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게이, 여사친, 술, 담배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박상영 작가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작가님은 게이이시다. 나는 박상영 작가의 작품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이 아니다. 작가님의 작품이 재밌긴 하지만 예전에 어떤 작품이 너무 성적으로 끈적거리게 쓰셔서 으악 항마력 딸려서 그 뒤로 읽지 못했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도 딱히 볼 생각 없었다. 그런데 '20대의 성장드라마', '게이-여사친 스토리'라는 얘기에 귀가 쫑긋 열렸다. 바로 근처 영화관에 가서 심야영화를 봤다.
#대학교_캠퍼스
영화가 시작되면서 대학교 캠퍼스 모습들이 나왔다. 그런데... 캠퍼스 모습이 낯이 익었다... 그 캠퍼스는... 내가 졸업한 대학교였다(서울시립대). 나는 영화 초반부터 경악했다. 내가 졸업한 대학교가 캠퍼스 배경으로 쓰이다니... 심지어 주인공 게이인 이야기라니... 헐... 그 뒤로 영화 내내 중앙도서관이 5번 가량 나왔다. 대학 축제를 하는 장면은 학생회관 앞이었다.
다른 관중 분들은 영화를 재밌게/심각하게 보고 계셨다. 그런데 나는 대학교 캠퍼스 모습이 나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노상현 배우님과 내가 감정적으로 오버랩되었다. 내가 있었던 캠퍼스 공간에서 노상현 배우님은 내가 과거에 했던 걱정들(아웃팅 위험 두려움, 부모님의 반응은 어떨지 등)을 똑같이 생각했고... 게이들을 만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공간적으로 심정적으로 내 과거 대학생활 모습과 오버랩되었다. 손으로 입을 막고 눈물을 흘리며 영화를 시청했다.
#김고은_노상현
김고은 배우님은 이성애자 여성로 나온다. 노상현 배우님은 김고은 배우님의 게이 친구이다. 둘이 티키타카 하는 모습이 정말 재밌었다. 내가 대학생 때 베프 여성 친구와 놀던 모습과 너무 오버랩되었다. '맞아 나도 00이랑 저렇게 재밌게 놀았지'. 비록 나는 영화에서처럼 격정적으로 욕하거나 성적인 라이프를 즐긴 것은 아니었지만, 티키타카가 잘 된 게이-이성애자 여성의 우정이 내 친구와의 관계가 너무 똑같았다.
#담배
영화 속 김고은 배우님과 노상현 배우님은 담배를 진짜 맛있게 폈다. 그런데 노상현 배우님의 '담배 피우는 행위'는 정말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고 느꼈다.
- 이성애 중심주의 사회 속에서 성소수자로서 살아가는 스트레스
- 성소수자로서 아웃팅 당할까봐 두려움, 부모님이 인정해주지 않을 것 같은 마음
- 진로, 경제 관련 고민
- 사랑, 연애 관련 고민 등
어느 것 하나 공감가지 않는 것이 없었다.
영화를 보고 정말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인상깊었다. 내가 다녔던 대학교 모습, 내가 했던 고민을 영화 남주도 똑같이 하는 내용, 대학생 때 술번개/클럽 간 내용, 연애/사랑에 힘들고 어려워한 모습도 너무 인상깊었다. 노상현 배우님이 항마력 딸려하면서 연기하는 모습도 재밌었다.
영화를 보고 <대도시의 사랑법> 뽕이 가득찼다. 대학생 때 술 먹고 담배 피우던 내 습관이 떠올랐다. 원래 담배를 피우지는 않지만 대학생 시절 게이들이랑 놀 때 술 먹고 담배를 피곤했다. 근처 편의점에 가서 1mg 담배와 라이터를 샀다. 5년 전에 게이들 술모임 가서 그랬듯이 나는 줄담배를 피기 시작했다. 대학교 퀴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젠 다들 직장인이라 절반은 자고 있었고, 절반은 자다가 전화를 받았다. (ㅠㅠ)
문득 4년 전에 크게 싸웠던 베프 여사친 친구가 떠올랐다. 대학생 때 김고은 같았던 친구였지만 현재는 서로 손절한 관계였다. 중간에 다시 연락을 시도했지만, 서로 받은 상처는 쉬이 아물어지지 않았다. 영화 뽕이 가득 차 있을 때 베프 친구 폰번호를 기억해내며 전화를 걸었다. 놀랍게도 친구는 자고 있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묵혀두었던 4년 간의 간격을 좁히며 30분 가량 통화를 했다. 그동안 나는 줄담배 6개를 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고 나는 5년 만에 담배를 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고 나는 4년 만에 김고은 같았던 베프 친구와 관계를 회복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보고 나는 사회생활에 쩌들어가며 잊고 있던 즐거웠던 대학생활을 재기억했다.
담배 연기는 뭉게뭉게 검은 하늘 속으로 흩어졌다
내 폐는 5년 만에 니코틴 연기를 흡입하자 불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