보세요.
아이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만 제한하면, 해피엔딩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하고 싶은 걸 억지로 참으면, 부모님이 안 계시거나 감시가 소홀할 때 몰래하게 됩니다. 그리고 몰래하는 재미는요 guilty-pleasure가 됩니다.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시험기간 게임하는 게 제일 재밌는 거요. 시간이 많을 때는 시시하게 느껴지는 것도, 급할 때는 다 재밌게 느껴지잖아요. 몰래 숨어해서 짜릿하고 재밌는 활동은, 때로는 중독 메커니즘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은요, 부모님께 반항하면서 하는 행동에서 마냥 재미만 느껴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기-부적절감 같은 게 커지기도 하고, 슬픔과 섭섭함도 느끼면서, 자신을 이런 상태로 몰아간 것 같은 부모님에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스마트 폰 그만해
유튜브 그만 봐.
게임 언제까지 계속할 거야.
빨리 꺼
이런 피드백보다는
이제 밥 먹자
청소 같이 하자
씻자
나가자
같이 놀자
이런 식으로, 아이들이 스마트폰 말고도 재밌게 또는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은 더 만들어 주세요.
부모님 사정이나, 컨디션, 성향 상, 내 아이는 손이 안 가는 아이이길 바랄 수 있어요. 내가 신경을 좀 덜 써도, 괜찮은 그런 아이. 그리고는 내가 뭐 엄친딸 엄친아를 바라는 건 아니니까 내가 부모로서 뭘 그리 많이 기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딱히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손이 별로 안 가고 별문제 없이 잘 크는 줄 알았던 아이가 '갑자기 죽고 싶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 고 했다면서, 너무 놀라 아이와 함께 상담소를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사실 생각보다 많습니다.)
손이 안 가는 아이 가요, 딱히 괜찮은 상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을 하고 복잡한 관계를 감당하는 와중에 자녀 양육-교육-훈육까지 하는 건 아주 어렵고 고된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자녀가 사랑스럽고 예쁘고 신경이 쓰이지만, 사실, 관심을 덜 기울이더라도 별문제 없이 잘 커주길 바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을 키운다는 건 신경을 계속 써야 한다는 거겠죠. 이렇게 사랑을 쏟고 관심을 기울여도 아이의 문제행동이 잘 고쳐지지 않는다면, 같이 맛있는 걸 먹고, 같이 산책을 가고, 같이 즐겁고 건강해질 수 있는 활동을 해보세요.
그리고, 사실 어린아이도 청소년도, 성인인 부모님들도요, 일부러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료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멀뚱멀뚱,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시간이요. 이게 생각보다 되게 어려운 분들이 계십니다. 다시 한번, 우리의 일상일 되짚어 볼까요? 음쓰를 버리러 가는 짧은 순간에도,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정말 짧은 수간에도, 마을버스를 타고 가는 그 잠깐 동안에도 핸드폰을 쳐다보지 않나요? 화장실 변기에 앉은 그 잠깐에도 핸드폰을 쳐다보고, 강의 중간에 10분 쉬는 그 잠깐에도 핸드폰을 하고, 밥을 먹으면서도 핸드폰을 쳐다보고, 여러 분은 그렇게 지내지 않나요?
제발, 부디 당신의 뇌, 아이의 뇌를 좀 쉬게 해 주세요. 우리는 좀 심심해도 됩니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무료한 시간을 일부러라도 가져보세요.
만약, 당신이 놀러 가서 전투적으로 사진 찍고, 그래서 휴가를 가도 "쉬어도 쉬는 거 같지 않아", 아니면, "휴가 기간에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거 같아서 아쉬워", 이런 느낌이 드는 분이라면, 부디, 제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일부러라도 가지세요.
쉬라고 시간을 줘도 못 쉬는 분들이 뭐든 과몰입하기 쉬운 위험한 분들입니다
만약, 아이들이
"엄마 심심해 놀아줘"라고 하고, "안 놀아주면 스마트폰이라도... "
이런 경과를 거쳐서 아이들 손에 스마트폰을 쥐어주게 됐다면, 이렇게도 생각해 보세요.
"부모는 아이랑 놀아주는 사람이 아니다."
"부모는 아이들의 재미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들은 심심해도 됩니다. 아니, 사실 좀 심심해야 해요. 심심한 시간을 가져봐야 합니다.
어떻게, 깨어 있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뭔가를 하고, 뭔가를 한다면, 생산적이거나 재밌어야 합니까?
아이들에겐, 심심하고 무료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부모님을 귀찮게 한다고, 그나마 핸드폰이라도 있으면 덜 보챈다는 이유로 핸드폰을 주시게 될 때, 한 번쯤은 이렇게도 해보세요.
그냥, 좀 심심하게 있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