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을 때 비로소 뚜렷해지는 외로움
오늘의 일기
외로움을 삶의 동반자로 받아들인 지는 좀 되었다.
썰렁함과 후련함 그 아래를 잔잔하게 채운 공허함이라는 바다.
우울은 언제나 손 닿는 자리에 있었고, 항상 발목에 찰랑였다.
누군가 그런 말 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혼자 있을 때보다, 둘이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이 더 절절하다고. 더 처절하다고. 더 뚜렷하다고.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껴지는 외로움은 모종의 체념을 동반한다.
그것은 깊고 깊게 자아를 가라앉힌다.
발목께에 찰랑였던 우울에 아주 잠겨버리는 것이다.
사람은 온전히 자기 자신을 타인에게 내비칠 수 없기에
우리가 스스로라는 자아를 가지고 있는 한,
외로움은 지성체의 숙명일 것이다.
이런 사실을 혼자 있을 땐 받아들이기 수월하지만, 누군가 옆에 있을 때는 이상하게도 숙명을 거스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마치 눈앞에 초콜릿을 두고 먹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참아야 하는 어린이의 모습처럼 말이다.
타인을 곁에 두되, 기대지 않는 삶.
이것은 너무 외로운 삶이 아닐까.
가고 싶지 않아 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