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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멀스멀 외로움이 미친 듯 올라올때

연결과 성장- 나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안내서

by ziniO

스멀스멀 외로움이 미친 듯 올라올때


외로움도 사치라고 여겼다.


숨 가쁘게 일하고, 아이를 키우고, 삶을 꾸려나가느라 정신없는 사람에게 외로움은 사치스러운 감정이라 생각했다. 전쟁터 한가운데서 외로움을 느낄 틈이 있을까. 나는 늘 스스로에게 말했다.


“정신 차려, 감정에 휘둘리지 마.”

그런데 어느 날, 아무 일도 없는 평범한 오후였다.
커피잔을 내려놓는 순간, 그 공기 사이로 낯선 기운이 스며들었다.
외로움이었다. 미친 듯이, 그러나 너무나도 조용하게.
익숙하지 않는 감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와 나를 감쌌다.

그러다가 눈을 지긋이 감아도 이유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나도 모르게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 숨과 함께 온갖 잡동사니 감정들이 내 가슴안으로 함께 쓸려 들어왔다. 무언가 지난 며칠간 해결되지 못한 어떤일에 대한 부담감과 좌절감으로 마음이 무거워져서 나도 모르게 생각이 많아진 것 같긴 한데 사실 그게 다는 아니었다.

영국에 온 지 오래다. 처음엔 외로움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새로운 언어, 낯선 환경,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 아이들의 학교 생활.
모든 게 새로워 정신없이 버텼다.
하지만 모든 게 익숙해질 즈음, 마음 한가운데에 작고 어두운 틈이 생겼다.
그 틈으로 스며든 건 ‘나는 혼자구나’ 하는 자각이었다.
그건 단순한 고독이 아니었다. 세상에 나 혼자 남은 듯한 텅 빈 감정이었다.

아무 생각없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SNS 속 사람들은 모두 빛나고 있었다.
그들의 성취와 웃음, 안정된 일상은 내 불안과 비교되어 번번이 날 흔들었다.
나는 도태되고 있는 걸까.


주변을 보고 한 번도 부럽다거나 내가 잘못 살고 있다고 느낀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쉽게 주어지고 누리는 삶들을 보면서 뭔가 혼자 바리바리 살고 있는 내 모습들이 지침과 한숨으로 겹쳐졌다.


하지만 동시에 알고는 있다.
그 비교는 나를 더 깊은 외로움 속으로 밀어 넣을 뿐이라는 걸.

낯선 땅에서의 삶은 늘 파도 같다.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억지로 웃고, 다른 문화 속에서 ‘괜찮은 사람’인 척? 살아가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쓴다. 그래서일까.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나곤 한다.
길가를 걷다 들려오는 한국어, 김치 냄새, 누군가의 의미 없는 "Hello?, How are you?" 따뜻한 인사 까지.
그 모든 것이 나를 건드린다.


외로움은 결핍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증거라는 걸.. 나도 알고는 있다.
부정을 하고 싶지만 외로움을 느낀다는 건 여전히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어 하고,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무감각해지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외로움 속에서 오히려 나 자신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그래, 네가 또 왔구나. 하지만 이번엔 숨지 않을게.”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1.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말자.
그것은 나의 감정이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야.


2. 비교 대신 기록하자.
남의 속도가 아니라, 나의 하루를 써 내려가자. 글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거야.


3. 몸을 움직이자.
산책하고, 햇살을 맞고, 바람을 느껴봐. 몸이 깨어나면 마음도 따라올거야.


4. 작은 연결을 시도하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짧은 인사, 작은 대화 하나로 세상과 다시 이어질 수 있을거야.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고 또 오늘처럼 스멀스멀 올라올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 외로움이 나를 삼키는 게 아니라,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그걸 아는 순간, 나는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겠지.


지금 당장은 머리가 복잡하니

뭐 근사한 것은 그만두고.

작은 것 하나 시작하자...


가까운 동네 산책이라도 하면서 숨 한번 크게 내쉬어 보자...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라떼 한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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