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희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어버렸지 뭐야>
인간으로 태어나 가장 슬픈 점은, 신체는 늙으나 마음은 절대 늙지 않는다는 것 아닐까?
여전히 나는 20대 청춘을 사는 소녀 소년인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은 점차 측은해지는 것을 바라보는 삶이란!
나이는 숫자, 마음이 진짜!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존재 자체만으로 상당히 고무적이라 하겠다.
작가는 이제 70에 접어든 할머니이다. 그는 노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캐리어를 끌며 세계 이곳저곳을 누빈다. 참으로 멋진 할머니가 아닐 수 없다.
책 내용은 에세이로 가볍고 (무게도 가볍다) 길이도 짧아 수월하게 읽힌다.
에피소드 중심의 간략한 글을 읽다보면 마치 우리네 엄마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도 든다.
타국에서 작가가 경험한 크고 작은 일화들을 피식거리면서 읽다보면, 어느 새 마음 속엔 우리 앞에 필연적으로 놓인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하는 질문이 고개를 든다.
늙지 않는 마음과 함께한다는 것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장 서러운 점은 아마도 신체는 늙어가는데 마음만은 늙지 않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90대 노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아니 죽을 때까지, 발그레한 볼의 풋풋한 소녀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20대를 넘긴 어느 시점부터는 자신의 나이가 생경하고, 여전히 문득, 스스로가 아이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낡지 않는 마음을 간직한 채 낡아가는 신체를 마주한다는 사실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이렇게 노년에도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하는 영혼을 마주하다보면 이름모를 반가움과 쓸쓸함이 동시에 몰려온다.
그렇게 우리는 언제나 한발 늦게, 앞서나가는 나이를 밀린 숙제처럼 복습하며 인생이라는 길을 걸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