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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토끼 May 27. 2021

제2화 내가 너희를 처음 본 그 순간

반려견 희망이를 처음 본 순간

내가 키우는 개는 ‘골든 리트리버’이다. 그 개의 이름은 ‘희망’. 그 이름은 아버지가 지어주셨다. 왜 희망이냐고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 희망이가 좋아서.”이었다. 



희망이를 처음 만난 곳은 춘천에 있는 한 목장에서였다. 목장에 마침 골든 리트리버 새끼가 태어났고, 같이 태어난 친구들은 이미 입양할 사람이 결정된 상태였다. 희망이를 보려고 서울 노원구에서 춘천까지 대략 2시간 정도 걸려서 갔다. 희망이는 날 처음 본 사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만난 엄마처럼 날 졸졸 따라다녔다. 그래서 고양이에게 간택 당한 것이 아니라 개에게 간택을 당했다. 꼬리를 어찌나 세게 흔들던지, 왜 이렇게 날 좋아하는 거지 싶었다. 그런 희망이를 보면서 분명 아버지도 좋아하실 것 같단 생각을 했다.

 


희망이가 우리 집에 오게 된 이유는 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재작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지셨고, 신이 주신 삶의 기회 덕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되셨다. 병원에 거의 두 달 동안 지내셨다. 그로 인해 아버지는 몸의 병으로 마음마저 우울해하셨다. 80kg 가까이 가셨던 몸무게는 60kg 가까이 빠졌고, 얼굴은 많이 핼쑥해졌다.  퇴원 후, 평일 낮엔 집에 아무도 없었고, 늘 아버지는 혼자였다. 그런 아버지가 안타까웠다. 그래서 평소 강아지를 좋아하던 아버지에게 강아지 친구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다. 강아지 종을 검색하다가 시각장애인 분들의 눈이 되어주는 ‘리트리버’라는 종이 눈에 띄었다. 리트리버는 워낙 착하고 온순해서 키우기 좋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 순간 아버지에게 새로운 친구로 제격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온 친구가 희망이다. 개인적으로 희망이라는 이름처럼 아버지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어주길 바라기도 했다. 그 계획은 예상대로 성공했다. 아버지는 희망이를 매우 좋아했고, 매일 같이 산책하러 다녔다. 희망이도 아버지를 제일 좋아한다. (아버지가 간식을 매일 주니까 옆에서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희망이 덕분에 우리 집에 좋은 일도 있었다. 바로 이사를 했다는 점이다.

      


원래는 아파트에서 거주했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희망이를 보면서 이제는 아파트에서 살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일산으로 넘어가 전원주택의 삶으로 전환했다. 서울만 고집하던 어머니도 희망이를 위해 큰 결심을 내리신 것이다. 그 맘을 아는지 새로운 집을 희망이는 무척이나 좋아했다. 뒷마당은 풀보다 벽돌이 많은 장소이지만, 희망이는 매일 아침 뒷마당에서 뛰어놀고 있다.희망인 이름처럼 우리 집의 희망이었다. 쓰러져 가던 아버지를 살려주었고, 회색 도시에 벗어나 주택에서 함께 희망을 꿈꾸며 살게 해주고 있다.



솔직히 개 키우는 일이 쉽지 않다. 나도 리트리버가 좋다고만 들었지, 어리석게도 정확한 정보를 얻고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 리트리버가 어릴 땐 악마견이라는 사실조차도 몰랐다. 그래서 집안의 슬리퍼, 계단, 벽지, 가구 등을 부실 때마다 화가 많이 나고 힘들었다. 또, 산책하러 나갈 땐 힘이 어찌나 센지 감당하기 힘들 때도 있었다. 돈도 많이 들어간다. 맛있는 거 먹으라며 사료 사다 주고, 겨울에 춥지 말라고 옷 사다 주고, 중간중간 맛있는 거 먹으라며 간식도 사 왔다. 

  


모든 것이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고, 사랑 없이 절대 키울 수 없는 동물이라는 것을 같이 지내면서 깨달았다. 그래도 내가 처음 희망이를 데리고 왔을 때 희망이에게 약속했다. “네가 죽을 때까지 내가 평생 옆에서 지켜줄게.” 라고. 내가 희망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데려왔을지 몰라도, 희망이에게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끝까지 지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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