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고 개학 날 아침, 지윤이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가방을 열고 동화책 3권을 꺼내 나에게 가져왔다. 방학 직전까지 교실에서 나와 같이 읽던 받침없는 동화 시리즈 중 3권을 골라 지윤이 이름으로 대출해 줬는데 잊지 않고 챙겨왔던 거였다. 방학동안 잘 읽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지윤이가 날 만나자마자 책을 갖고 나오면서 '방학동안 저 열심히 책 읽었어요!!'라고 온 몸으로 외치고 있었다. 얼마나 나에게 자랑하고 싶었을까. 얼마나 스스로 뿌듯했을까.
월요일은 4교시 수업 후 하교, 화요일은 5,6교시 전담 수업이라 지윤이가 바로 가는 바람에 공부를 못하다가 오늘 남았다.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지 내심 걱정됐다. 다 잊어버렸을까봐 내가 조마조마했다.
방학동안 한글 미해득 학생 지도법 연수를 들으며 받은 한글 카드로 점검을 했다. 이중 모음 몇 개만 헷갈려하고 나머지 모음은 전부 다 기억하고 있었다. 얼마나 기쁘고 기쁘던지.
지윤이가 왜 학교에 오자마자 나에게 자랑스럽게 책을 내밀었는지 알 것 같았다. 정말 열심히 읽은 결과물을 보는 듯 했다.
"선생님이 지윤이 더 잘 가르치고 싶어서 방학동안 선생님도 공부하고 왔어."
내 말을 듣던 지윤이가 살짝 미소짓으며 날 쳐다봤다.
받침 공부를 시작했다. 방학 전에 ㅁ 받침을 했었는데 제법 다 기억하고 있었다. 신기하고 기특했다.
한번 더 복습하며 의미있는 단어와 무의미한 단어까지 모두 읽어내려가고 받아쓰기까지 30분만에 끝났다.
시작이 좋다. 지윤이의 열심과 나의 설렘이 만나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