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바라기 Apr 18. 2024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세요.

행복이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시간이 없어요.', '엄청 바빠요.'

우리가 많이 하는 말, 그리고 많이 듣는 말이다.


시간을 쪼개서 쉴 틈도 없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 틈에 섞여 나도 그렇게 살고 있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게 잘 사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성공한 인생이 될 수 있을거라 여겼다.


아침에 눈 뜨면, 정신없이 출근해서 수업하고, 다음날 수업 준비하다보면 퇴근 시간이 지나있기 일쑤였다. 퇴근하면 저녁 준비해서 아이들과 저녁 식사한 뒤, 아파트 지하 헬스장에서 러닝머신 한 시간 걷고 집에 와서 샤워, 잠시 책  읽거나 핸드폰 보다보면 잠 잘 시간이다.


그 사이 틈틈이 새롭게 올라오는 뉴스 기사도 찾아 봐야하고, 쏟아지는 카톡들도 확인해야 하고, 중요한 문자는 없는지 열어 봐야 하고, 끊임없는 광고 속에서 필요한 물건도 구입해야 한다. 그 와중에 비교해서 결제까지 하려면 자투리 시간을 쪼개고 쪼개도 침대에 누울 때까지 정신없이 산다. 일 주일에 한 번, 퇴근 후에 리코더 합주단 연습도 가고, 2주에 한 번, 교사 모임도 있다. 정기적으로 친구들도 만나고, 약속 잡기 전,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 역시 시간이 든다.

길을 가면서도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한다는 핑계로 핸드폰을 쳐다보며 걷는다. 어제도 핸드폰으로 기사 읽으며 길을 가다가 아는 분이 인사하길래 깜짝 놀라 인사하곤 뒤늦게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요즘 6학년 딸이 '달 관찰하기' 숙제를 하고 있다. 달 관찰은 탁 트인 곳에서 해야 한다며 매일 밤 9시가 되면 집 앞 운동장에 나간다. 캄캄한 밤에 혼자 내보낼 수가 없어 아빠랑 같이 나가게 한다. 음력 1일, 2일엔 원래 달이 잘 안 보이고, 3일째는 날씨가 흐려서 못 보고 그냥 돌아왔다. 딸아이가 3일 연속 달을 못 보고 들어 오다 보니 퇴근 길에 나도 모르게 하늘을 쳐다보게 됐다. 달이 떴나,안 떴나 살펴보다가 노란 초승달을 만났다. 얼마나 예쁘고 반갑던지, 집에 오자마자 딸아이에게 "오늘 달 떴다." 고 외쳤다.


아빠와 달을 보고 온 아이는, 그저 관찰한 달을 그리기 바빴지만, 남편과 나는 섹시한 초승달에 대한 감상평을 나눴다. 생각해보니, 참 오랜만에 하늘을 봤다. 다음 날은 아빠의 늦은 퇴근으로 내가 딸아이를 따라갔다. 전 날보다 조금 더 차오른 달을 보며 운동장 한 바퀴 걷는 여유를 누렸다. 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딸과 걷는 그 시간이 참 좋았다. 이런 걸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가 만난 책이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 이다. 헤세는 말했다.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 그것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의 기쁨을 방해하는 가장 위험한 적이다.'


헤세는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가 예상치 못한 여유 시간이 생기면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어색해 끊임없이 SNS와 유튜브를'검색'하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나에게 일침을 가한다.


눈을 뜨고 주변을 살펴보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침마다 하늘을 쳐다보는 습관을 가져보라는 헤세의 조언이 머릿 속을 맴돈다.


 조급하게 살아가는 분주함 대신, 자연에 눈을 떠 소중한 것들을 느끼는 걸 선택해야겠다. 핸드폰 대신 사람과 하늘, 거리의 나무들을 봐야겠다. 그것이 오히려 1분도 허비하지 않는 삶이라 생각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아픈 역사 속 보석 같은 삶을 살아낸 유관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