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어른이 되면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이런 역대급 비호감 선거는 처음이지 않나 싶다.
누가 선출되더라도 음, 과반을 넘어 3/5 이상이 반대하는 형국이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며칠 전 휴일 오후,
뒷좌석에서 앉아 창밖을 구경하던 아이가 묻는다.
"아빠, 저기 붙어있는 사진들은 뭐야?"
어~ 저건 대통령 선거 포스터야. 대통령을 뽑아야 하거든.
"아빠는 누구 뽑을지 정했어?"
글쎄...
"그럼 나도 선거할 수 있어?"
아니, 아직 어려서 안돼. 어린이는 선거를 할 수가 없어요.
"왜요?"
음... 여기서 일차로 말문이 막혔다.
어린이들은 아직 어려서 어떤 게 좋은 건지 알기 어려워서 어른들만 하는 거야,
라고 일단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본다.
"음~ 그럼 어른이 되면 잘 할 수 있는 거야?"
....
..응 그럼.... 그럴..껄?
그리곤 생각에 잠긴다.
그럼 어른이 되면 어떤 게 좋은 건지 어떤 게 안 좋은 건지, 자연적으로 알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정작 어떤 후보가 이 나라를 위해 좋은 건지,
적어도 나에게 더 좋은 건지도 더 알기 어려워진 것만 같은데 말이다.
TV 토론을 유튜브 생중계로 보면 코미디보다 더 재미있다.
개그 프로그램 보다 더 웃겨서 킥킥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모두 장밋빛 공약과 비전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과거에도 그랬듯 공약대로 안되는 현실과 이상과의 괴리,
정말 어떤 게 좋은 건지 어른이랍시고 자처하며 몇 번의 대선 투표를 한 경험이 있는 나도 알기 어렵다.
공약집을 봐도 그랬고, TV 토론을 봐도 어렵다.
고교 시절 정치 과목 시간이었는지 윤리과목 시간이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때에 기억나는 개념은 플라톤의 '철인정치'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060434&cid=47331&categoryId=47331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353134&cid=47307&categoryId=47307
아까까진 단어가 기억이 안 나서 무려 "강철 정치"라고 검색을 했었지만, 아무튼..ㅋㅋ
요지는 철학자가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당시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 철학자였으므로,
정치를 하려는 자는 특히 이 대의민주주의에서는 지혜로워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 포인트라고 하겠다.
뭐 정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니 차치하고, 결국 대의민주주의의 꽃은 투표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무지와 오류, 그리고 쇼잉의 영역, 비이성적이고 감정의 영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서부터 갓 졸업한 학생, 99세 노인까지 모두 한 표, 투표라는 하나의 공정한 의견을 내서
미래의 방향성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자체가 아름다운 제도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니 결론은 "투표를 반드시 하자"는 틀에 박힌 결론을 내리는 것으로.
그리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고 물려주기 위해,
투표를 잘' 하기 위해 더 생각하고 생각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