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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토끼 Jun 03. 2021

제3화 양말이의 스크래치 취향

-양말이가 좋아하는 스크래치 찾아내기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있다. 예를 들어, 현대인의 필수품인 스마트폰이 꼭 필요한 물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고양이에게도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물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스크래치’이다. 나는 스크래치의 중요성을 벽지 몇 번 뜯기니 느끼게 되었다. 고양이에게 스크래치는 발톱 정리 및 스트레스 해소용이라고 한다. 사람으로 치자면 네일샵에 가서 예쁜 손톱을 보며 기분 전환하는 것과 비슷하다. 네일샵도 네일샵마다 잘하는 것이 다 다르다. 어떤 곳은 보석을 잘 받기도 하고, 어떤 곳은 색을 잘 골라 잘 칠해 주기도 한다. 그래서 네일샵을 가는 사람들은 본인의 취향에 맞게 골라 가면 된다. 이처럼, 스크래치를 사용하는 고양이도 본인의 취향이 있다. 화려한 스크래치를 원하기도 하고, 가로로 평평하게 펼쳐진 스크래치를 원하기도 한다. 이때 집사는 고양이의 취향을 알아야 한다. 한마디로, 취향 존중.


날 쳐다보는 양말이의 모습


 스크래치의 종류는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세로형 스크래치는 기둥에 밧줄로 묶여있는 포스트 스크래치(주로 캣타워에 많이 있다), 윌 스크래치 등이 있다. 가로형으로는 물결 모양의 소파 스크래치, 평평한 스크래치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원형, 펭귄 모양, 자동차 모양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이렇게 스크래치 종류가 많다는 것은 소비자의 요구(needs)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그 소비자는 당연히 '고양이'이다. 집사는 소비자인 고양이의 취향을 여러 번의 시도로 통해 알아야 한다. 나 역시도 그 시도를 해오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여러 번의 시도를 통해 얻은 3가지 꿀팁이 생겼다.


어릴 적 양말이의 스크래치 모양

 

 첫 번째, 기본이 베스트이다. 

양말이는 어릴 적부터 사용하던 평평한 종이 스크래치를 좋아한다. 사람 팔뚝보다 좀 더 두껍고, 사람 손끝에서 팔꿈치까지 오는 길이의 종이 스크래치를 새끼 때부터 사용했다. 어릴 때부터 간단한 모양의 스크래치를 사용해서 그런지, 화려한 모양의 스크래치보다 간단한 모양을 좋아한다. 예를 들어, 물결 모양의 소파 모양은 사줘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흔히 말하는 "Simple is the best"가 양말이에게 딱 적합한 문장이다. (나 역시도 간단하고 단순한 모양을 좋아한다. 나를 닮아 간단한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하하.) 단, 모든 고양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양말이는 변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고양이일 뿐이다. 마치 "360도 바뀌었어!"라고 말하는 것처럼. 


솜사탕처럼 부푼 기존의 밧줄 스크래치


 두 번째, 고양이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양말이의 캣타워에는 밧줄로 묶여 있는 스크래치가 있다. 하도 스크래치를 사용해서 밧줄의 실밥이 튀어나와 솜사탕처럼 부푼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양말이의 스크래치를 보수하기 위해, 밧줄을 따로 구매했다. 그렇게 구매한 밧줄로 나는 예쁘게 다시 묶어주었다. 그런데 양말이는 그 이후로 더는 사용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본인 냄새가 아닌 새로운 냄새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용을 안 하게 된 것이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미리 알았다면 반만 묶어주고 적응기를 주었을 것이다. 사람도 새로운 장소에 가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데, 그 적응 기간을 주지 않고 새로운 것을 주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집사가 많이 알아야 고양이가 고생을 안 한다. 물론 집사도 고생을 덜 한다. 


새롭게 꾸며준 밧줄 스크래치

  

 마지막으로,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라.

나는 양말이의 취향을 알아내기 위해 무수히 많은 실패를 맛봐야 했다. 평평한 종이 스크래치, 기둥 모양 포스트 스크래치, 윌 스크래치, 박스형 스크래치, 소파형 스크래치 등 많은 스크래치를 구매했지만 정작 양말이에게 선택받은 것은 2개 미만이다. 사용하지 않는 스크래치를 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좋은 것만 해주고 싶은 것이 집사 마음이기에 비싼 스크래치도 다수 있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중고거래였다. 비록 양말이가 사용하진 않았지만, 또 다른 고양이가 양말이의 스크래치를 사용하는 사진을 보게 된다면, 랜선 집사가 된 것처럼 보람을 느꼈다. 중고거래를 하게 되면 랜선 집사로서 보람을 느끼고, 돈도 벌 수 있어서 일석 이조이다. (중고거래 MVP가 된다면 일석 삼조가 된다)


나에게 온 중고거래 리뷰 사진


 이렇게 세 가지가 내가 2년을 가까이 양말이와 함께 지내며 느껴온 점이다. 모든 고양이가 양말이와 같은 성향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을 좋아하는 호호호(好好好) 고양이일 수도 있고, 기둥 스크래치만 좋아하는 기둥 고양이 일수도 있고, 원목을 좋아하는 나무 고양이가 있을 수 있다. 양말이와 비슷한 까다로운 고양이를 가졌다면, 혹은 앞으로 생긴다면 여러 번의 실패가 있더라도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크래치는 무수히 많은 필수템 중 시작일 뿐이다. 아직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렇지만 점점 나의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는 만큼 서로의 유대감도 늘어날 것이다. 즉, 알아가는 만큼 서로를 더 사랑하게 될 테니, 실패는 사랑의 크기와 비례할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실패해보자. 고양이는 좋아할 것이다. 


어리둥절한 양말이






내가 정리한 양말이의 취향 

- 가로형을 좋아한다. 하지만 파도 물결처럼 오르락내리락한 것은 싫어한다.

- 세로형은 싫어한다. 하지만 캣타워에 붙어 있는 밧줄 스크래치는 좋아한다. 

  (그렇다고 새로운 밧줄을 좋아하진 않는다)

- 벽에 붙어서 사용하는 세로형은 싫다. 가로형처럼 바닥에 눕혀놓으면, 희망이가 찢는다. 

-새로운 것보다 익숙하고 친숙한 것을 좋아한다. 어릴 때 쓰던 종이상자 스크래치는 매우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돈은 굳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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