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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블루 Mar 01. 2022

우리의 일상도 한정판

리-셀, 아니 리-바잉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불가능한 한정판


우리의 오늘, 현실도 한정판이었던 것이다.

...아니, 지금도 한정판인 것이다.


아, 이렇게 적으니 정말 하등 와닿지 않는 지루한 클리셰인데, 

느낀 바를 정리하면 그렇게 밖에 말을 못 하겠군.



리셀 비즈니스에 대해 아시는지?


리셀 비즈니스에 대해 최근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되었는데, 그전까지는 그저 마니악 한 시장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무척이나 대중화되고 실제로 꽤 돈이 되는 비즈니스라는 걸  깨달았다.

일반인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리셀 테크 중 하나가 나이키 드로우'라고 할 수 있는데, 한정판 신발을 구매하겠다고 오픈된 한정 기간 30분 안에 추첨 신청을 넣고, 당첨되면 30분 안에 구매 완료까지 해야 살 수 있고, 그 즉시 시세가 형성돼서 사고팔 수 있는 뭐, 그런 형태의 리셀 비즈니스의 간단한 형태라고 볼 수 있겠다.


https://www.nike.com/kr/launch/

https://www.kream.co.kr/


사이트를 찾아보면 무척이나 흥미로운데,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주식처럼 변동되어 올랐다 내렸다 하면서 중개 사이트에서 차트화 되어 보이게 되고 수익도 꽤나 쏠쏠하다는 주변의 증언이 꽤 되기도 해서 알게 된 비즈니스라고나 할까.. 뭐, 친구가 링크를 공유해 줄 때마다 거르지 않고 응모를 하고 있지만, 사실 마음을 곱게 먹지 않고 처음부터 리셀을 할 목적으로 응모를 해서 그런지, 한 번도 당첨된 적은 없다. 

꽤 유명한 브랜드와 협업을 해서 제품이 나오는 날이면 사이트가 다운되고 몇천 명이 대기 중입니다.라는 문구까지 나오면서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을 정도니 말 다 했지.  



며칠 전 어머니와 동생과 명절 전이라 모일 일이 있었고, 아버지 이야기를 하다가 얼마 전 내가 추억한 아버지의 비빔밥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https://brunch.co.kr/@twinblue2021/8

함께 웃으며 추억하긴 했지만 언제든 우리가 원하면 함께 모여서 해 먹을 수 있지 뭐.라고 생각하고 서로 이야기할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어갔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마 그 비빔밥은 현실적으로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영원히 추억 속에만 남을 아이템이 되겠구나를 깨닫는다.


당장 본가에 똑같은 나물과 반찬과 재료가 고스란히 있는데도 말이다.


아버지의 비빔밥은 다시는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확실시된다고 느껴져 슬퍼진 건, 이제 더 이상 말라비틀어진 반찬이 우리의 일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와, 동생과 어머니는 이제 다 독립해서 함께 살지 않고 각자의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게 되었고, 우리가 만나는 날이면 보통은 딸린 식구들과 함께 모이므로, 

"일상의 아이템"들이 출현하지 않는다. 일단, 우리가 모이는 것 자체가 더 이상 일상' 이 아니라 행사' 같은 개념이 되었기 때문에 일상의 반찬을 먹을 수가 없어진 것이다.


어머니는 우리 식구, 동생네 식구가 오기 전날부터 부지런히 장을 보고 그때 그 일상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고기, 생선 새로운 밑반찬 등을 준비하시고 밥을 새로 안치신다. 말라비틀어진 반찬이 냉장고에는 존재할지 모르나, 사실상 우리의 만남이 더 이상 일상이 아닌 특별한 날이 되었으며, 그때의 일상은 이미 다시 돌아오거나 흉내를 낼 수 없는 여건이 되어버렸다.


그때의 그 현실은 "우리가 우리"라는 이름, 공동체로 존재하는 한 

언제나 리콜; 할 수 있는,  존재하는 현실이라고 생각했으나

사실 한정판 현실이었고 


이제는 그 현실을 똑같이 불러오려면  조건이 훨씬 까다로워져 버려서 기회비용까지 포함해 더 비싼 값을 지불해야만 가능한 것이 된 것이다. 


일단 아이들과 아내에게는 해당사항이 없겠다. 말라비틀어진 나물과 99시간 밥통에 들어있어 군내가 나는 밥에 식용유를 무지막지하게 쏟아부은 투성이 비빔밥은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 먹을 수도, 공감할 수도 없다.

밥은 새로 하시기에 더 이상 군내 나는 밥은 찾거나 살 수도 없고,  큼직한 양푼도 우리가 다 독립하면서 치우고 버려서 없는 것 같다.


어찌어찌 아이들과 아내들은 오지 않고 형제와 가족이 모인다고 해도 그때의 일상과 달리 우리에겐 경제력이라는 것이 생겼고, 벌러덩 드러누워 스마트폰에 손가락을 놀려 내 음식 그릇이 저 앞 모퉁이를 돌아오고 있다는 실시간 퀘스트 진행사항을 구경하거나, 이제는 당연한 집 근처에 생긴 24시간 편의점에서 당장 대체재를 살 수 있다.


그렇다고, 어머니 오늘은 추억을 재현하고 싶으니 집에 밥을 99시간 내버려 두시고, 나물과 풀때기는 말라비틀어진 채로,  냉장고에 고기와 생선들은 전부 치워버리세요,라고 말할 수도, 그런 식사를 준비해 주실 리도 만무하다.


사실상 불가능이다.


 실제로는 현실도 매일매일 한정판이었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 추억 아니 그 행동은 그때 당시 주연 배우들이 모두 모여 있고, 소품도 준비가 되어있다고 하더라도 이젠 사실상 재현하기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실제로 내 옆에 모든 인적자원과 물적 자원이 존재하고 있고 하자고 하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 순간에도 말이다.


이미 그때 우리들의 일상은 한정판이 되어 단종되어 버렸으며,

더 이상 우리에겐 일상이 아니게 되어 버린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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