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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토끼 Feb 01. 2022

제6화 나를 쳐다보는 관찰자

말하지 않아도 찾아내서 알아볼게요

요즘 즐겨 봤던 드라마가 있다. 바로 ‘그해 우리는’ 이다. 극 중에서 남자주인공인 최웅의 오랜 친구이자 다큐멘터리 PD인 최지웅이라는 사람이 나온다. 극 중 최지웅은 이런 말을 한다.  

   

“저는 한 발자국 빠져 있으면 돼요.”     


라는 말을 한다. 또한 자기 자신을 ‘관찰자’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짝사랑을 표현한 단어이자 자신의 직업을 표현한 단어이다. 그 대사를 들을 때 자연스레 측은해지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관찰자 입장에서 측은이라는 단어보단 열정이란 단어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관찰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관심과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도 나를 열렬히 사랑해주는 존재가 있다. 내가 밥을 먹고 있어도, 드라마를 보고 있어도, 일하고 있어도 언제나 나를 쳐다봐 주는 그런 존재. 바로 양말이 이다. 처음에 왜 쳐다보는지 이해를 못 했다. ‘내가 너무 신기해서 그런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보다 몇 배는 더 나가는 거대한 생물체가 자기 앞을 왔다 갔다 하면 너무 신기해하지 않을까 싶었다. 나 역시도 나보다 큰 코끼리나 곰이 지나가면 너무 신기하듯이 쳐다볼 것 같기 때문이다.  

   

내가 운동한 곳에서 날 쳐다보는 양말이

 그런데 나는 문득 양말이가 쳐다보는 이유가 궁금해져 열심히 검색해봤다. 고양이들은 자신이 믿고 의지하는 존재에겐 지긋이 쳐다보는 일을 한다고 한다. 그렇다. 양말이는 신기한 것이 아니라, 날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관찰하고 있었다. 놀라운 결과였다. 나는 고양이가 나에게 관심을 주는 동물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표정도 다소 CCTV의 표정처럼 무표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를 보는 이유가 나를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기 때문이라니. 갑자기 양말이를 꼭 껴안아 주고 싶었다. (물론 양말이는 껴안는다고 하면 도망가겠지만..)     

카메라 들이대자 갑자기 딴 데 쳐다보는 양말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사람도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상대방의 행동과 말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처럼 고양이도 사랑하기에 누군가를 쳐다보는 것이다. 또 고양이가 쳐다보며 눈을 천천히 지그시 감는다면 그건 사랑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우리 고양이가 나에게 종종 했던 행동인데, 처음엔 뭔지 몰라서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데 고양이를 빤히 쳐다보는 행동은 ‘싸우자’ 라는 뜻이라고 한다. 양말은 나에게 사랑한다고 했는데 나는 싸우자고 했으니, 양말이에게 엄청난 철벽을 나도 모르게 치고 있었다.     

누웠더니 갑자기 달려오는 양말이

 그때 이후부터 양말이가 눈을 감아주면 같이 지그시 눈을 감아주었다. 그리고 쳐다보고 있으면 간식을 하나 더 주거나 양말이의 이름을 불러주거나 낚싯대로 놀아주었다. 이런 것이 바로 과자 CF의 유명한 문구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라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정확히는 “말하지 않으면 찾아서 알아내 볼게요.” 같지만, 어쨌거나 양말이의 만족을 끌어낸 것 같다. 관찰자는 3인칭이지만 2인칭 못지않게 1인칭인 나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양말이를 통해 알게 됐다. 양말이는 날 가장 사랑해주는 관찰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날 쳐다보고 있는 양말이에게 츄르 하나를 선물하고 와야겠다.


브런치 글 쓰고 있는데 쳐다보는 양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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