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우린 지금 어디쯤에 있는걸까
17화
실행
신고
라이킷
13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트윈블루
Sep 30. 2021
어머니와 집밥, 추억은 다르게 읽힌다.
집밥이 맛없는 어른이의 찡찡거림.
라디오를 듣는데 이런 사연이 나온다.
어머니가 해 주시는 집밥이 최고예요.
봄동을 살짝 무친 겉절이와 된장국, 아 행복한 아침입니다!라는 사연에
자연스럽게 귀가 스르륵 맛있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봄동이라니! 정말 단어만으로도 싱그럽고 아삭아삭하고,
봄이 오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가? 아무튼,
당연 DJ도 맞장구를 치며 당신의 어머니께서도 잘하시는 맛있는 요리가 있었고, 그게 생각났다며, 굴비 조림이 참 기억에 남고 맛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다.
나는 전혀 그런 이야기에 대해 공감이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패륜적인 이야기는 아니고..
물론 지금은 감사하게도 장모님께서 요리를 잘해 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한 일상 속에 매일매일 맛있는 식사를 하고 있고
경탄하며 신메뉴를 먹는 호사를 누리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음. , 안타깝다고 하면 이상한가?
아쉽게도 우리 어머니는 요리는 잘 못하시는 편이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겪지 못한 영역이었다고나 할까?
이야~ 역시 집밥이 최고야!
엄마가 해주는 집밥 먹고 싶다..
이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는 클리셰 같은 워딩이
내게는
전혀 다른 추억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겠다.
내게 집밥이란
먹기 싫은 것
안 먹고 싶은 것 이런 느낌들만 가득했던 것 같다.
어머니 집밥이란 것을 경험하지 못하신 분들께는 정말 불경스럽기 그지없고,
죄송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고마움 모르는 배부른 소리로 생각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당연 하지만,
그렇다고 팩트를 억지로 미화시킬 순 없잖은가..
공공연히 본가에 가면 동생과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계속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맛이 없으면
맛없어서 못 먹겠어요.라고 할 때도 있었던 것 같고,
그나마 백종원 선생님 덕분에
최근
조금 늘은 실력이 담긴 음식을 보면
어머니 음식이 60년이 넘은 시점에 늘기 시작했다고 키득대기도 한다.
어머니는 멋 쩍은 듯 웃으시고 말이다.
어머니는 손이 꽤 크신 편이기도 했고
무엇보다도
요리할 때
정말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간을 안 보신다는 것이었다....
간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음식을
손 크게 하셔서 밥상 가득 내 오시면
그걸 먹는 아들들의 입장은 참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용돈을 받으면, 그걸로 라면을 한 박스 사다 놓는다던지
떡볶이를 500원어치 사다가(...) 거기다가 밥을 비벼서 먹기도 했던 기억도 난다.
원망하는 건 아니고, 그런 것들이 이젠 추억이 되어서 밥상머리에서
우스갯거리가 되어버렸다고나 할까.
어머니께서 해주신 음식 중에 어떤 음식이 제일 맛있냐라고 물어본다면
사실 지금도 전혀 떠올릴 수가 없다.
참.... 지금도 헛웃음이 나오는 부분인데,
떠오르지 않는다.
음..
정말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에 생선구이를 해 주셨는데
좀 타버린 부분도 있었고
아예 안 익은 부분도 있었지만
생선 본연의 감칠맛이 있었다고 한다면
그 건 어머니 요리가 맛있는 것이라고 해야 할까 하하..
오히려 요리라고 하긴 그렇지만 아버지께서 해주신 밥이 오히려 기억이 남는데,
아버지께서도 집에 먹을만한 게 없다고 생각하신 날에는...(ㅋㅋㅋ)
매번 해주셨던 비빔밥이 가끔 기억날 때가 있는데,
집에 남아있는 말라비틀어진 반찬들을 긁어 모아
안 익은 딱딱한 잡곡이 잔뜩 들어가 있는 잡곡밥에
식용유를 잔뜩 부으시고,
고추장을 넣어 팍팍 비벼서 동생과 셋이서 먹었던 기억이 났다.
가끔씩 슈퍼에서 참치를 사 와서 넣는 날에는
정말 진수성찬 부럽지 않게 싹싹 긁어먹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께서 나중에 본인께서 해주신 비빔밥이 정말 기억날 거라고 하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가끔 이런 이야기가 라디오나 , 주변에서 나오면
아버지의 요리가 생각이 나더라니까.
언제나 관형 어구처럼 ,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인 것처럼 '집밥'이라는 단어에 똑같은 감정을 담아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누구에게는,
그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 다르게 쓰인 기억들이 있다는 사실.
그렇다고 어머니께서 뭐 어떤 사랑이 부족하셨다거나,
못해주셨거나 하신 건 전혀 아니고,
엄청난 사랑으로 가정을 지키신 분이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그저, 집밥 분야에 소질이 없으셨을 뿐... 정말 그뿐이다.
keyword
집밥
요리
사연
Brunch Book
우린 지금 어디쯤에 있는걸까
15
꽃들에게 희망을,
16
당신도 좋아할 그 향기
17
어머니와 집밥, 추억은 다르게 읽힌다.
18
명절 다음날을 잘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고찰
19
그녀의 향수냄새와 트라우마
우린 지금 어디쯤에 있는걸까
트윈블루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0화)
트윈블루
소속
직업
미술가
글 쓰는 것을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말 보다 글이 더 편합니다.
구독자
8
제안하기
구독
이전 16화
당신도 좋아할 그 향기
명절 다음날을 잘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고찰
다음 18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