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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토끼 May 25. 2021

제1화 내가 너희를 처음 본 그 순간

반려묘 양말이를 처음 본 순간

우리 집으로 처음 들어온 동물이자 (어릴 적 키우던 강아지 이후로) 내 인생 처음으로 키우게 된 반려묘 ‘양말’. 양말이란 이름은 간단하게 지었다. 양말이의 종은 ‘코리안숏헤어 턱시도 고양이’이다. 턱시도 고양이의 트레이드마크인 하얀 발이 꼭 양말 신은 것처럼 생겨서 양말이라고 지었다.

 

 

양말이는 2019년 홀로 자취하고 있을 때 키웠던 고양이이다. 그때 당시만 해도 내 인생에서 고양이는 없을 거로 생각했다. 강아지만 키워봤지 고양이를 키우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 상상 속 고양이와의 만남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처럼 간택 당해 키우게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근데 나와 양말이의 만남은 간택이 아니었다, 정말 뜻하지 않게 서로를 맞이했다.



양말이는 길고양이 출신이었다. 골목길 옆 작은 풀숲에 똥에 파묻혀 있었다. 내가 발견한 것은 아니다. 고양이를 좋아하던 친구가 발견했다. 고양이는 곧 죽을 거라고 예감했는지, 전혀 미동이 없었다고 한다. 친구는 혹시 어미 고양이가 올지 몰라 30분 정도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미 고양이뿐만 아니라 그 어느 고양이도 나타나질 않았고, 오직 파리와 벌레로만 가득했다고 한다. 



데리고 온 양말이는 바로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당시 동물병원 수의사 선생님께선 2개월 반 정도 된 새끼 고양이라고 하셨다. 아기 고양이었지만, 다른 아이들에 비해 매우 작고 야위었다. 바로 치료를 받은 양말이는 구충제 때문에 하루도 안 거르고 설사를 했다. 냄새도 어찌나 독하던지 온 방 안에 냄새가 가득했다. 유독 새벽에 설사해서 잠을 자다 일어나는 경우도 많았다.


     

친구의 측은지심으로 살아난 양말이는 나에게 입양되었다. 거절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거절하지 않았던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동물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가 생각나기도 했다. 그때 내가 어려서 해주지 못했던 것을 양말이에겐 전부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두색 계열의 눈빛이 정말 아름다웠다. 

     


유튜브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봤다. ‘고양이를 부탁해’, ‘윤샘의 마이펫상담소’ 등등 고양이 관련 영상을 많이 봐야만 했다. 강아지랑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벤토나이트가 뭔지도 몰랐고, 화장실은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지도 전부 모르는 것 투성이였기 때문이다. 또 혓바닥은 어찌나 가시가 많은지, 부드러울 것이란 생각과 달리 당황스러웠다. 기본 고양이 몸부터 먹는 거, 노는 거, 싸는 것까지 알아야 할 게 많은 초보 집사였다.



그런 양말이도 내가 처음인지라 유튜브를 보며 공부하진 않았지만, 나에 관해 탐구를 많이 하는 듯 보였다. 책상에 앉아 있으면 위 책장에 올라가 나를 내려다보았고, 캣타워 위에서도 날 쳐다보고, 내가 만지던 물건들은 하나씩 건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를 탐구하다 보니 우린 어느새 가까워지고 있었다. 야위고, 작고, 힘없던 양말이는 어느새 밥도 잘 먹고 설사도 안 하는 건강한 고양이가 되어 있었다. 

   


양말이는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고양이었다. 냥또 맞은 것처럼 물을 좋아하지도 산책을 좋아하지도 말을 잘 듣지도 않는 그런 고양이. 그런데 양말이는 나에게 로또와도 같았다. 말을 꼭 잘 듣는다고 냥또는 아닌 것 같다. 그냥 양말이가 내 삶 속에 들어온 것 자체가 축복이었고, 로또였다. 양말이가 나와 함께 살게 되면서부터 개인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왔었다. 약을 먹어야 했었고, 긍정적이었던 내가 부정적으로 변해가던 시기였다. 



 그 순간 양말이가 없었다면, 아니, 지금도 양말이 없다면 나는 많은 것을 두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위한 희망,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를 꼭 사람이 아닌 동물에서도 자신이 아닌 동물에서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꼈다. 양말이는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나의 딸이자 나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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