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식 날 에피소드
방학 며칠 전부터 아이들이 방학이 오는 걸 기다리면서도 나와 헤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한번씩 내비쳤다. 그저 고맙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라 나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선생님, 우리 방학식날 리코더로 '작별' 불러요!"
매일 아침 리코더를 배우며 '작별'이란 곡을 연주했던 게 떠올랐나보다. 곡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연주하기 전에 유튜브에서 작별 노래 영상을 찾아 틀어줬더니 곡의 의미를 더 잘 기억한다.
"우리 헤어지는 것도 아닌데 '작별' 연주하고 싶어? 우리 2학기에 또 만날거잖아."
나의 설득에도 아이들은 이 곡을 꼭 연주하고 싶다고 졸랐다. 어려운 부탁도 아닌데 안 들어줄 게 뭐냐 싶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에 신이 난 아이들~~
그동안 방학식날은 2교시였기 때문에 통지표 나눠주고 방학 생활 안내하고 나면 교실 정리하고 하교 시키기 바빴는데, 이번엔 4교시로 편성되어 있어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방송으로 방학식도 하고 통지표도 여유있게 나눠줬다. 통지표를 받자마자 수행평가 결과를 확인하고 친구들과 비교하면서 한참을 왁자지껄 떠든다. 한 학기에 한번 받아오는 통지표인데 오죽 좋을까, 싶어 지켜보기로 했다.
서랍 정리, 교실 정리까지 모두 마치고 드디어 아이들은 리코더를 꺼냈다. 작별을 연주하려고 리코더를 잡은 아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두 번을 이어서 불고 나서도 하교 시간까지 시간이 약간 남았다. 아이들은 내가 뭔가 망설이거나 머뭇거리는 걸 기가 막히게 안다.
"우리 사진 찍어요!"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듯 단체 사진을 찍었다. 우르르 칠판 앞으로 몰려나와 포즈를 취하는 아이들만 찍었더니 아이들이 나랑 같이 찍자며 달겨든다. 셀카로 아이들과 같이 찍었다. 아쉬움에서 시작했지만 역시나 즐거움으로 끝났다.
아이들이 모두 하교한 빈 교실, 올해는 유난히 아이들의 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이 아쉬운 마음이 다시 즐거운 기억으로 가득 채워질 걸 생각하니 벌써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