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트윈블루 Jan 23. 2022

운동을 왜 하기 싫은 건지 생각해봤다

결론은 나와있지만, 일단 갖은 핑계를 대보기로 한다.

트레이닝복을 사려고 매장에 가서 옷을 구경했다.


실제로 트레이닝을 시작하려고 옷을 구경하러 간 건 아니고,  

휴가 준비를 하려고 래시가드 대신으로 옷을 입으려고 하다 보니 

운동복 매장에 래시가드스러운 트레이닝 웨어가 있길래 소재도 비슷하니 입어볼 겸 

트레이닝복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가서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어본다.


옷이 무척이나 타이트하다. XXL로 여유 있다고 생각하고 들고 갔는데도 상의가 딱 달라붙는다.

(나중에 찾아보니 이런 걸 컴프레션 웨어라고 하는데, 기능성 스포츠 웨어로 운동할 때 행동을 수월하게 하고 땀 흡수를 도와준다는 뭐 그런 타이즈스러운 옷이었다.)


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무척이나 현실적인 느낌을 가져다준다.

차마 내 몸에 부정적인 단어는 수식하고 싶지 않다. 


평소에 씻을 때나 샤워하고 몸을 닦으며 거울을 볼 때는 몰랐는데 옷 특성상 타이트하게 근육과 살을 잡아주니 어디 부분이 어떻게 살이 쪘는지 꽤 적나라하게 보이는 게 유쾌하지만은 않다.


이 옷을 입고 탈의실 속 거울을 쳐다보고 있자니, 꽤나 운동에 대한 자극을 준다. 

그러나 차마 실행할 자신은 없어서 상의는 내려두고 

통풍이 잘되고 가볍게 입기 좋은 헐렁한 트레이닝복 하의만 하나 담아가지고 나온다.


그리곤 저녁에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어떤 블로그를 들어오게 됐는데 

그 블로그 또한 공교롭게도 운동에 관한,  운동 일지스러운 블로그였다.

300여 개가 가까운 블로그 글에는 운동 식단 기록이 짤막하게 그리고 꾸준하게 적혀 있었고,

보디 프로필까지 찍어서 자신 있게 올린 모습도 최근 글에서 볼 수 있었다.


오.  도전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고. 그 모습에 꽤나 자극을 받았다.

제목에도 간결하게

자기 전 복근 100개 200개 300개 

오늘 1km 2km 3 km 

1만 보 2만 보 등등 

적혀 있고 그 글자가 마치 나를 때리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다. 허허.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운동을 시작한 적이라..

몇 번 작심삼일로 해 보았지만 역시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잘 생기지 않았던 것 같다.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어떤 이유를 찾지 못한다고 해야 하나. 

운동에 대한 매력을 찾지 못했다고 해야 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운동의 참 의미를, 매력을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이 어렵다. 

한번 시작을 하면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에 오히려 시작하기가 두렵다는 생각이 든다.


 한 번 시작하고 중간에 흐지부지되어 버리면, 

그것은 또 하나의 실패로 내 머릿속의 낙인 혹은 카운팅 되어버리게 되고 

그동안 오점이라고 하면 이상하지만 

인생에서 " 도전 실패 1회 추가 "라는 타이틀을 남기고 싶지 않다고 해야 하나.


 하게 된다면 꾸준히 평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세상에는 다른 것 할게 너무 많다고 생각이 든다.

기회비용 측면에서 아직 운동이라는 것의 기대 효용을 아직은 잘 찾지 못하겠다고 정의를 내려야 할 것 같다.

 뭐해 보지도 않은 놈이 이런저런,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해 봤자 핑계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아예 모든 것들을 실패했던 것은 아니다.

 다이어트는 예전에 열심히 해서 성공한 기억도 있긴 하다.

 단기간 2-3개월 안에 10kg가 넘게 뺐었으니 말이다.

 줄넘기와 다이어트 한약과 함께 힘들게 두 달 정도 꾸준히, 비가 오는 날에는 집에서 홈트로, 

빌리 부트 캠프와 함께 목표를 가지고 단기간 노력한 적은 있지만 


"운동을 시작한다" 하는 것이 끝이 있는 것이 아닌 줄 알아 시작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 같다.


 어째 한 번 발을 내디디면 

끝까지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을 하게 되거나 

아니면 중간에 포기하는 오점을 남기거나 


뭐 이런 선택지 밖에 없다고 내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마 어떤 계기가 생겨야 하지 않을까.

 건강 위해서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직 건강에는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곧 건강의 단계를 지나 생존을 위해서까지의 단계에 이르게 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다.


아, 이런 걸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기록을 위한 칠판도 내 방에 설치를 했고, 

보드마카와 지우개까지 두었는데, 

내 칠판에 <To-Do Lists>라는 제목만 쓰여있었던 게 거의 한 달은 다 되어가고,

지금 내 칠판은 나를 내려다보며 침묵하고 있을 뿐이다.


... 그래도 역시 몸은 잘 움직여지지 않는군. 


작가의 이전글 요령 있게 혼내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