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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토끼 Oct 10. 2022

제8화 대형견 훈련 이야기

1년간 훈련 일지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희망이가 점점 커가면서 나도 희망이의 힘을 감당하기 힘들 때가 왔었다. 아마 희망이 나이로는 1년이 좀 안 됐을 때인 것 같다. 아직 정신은 어린데 몸은 성인 남성만큼 힘이 좋았기에 산책하러 나가면 흥분해 목줄을 당기기 일쑤였다. 그래서 결국 우리 가족은 늦었지만 희망이를 교육 시키기로 마음먹었다. 평소 '개는 훌륭하다'를 즐겨봤기에 훈련하겠다 마음먹은 후론 강형욱 훈련사가 운영하는 센터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움직이지 않겠다는 희망이 (훈련 전)




강형욱 훈련사에게 직접 배우는 건 아니지만, 알아보니 프로그램도 무척이나 다양했고 깨끗한 시설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프로그램은 총 2가지로 나누는데, 개인 훈련과 그룹 훈련이 있었다. 개인 훈련이 내 기억으론 5~6번 정도였고, 그룹 레슨을 10번 할 수 있는 패키지로 구매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강아지 훈련 센터는 강아지보다는 사람이 더 훈련을 많이 받는다. 정말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말처럼 '개는 훌륭하다'. 하지만 보호자는 배워야 한다. 나중에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백토끼(내 이름), 오늘 훈련 잘 받고 왔어?"라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럼 나는 "오늘은 기다려 훈련받고 왔지." 말한다. 


첫 개인 레슨 모습


처음 개인레슨 때부터 강아지에게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훈련부터 배운다. 그리고 강아지 훈련을 받을 때 주인의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많이 혼날 거라 생각은 했는데 막상 혼나니 정신이 혼미했다. 즉, 훈련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규칙'을 알게 해준다. 강아지는 규칙 있는 주인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강아지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가르쳐주고 칭찬해주는 것이 건강한 주인과 강아지의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주인은 강아지에게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필요하다. 


비 오는 날 훈련 연습


희망이는 다행히 먹을 것을 좋아하는 견이다 보니 훈련마다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먹을 것을 좋아하는 친구일수록 훈련이 매우 잘 된다고 한다. 그래서 훈련소는 훈련 전에 강아지를 굶기고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가지고 오도록 하게 한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다른 공간보다도 훈련소에 가면 강아지들도 아는지 정말 말을 잘 듣는다. 집에서 맨날 장난치던 희망이도 훈련소에 가면 본능적으로 훈련받게 될 것이라 아는지 어느 때보다도 순한 강아지로 변신해서 훈련소로 들어간다. 


훈련 하기 전 운동장에서 대소변 보는 희망


그룹 레슨은 솔직히 말해서 강아지도 신나고 나도 신나는 훈련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훈련도 있었다. 첫 개인레슨 후에 바로 그 주에 그룹 레슨 하나를 들었는데, 기본적인 예절 교육이 필요한 그룹 레슨이었다. 그런데 희망인 그런 예절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나 역시도 그런 스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상담 전화로 추천받아서 신청한 것이었는데 처음 온 사람이 듣기엔 너무 어려운 수업이었다. 그래서 그날은 나도 희망이도 무척이나 힘든 시간이었다. 그렇게 그룹 레슨 처음을 호되게 당하니 나와 희망이가 할 수 있는 훈련만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희망이가 좋아하는 물놀이, 자유롭게 뛰어노는 프리런 등을 신청하면서 천천히 배워가고 희망이도 즐길 수 있는 수업을 받았다. 


물놀이 그룹 레슨


그래서 훈련의 성과는 좀 있었는가 하는 질문이 들어올 것이다. 내 대답은 'yes!. 확실히 훈련 전후가 달라졌고 나 역시도 스킬이 생기다 보니 희망이와 교류하는 면에서도 더 융통성 있게 행동하게 되었다. 새로운 장소가 아니라면 동네 산책에서 희망이는 목줄을 당기거나 하는 행동도 줄어들었고, 집에서 밥 먹을 때 자기도 달라고 보채거나 하는 행동도 사라졌다. 또, 희망이가 잘못했을 때 확실히 잘못되었다는 걸 알려주는 행동을 내가 하기 시작하고 칭찬도 더 적극적으로 해주다 보니 나와 희망이의 관계가 오히려 더 좋아졌다.


훈련 시작 전 같이 사진 찍기


단점이 있다면,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웠고 집에서 훈련소까지 거리가 있었기에 한번 다녀오면 하루의 반이 지나가 있었다. 그리고 주 보호자가 나이지만, 함께 키우는 가족들이 있다면 같이 수업 듣는 걸 추천한다. 나는 교육을 통해서 열심히 훈련해도 옆에서 다른 가족이 간식을 마구 주거나 만지면 훈련의 효과가 조금 더딜 수 있으니 말이다. 개인레슨은 한명의 선생님에게 받겠지만, 그룹 레슨은 여러 선생님을 만나보는 것 역시 추천한다. 선생님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강아지도 선호하는 선생님이 있는 것 같아 훈련의 효과가 더 좋은 것 같다. (내 개인적이 생각이다.) 


예절 수료증 받은 희망이


나는 훈련을 하면서 최대한 신경 쓰였던 부분은 당연히 희망이의 예절 배우기이지만, 가장 중요했던 건 희망이가 덜 스트레스 받기를 원했다. 그래서 완벽한 것보다 남들에게 피해를 안 줄 정도로만 기본적인 훈련에 집중했다. 기다려, 흥분하지 않기, 짖지 않기 등이 대표적인 바라는 점이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도 희망이가 잘 해내고 있다. 현재 강아지로 인해 걱정이 많은 보호자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전문가를 만나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훈련을 앞서 분명한 목적이 있다면 훈련도 잘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로 강한 강도의 훈련을 하는 곳이 아니라면 강아지도 보호자도 앞으로 건강한 반려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야외에서 기다려 훈련 중인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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